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났다. 무언가를 움켜쥐고 잠들었을 나의 아침은, 여전히 귓속에는 E888이 꽂혀있으며, 그렇게 조그마한 바램으로 쥐었을 핸드폰이 옆에 그대로 고이 있다. 뒤집혀진 채로..밥먹어라는 소리에 그렇게 늘상 같이 일어난 후에, 아침을 먹고. 그러다가 하릴없이 방에 누워있다가 잠깐의 잠이들곤 한다.
아침,, 그렇게 다를것 없이, 티비속의 드라마를 본 후에. 이제 걸릴 것이 없는 컴터를 켰다. 그러다가 이사람 저사람의 공간에 들러서 노래와 사진을 하나 얻어 칼럼에 글을 올린다. 그러다 반갑게 발견한 그 노래를 들으면서 선잠을 잔다. 그저께의 큰 혼돈과 혼란은 참으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어제 그리고 오늘 무사히 웃으면서 지날 수 있었던 거 같아. 어떤 자신감에서 일까. 나는 스스로 아자아자를 외치면서, 그렇게 가벼이 출근길에 나섰다.
간만의 정장. 그리고 외출준비를 하면서 되뇌였던건 계속 아자아잣...난 해낼 수 있어, 해보자구. 늘상 다를 것이 없지만, 서둘렀던 탓일까. 느긋하게 출근을 할 수가 있었다. 자 오늘도 시작이구나~라고 외치면서 나선 나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어머니의 한마디는 은연중에 '그러네..'라는 말을 중얼거리게 했음이다. 어제도 그제도 나는 술을 먹지 않았다. 아니 먹을 기회도 없다. 늘상 혼자서 한잔씩 훌쩍거리는 것은 그나마 없어졌음에 한가지 얻은 것은 있는 것이다.
아침께에 둘러본 이러저러한 남들의 공간에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많은 토로들을 해내고 있다. 또한 나의 칼럼에는 방명록이라는 공간이 몇개 채워져 있었음에, 기분좋게 답글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런거구나.
무겁게 날 짓눌르던 것은, 한번의 울분의 토로와 함께 씻은듯이 낫고 사라져가는 듯 하다.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나 미련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일상속의 조각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그렇게 일과를 마치면서 되뇌어 본다. 내일 있을 동호회 모임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는 이번주 마지막에는 영화나 봐야지의 계획과 맞물려 다시 망설임이라는 단어로 날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영화를 볼것인가 아니면 시간을 투자하여 그 곳에 나갈 것인가. 사람들 앞에 서고 싶지가 않다. 그것은 아직은 서투른 사라져감에 다시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일거야.
반갑지도 않을, 그러나 또 싫지만은 않을, 우리 애들. 오늘도 화내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소리지르지 말아야지. 윽박지르지 말아야지. 버거워하지 말아야지로 무사히 넘긴 것 같다. 마지막 타임의 중학생 수업은 그렇게 또 열심히 열변을 토하면서 마쳤다. 문제는, 답안이 없는 경시대회 문제 풀이다. 어렵다. 그것은, 머리를 굴려야 함에 있어 아이들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라는 건 선생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간만에 신은 구두는, 밉상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랫만에 입은 졸업기념의 정장은, 밑단이 너덜너덜 떨어져 나가 참으로 속상하다. 하지만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집을 나설때의 기분이란, 참으로 상쾌하고 상쾌하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의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해야 하구나의 그 나섬이 달라졌기 때문일것이다. 그렇게 시작되고 마감된 오늘이다. 마지막 타임을 마치고 나서는 순간. 핸드폰을 두고왔다. 잽싸게 되돌아가 학생한명에게 부탁을 하고선, 가만히 기다린다. " 선생님 전화왔어요.." 지지징 진동을 하면서 걸려오는 전화에는 역시나 시외전화번호가 뜬다. 시외전화용, 주말용 내 전화기는 그렇게 간만에 울릴라 치면, 다른 지역번호 이거나, 아니면 주말의 간단한 안부전화인 것을. 누굴 탓하리오.
선배다. 내년까지 두고보겠다는 선배. 그렇다고 내가 정말 시집갈 건 아니지만, 저번에 그만두고 싶었음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운동가는 길 내내 통화를 했다. 이리저리 돌려대는 선배에게 대고 " 내 목소리 듣고 싶은데 괜히 핑계댈것이 없었구나?" 하는데 웃음만 나오더라. 선배는 어떻게 알았을까 싶으면서 괜시리 말을 돌린다. 내가 오빠를 너무 많이 알고 있지? 그래서 안되는거야. 하면서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에 다시 한번 듣고있는 귀와 말하고 있는 입과 따로 웃어본다. 이상하리 만큼 이상한건, 그 선배는 그렇지만 밀쳐낼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그 선배는 더이상 오빠가 아닌 선배다.
전화를 끊고, 운동을 하기 위해 도복을 갈아입으면서 전화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을 돌이켜 보니 나도 참 그렇다. 빌미를 내주어서는 안되지. 안되는데..어서, 시집을 가야겠다. 그 선배를 위해서라도.
오늘도 시간이 안맞아 나온 애들이 몇몇 섞여있다. 성인부 타임에는 조용하고 운동하기 편하다. 몇 외국인이 있어 거슬리기도 하지만, 거슬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표정과 몸짓으로만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 뭐 그닥 대화할 거리는 없다. 난 유단자. 그리고 캐롤라인은 이제 배우는 하얀띠 신빙이니까. 유단자인 조셉은 요즘 진검수련에 한창인지라 그리고 그는 한국여자의 남편이니까 어느정도 한국말을 한다는 것에 위안삼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눈빛 대화이거나 짤막한 영단어가 섞인 대화일뿐인걸. 오늘 잘생긴 슈스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뭐 내가 물어볼 수 없으니 그런가보다 해야지. 같은 진도로 수련하는 승균이는 문자를 보냈더니 달랑 몇자로 응수한다. 공부하느라 바쁜가보지 머. 대학생인데. 애들은, 그애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오랜동안 이 도장에서 운동을 한지라, 참 좋다. 거리낌이 없으니까. 쬐그마한 게 참 이쁘장도 하다. 내가 가르치는 애들과 씨름하다가 여기까지 와서 애들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거슬리지만, 역시나 이쁜것들이 운동도 잘하고 멋도 잘하면 이쁘다. 마지막에 잘가라는 꼬마애의 인사는 참으로 고마웠음이다. 그래..내일보자~
목요일. 그런대로 목요일은 볼거리가 있다. 얼마전부터 티비에서 웃찾사를 목요일날 하더라. 그렇지만, 그건 밤에 보면 웃음거리가 되지를 않아. 쟁반노래방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난 잘 웃는 편이다. 그런걸 보면서는. 목이 쉬어버릴 정도다. 돌아오는 길에 비됴가게에 들러 또다시 이젠 더이상 볼것도 없는 비디오 목록을 뒤적이다 하나 빌려왔다. 오늘 볼까 과연. 그러다 늘 연체료 내다가 볼짱 다 보는거지.
그렇게 웃다가 또 웃고, 그러다 티비가 끝나면 다시 이자리에 와서 요즘들어 잦아진 방명록의 글들에게 응수하고. 그러다가 거리가 생기면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이지.
너, 나 우리가 어떻게 살아지던 간에. 각자의 모습이 따로 존재하듯.. 이렇게 마무리 되는 그것이 내일 영화를 보러 갈건지 모임에 갈건지. 어차피 둘다 혼자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망설여봄이 결론일테지. 영화는 2046과 주홍글씨. 두편을 다보든지 아니면 한편을 골라보던지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늘 그맘때에 같이 영화를 보던 그 꼬마가 연락이 되질 않아 조금은 걱정스럽지만, 신경쓰지 않으련다. 무슨사정이 있겠거니 하면서 넘겨봄이다. 그리고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라, 나를 위해서나 그 꼬마를 위해서나. 일단은 답을 내야할, 책상위에 놓여진 문제지들을 보면서, 풀고 싶으면 푸는 것이고 그러다가 말면 음악을 들을 것이며, 그러다 다시 시간이 되면 잠들 것이다. 여전히 침대는 아수라장이다.
다행인 것은, 그런대로 시간이 걸릴지 어떨지 모를만큼의 그 붙잡고 있음이 서서히 윤곽이 들어나면서 씻은듯이 나아가고 있으며. 이렇게 맘에들지 않게 주절거림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습다는 사실.
휴...오늘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또 10월 22일은 온다. 오늘이 지나감은 지난 며칠전과는 다르게 또 순순히 받아들여짐에 다시한번 놀란다. 모르는 것의 연속은 다시 놀람의 연속을 낳아 내게 안겨줌에 그렇게 또 다시 반복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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