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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로.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2. 1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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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치고서 나선 귀가길은 늦은 밤임에도, 밤 공기가 푹하다.

아마 정말이지 저만치 봄이 오고 있나보다.

오늘은 늘 우리에게 즐거움으로 운동을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관장님이 아빠가 되시는 날이다.

몰랐는데 세월이 그렇게 지나고 있다. 언제쯤이나 아빠가 되실까 했더니만 말이다.

조금의 여유가 된다면 병원에 찾아 가고프지만, 모르겠다. 그런 여유가 나줄지 말이다.

부인 되시는 분은 예전에 같이서 운동을 하던 언니인데, 시간이란 건 역시나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새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하더니만 어느 새 이쁜 딸을 낳았다고 하니 말이다.

상기된 표정의 관장님에게 재촉해서 얼른 마치자고 졸라댔다.

덕분에 운동을 조금 빨리 마치고서 나오는 길은,

부족한 시간의 운동 탓으로 땀이 막 배어 나오려던 참이었기에 조금 아쉽다.

운동 덕분에 조금 배인 열기 탓인지, 아니면 그저 날씨 탓인지 참으로 푸근하게만 느껴지는 밤 공기다.

다시금 하루가 마무리 되는 시간이라 여기면서 집으로 향하니,

날 반겨주는 것은 늘 그랬던 것처럼 과는 다르게 뽀삐만이 왕왕 짖고 있다.

어두 컴컴한 집. 오늘도 역시나 11시라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11시 반쯤의 귀가와 마찬가지로 텅빈 집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마트에 들러서 그래도 내일이 무슨 발렌타인 머시기라고 하니,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초콜렛이라도 나눠 주어야 겠다는 심정으로 초콜렛을 한아름 샀다.

하나는 엄마, 아빠와 나누어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들긴 했지만,

뭐 가망 택도 없는 이야기가 될 듯 하다. 새벽이 다 되가는 이 시간임에도, 여전히.

집은 나 혼자서 우두커니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내가 어찌 대처해야 하는 것인지를. 그저 막막할 뿐이다.

두 분이서 알아서 하시겠지 하고는 있지만, 늘 그래왔듯 해결책은 보이지를 않는 듯 하다.

그저 지금의 나대로 내가 해야 할 것들만 해야 가는 걸까.

아니면 나로서 최대한의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계속으로 막막하기만 하다.

조금씩으로 의욕 같은 것들이 사그라져 들어가는 느낌일 뿐.

샤워를 하고선 갑자기 사들인 책들이 너무 많아 가득 메운 책상을 정리하고서 컴터 앞에 앉았다.

애써 자제하지 않아도 될 만큼으로 정말이지 많이도 멀어진 술이 고픈 밤이다.

그래서 지금 약간의 오렌지 주스와 살짜금으로 타먹는 소주 한 잔이다.

그 누군가와도 이야기 하고픔의 마음이 사라져 버린 듯 하기만 하다.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지금까지는 어떠했는지 그런 생각들이 맴돌았던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 된 마당에 여전히 냉기가 가득하기만 한 집.

이럴때면 독립을 해서 사는 주위 사람들 덕분에 느꼈던 그 무엇의 소중함의 마음도 사라진다.

나도 이제는 혼자서 살 궁리를 해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주말을 내내 방에 틀여 박혀서 다운 받아둔 영화들을 보고,

음악들을 뒤지고 애써서 나만의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던 듯 하다.

이것 저것들로 인해 잠이 너무나도 오지를 않아서 내내 그리 보냈던 시간 덕분에,

아마도 그것들이 아니었다면 잠시 스쳤던 생각으로 작년의 이맘 때 즈음의 나에 대해 골똘했을텐데..

그런 생각들까지 겹치면서 어쩌면 지금의 모든 상황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가지의 일로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는 대화의 시간마져 그저 순간으로 무마 되었음도,

그저 다행이다 결과적으로 잘 된 것이라 여겼던 것 처럼 뒷 전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오늘의 시작은 너무나도 어이없이 미친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늦게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해가 뜨고서는 잠에 들었던 듯 하다. 그래서 그러했나 보다로 넘기고선,

너무나도 나가기가 싫은 출근 길을 겨우 겨우 택시라는 편함의 이동 수단으로 나선 일터.

그저 늘처럼과 별반 다름없이 지난 하루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야 원장샘이신 엄마와의 대화를 피했다는 것이지만,

대체 무엇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시간을 위해서 마련한 초콜렛들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시간.

잠시금으로 떠오른 생각으로 영화 'Chocolet' 속의 이야기처럼.

저 많은 초콜렛들을 입에 한아름 가득 채우고 나면 무언가 변할 수 있음의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그래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허나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술 기운의 덕분으로 잠이나 빠져 들어버려야 겠다는 생각만이 그득한 밤이다.

에구야. 저 사진을 찍느라 참으로 애를 많이도 먹은 듯 하다.

빙고! 무슨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 빗소리가 창 밖으로 들린다.

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러면서 한꺼번에 같이서 귀가하시는 부모님.

같이서 계셨던 걸까? 그러건 말건. 개의치 말아야지 하면서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봄이다.

조금 더 세차게 내려주어 깊이 깊이도 깊은 잠에 들 수 있기를 단지 그것만 바랄 뿐인 시간이다.

살며시 스미면서 올라오는 기운의 술. 정말이지 너무나 간만에 느끼는 듯 하다.

하루가 지나가면서 점점 다가오는 이번 주말.

나는 지금 어디만큼으로 와 있는 것일까. 너무나도 많이 돌고 돌아가버린 길.

어디쯤으로 서 있는 것일까로 마무리 짓는 오늘 하루 일상이다.

비가 와주었으면 하는 살짜금의 생각이 들어 맞아서 참 기분이 좋다.

이 비가 그치면 정말이지 봄이 이따마시로 더 가까이 와 있지 않을까?

모두가 잠시나마 조기 조 초콜렛의 기운에 변화스러움으로 따스해지는 하루가 되어 주기를.

제발이지 그래주기를. 더불어 나도 그래주기를.

비가, 비가 내리는 2월의 어느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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