아이리스정 2004. 3. 15. 01:08

 

나 문득.. 행복을 알아버렸다.
 
그저 일상처럼 자야할 때
이불 속으로 들어 가다가
나 문득 행복을 알아버렸다.
 
사람이란, 좋은 건 금새 잊는 거지만,
그래서 내일 아침 지금의 이 행복을
잊을테지만..
 
지금 이 순간, 너에게 말해야겠다.
너,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소중한 것.. 그게 너라고.
마지막으로, 영원할거라고.
 
그래, 좋은 건 금새 잊는다지만
그건 그저 잊는 것 뿐이고,
언젠가 또 다시
이렇게 별스럽지 않은 어느 밤에
또다시 너로하여금,
아무 이유없이 행복을 알아버릴 거라고..
 
오늘
정말 여느때처럼 제대로 된 것 없이
뒤엉킨 날이었다.
바보처럼 혼자 상상할 좋은 일이 있어
기분이 좋아질 것도 없는 날이었다.
 
싸매고 고민해 봐도..
내가 행복을 알아버린 연유는
너로하여금이다.

 

(그애가 나에게 보낸 제목없음.의 메일)

 

 

"언제 같이 여행이나 가요..."

입버릇 처럼 말했던 그..지금 그는 무얼하고 있을까.

제대했을지. 아직 군에 있을지.

작년 가을에 대전에 갔을때, 충남대 근처를 갔을때..

"그 애..이 근처에 사는데.." 했더랬다.

2001년 3월 13일에 14시 26분에 보낸 메일.

난 이 메일을 읽고나서 처음에는 왜 그애가 이 메일을 보냈을까 고민했더랬다.

그리고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도대체 이 내용이 뭘 의미하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몇 번이고 다시 또 다시 메일을 읽어보면서..

역시나 알수 없는 그애의 마음을 안타까워 했었다.

달랑 저 내용만 보내고 말아버린 그의 메일.

누군가는 답장을 보내서 나에게 한 말이냐고 물어보라고 하기도 했고,

도대체 저게 뭐냐고 따져보라고도 했다.

하지만 난 그냥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메일을 주고 받고 이야기도 했지만..

저 메일내용에 대해선 일체 이야기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정말이지..제목없음의 저 메일하나가 그토록 설레이게 하기도 했고,

소중하기도 했으니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와서 다시 메일들을 정리하다 보니, 보관메일함 1번에 저 메일이 있다.

지우지도..답장도 하지 못한 메일.

왜 아직까지도..간직하는지..몇번이고 삭제해버리려고 해봤지만..

그러지는 못했음이다. 정작 다른 메일들은 삭제해버렸음에도 말이다.

그 때야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이야 그애도 나도 많이 달라진 모습이니까.

많이 달라진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다시 이야기 한다고 해도...그냥 지나칠테지만,

입대하는 기차안에서..

"나 군대가요.." 하고 전화했던 마지막 그애의 음성은 기억하고 있음이다.

그냥 서로 예전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면 그만일테지.

하지만, 가끔씩 궁금해지는 그의 일상들이 어떨땐...참 우습기도 하다.

단지 동호회 사이트에서 자주 이야기 하고 내 게시판에 글도 남겨주던 그.

아는 거라곤..이름 두자. 고향이 정읍이고 학교는 대전에서 다니고..

나이는 내 동생뻘 된다는 것 밖에.

기억에 내 동생이 군대가기 전에 입대했는데 그렇다면 아직 제대는 하지 않았을텐데..

좋아한다거나 그 이상의 감정도 아닌 그냥 특별한 사람이었던 그애.

지금와서도 동호회 사람들이 이야기 하길 모두들 그때가 그립다고 하지.

물론 나도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그 애와의 모뎀선을 통해 했던 대화들.

그리고 그애를 정말 좋아했던 나보다 나이 많은 한 여인에게서 들었던 그애의 자취들.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회색을 일깨워준 그였기에..

그래서 인것 같다.

한 때 내 게시판에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글을 남기기도 했고,

이래저래...전화통화나...수많은 문자주고 받음.

한때는...그애가 연락한 날들을 체크하기도 하고..그애를 기다려보기도 하고..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가끔씩 이렇게 궁금하다거나 생각이 날때면 그냥 꺼내보는 추억이지만, 참으로 좋았던 것 같다.

만약..어떻게 지내던지간에 그가..잘 지내고 건강하기를 바랄뿐이다.

그 땐..뭐가 그렇게도...부족하고 아쉽고..우울하고...

그때..많은 힘이 되었던 그가 가끔은 참 궁금하다.

 

그가 좋아했던 음악들. 박정현...의 노래들. 그리고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다 지난 시간속의 추억들이 되어가고 있었음이다.

언젠가 내게 보냈던 메일..속에 같이 넣었던 '다줄거야'.

그 때 메일 내용에서도..여전히 알 수 없음 이었던 기억이 난다.

 

동아리 방에서 기타를 치며..다줄거야를 부를땐 항상 그애 생각이 났다.

그리고 지금 그애 생각을 하며 글을 올리려니..

이 노래가 생각이 났다.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오늘만은...

 

니.가.너.무.나.도.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