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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담아내기.

on the road../다르지만 같은 사람.

by 아이리스정 2005. 11. 1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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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게 그래.

한 때는 내게 참으로도 소중한 추억이었던 것의 자리잡음이.

시간이 지나고 지나 가끔씩 들춰내보면 말이지.

이젠 서서히 잊혀져 가는 기억의 하나 뿐으로 남겨지는 것.

긴 시간동안 그렇게 주고 받음으로 인해 내게 남겨진 것.

그것이 소중한 것이지.

그것으로 되었다 치고 그 순간 그렇게 넘어가게 되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어떤 존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넬 때.

그 대상이 알고 있을지 모를지 상관없이.

일단 주저없이 뱉어내고 보는 것이 사람의 이치인 듯 해.

어떤 음악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그렇게 스쳐 지나가면서 비춰지는 영상들.

그것으로 한번쯤. 한번씩 기억하면 그만인 것을.

언젠가 누군가 내게 던졌던 그 말들.

하나씩 하나씩 주워 담아보면, 그 때엔 몰랐던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것.

그것도 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인 걸.

그리고 지난 시간 나에게 준 그 무엇들의 흔적.

그 음악을 듣는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

내가 판단할 수 없는 것이 었음에도.

너였기에. 그렇게 아련해지는 것. 이승훈의 '비오는 거리'.

그리고 그 누군가들에게 전해 받았던 메세지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지금이 중한 것이기에. 그렇게 담아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살]--------------류시화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비소리]------------김재진 

비워야 할 것 비워내지 못하는 
버려야 할 것 버리지 못하는 
내 마음의 구정물 통. 
서성거리며 문 밖에 서 있는 내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의 아픈 오물. 
홈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이 
벗은 발바닥에 닿는 새벽 두시. 
멀쩔히 잠든 사람들의 얼굴 밟고 
욕된 시간들이 일어난다. 
일어나 앉지도 못하고 
눈감지도 못하는 미망. 
아무 것도 믿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호수]--------------문병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 이여

 

 

[들풀]--------------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사모]--------------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이루어 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전 
두고두고 아름다움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 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물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한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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