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 윤도현의 러브레터 100회를 기념하며-
이 외 수님.
그대여
어느날 갑자기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헐벗은 가로수들 다리를 절름거리며
떠나는 도시
결별한 사랑 끝에 날이 저물고
어디로 갈까
그대 상실한 젊음
황사바람에 펄럭거릴 때
홀연히 음악이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생금가루 같은 햇빛
자욱하게 쏟아지는 어느 초여름
낯선 골목의 아늑한 양옥집
장미넝쿨 그림자 드리워진 담벼락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그대 진실로 그리운 사람에게
엽서를 쓸 때
예전에 못다한 말들이
되살아나서
돌아오라
돌아오라
망초꽃 수풀처럼 안타깝게 흔들리고
저 깊은 시간의 강물 가득
달빛이 부서질 때
이 세상 모든 이름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눈물들이 노래가 되고
이 세상 모든 소망들이 노래가 된다지만
한밤중
먼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다리를 끌며
그대 홀로
불꺼진 방으로 들어설 때
문득
가을숲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그대 허전한 발밑으로
우수수
빌어먹을 고독이
가랑잎처럼 떨어져 내릴 때
그래
그럴 때
온 세상 음악이
모두 죽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플까
바다도 적막하고
하늘도 적막하고
몸부림도 적막하고
통곡도 적막하고
적막한 시간 속으로
부질없이
그대 허망한 인생만 떠내려 간다면
얼마나
슬플까
그대여
무심코 그렇게 방송에서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그런 시였다.
눈물지으면서 너무나도 애타게 들어버렸음에,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갔음에, KBS 측에 메일을 보냈다.
이 시 전문을 알수 없겠냐고.
답장이 왔다.
공지사항에 올려주겠다고.
그리고 올라왔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KBS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역시나 있었다.
내가 힘들고 지치고 주저앉았음에도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은.
그렇다.
음악이 있어서이다.
음악은 내 생활의 부분집합이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가 주도록 날 지탱해주었다.
오늘 도착한 두 앨범을 직접 그렇게 듣다보니,
아주아주 조금은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 피곤한 내 몸이다.
이외수님 정말 멋지신 분이다.
이런 표현을 던짐에..
그리고 이렇게 오늘을 마감 하는 바이다.
배경음악은..
오늘 도착한 종영된 KBS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O.S.T. 중,,
Midnigt Stone이란 제목의 Keiko Massui의 곡이다.
다시 들으니 그 감동이 밀려온다.
기억되고 있음에 다시 그렇게 음악이란 것에 감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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