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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다행이지.

thinking about../나는.

by 아이리스정 2020. 11. 21.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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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울이 주변 사람들에게

부디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조용히 아프다가 조용히 나아졌다가,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만큼만 되었다면.

매일같이 꾸는 악몽이나 수없이 속으로 삼켜대는 울음이

곁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면.

이 감정의 늪에도 어느 순간 적응해낼 수 있으려나.

사람들은 내가 배려심이 많고,

희생정신이 뛰어나며,

웬만한 것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그다지 손해 보고 살고 싶지 않아하고,

어떤 부분에서만큼은

그냥 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도 바닥을 칠 만큼 약해 빠졌다.

누군가에게 내가 커다란 모습으로 비추어졌다면

그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해서였겠지.

그 힘으로 꿋꿋이 버텨내가며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던 날들의 일부일 뿐,

그게 온전한 나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단 한사람이라도,

이유 없이 그냥 걸었다는 내 전화에

괜찮냐는 말부터 건네줄 수는 없을까.

'그냥'이라는 한마디에 함축되어 있는 많은 것들을

굳이 풀어내어 설명하라고 하지 않고,

다만 내가 주절거리는 영양가 없는 말들을

SOS 요청이라 여기면서

푸른 새벽녘을 꼬박 새워줄 수는 없을까.

아니,

이런 것 하나도 바라지 않고도 괜찮을 수는 없는 건가.

분명 매일 똑같이 살아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나 같은 사람 _____또 ________ 있을까'

- 새벽 세시 에세이 중에서

 

 

 

그래서 웃었다.
독립하고 나서 처음 1, 2년은 왜 이런가 싶었는데~
그 뒤로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젠 뭐든 그 많은 시간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여지껏 사는 내내 그랬던 지나간 날들

돌아보기도 하지 않게 되서.
그나마 내가 얻은 건 그 것인가 했다.

어찌보면 올해 여름이 있었던가 싶은 것과 같은 원리이려나.
과거가 애쓰지 않았는데도 없어졌다.
30대가 되면서 그렇게 잊고 싶었던 것에 몰두했더니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잊게 되더니만.....
이젠 그런 것 따위도 없다.
잊고 싶은 기억들도 시간들도 없다.
참 고마운 일이네~
며칠 전 퇴근하면서 그랬으면 된거지~
뭐라도 하나 얻은 게 있음 된거지 했다.
그래서 간만에 피식 웃었다.
직장에선 말 할 기회도 놓쳤고,
들어오기 싫은 내 방에도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서 잔다.
내가 놓아야 할 건 이제 딱 하나 남았네.
놓아줄 때를 알고 놓을 줄 알아야
사는 것의 완성이라 누가 그랬던가.
24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 같은 답답함을 안고 있지만,
그러면서 살 수 있음을 다행이라 여겨야지 뭐~~

그리고 기록과 흔적도 서서히 이젠 남기지 않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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