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참 우스운, 내 머리속.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5. 2. 13. 17:05

본문

 

시계는, 토요일 오후를 지나고 있으며,

늦은 취침으로 인한 눈의 피로는 여전하다.

참 잠을 많이 잔듯 한데 말야.

어젯밤 디카 메모리 픽쳐카드를 정리하다가, 조그마한 16MB 짜리 카드안에 남겨져 있던,

5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놀라우리 만큼 또 지금과는 다른 얼굴.

또 그건 작년 여름이었다.

언제 여름이었고 가을이 지나, 지금 겨울일까.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또 다를까.

처음에는 그렇게 믿지 않겠다던 사랑 운운하던 것을, 막상 져버린다고 생각하니 또 우습다.

내게도 꿈같던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하고 억울하여 여태껏 붙잡고 멈추지 못했다는 것에,,

다시 또 그렇게 때를 알아야 하니,

그 또한 우습기 짝이 없다.

 

 

"봄" - 이소라

 

하루종일 그대 생각 뿐 입니다

그래도 그리운 날은 꿈에서 보입니다

요즘의 사람들은 기다림을 모르는지

미련도 없이 너무 쉽게 쉽게 헤어집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 오면 원망도 깊어져 가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면 또 기다릴 수 있겠죠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올해가 지나면 한 살이 또 느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대도 그렇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 오면 돌아올 수 있을까요

겨울이 가고 봄이 또 오면 손 닿을 만큼 올까요

그대와 나 사이 눈물로 흐르는 강

그대는 아득하게 멀게만 보입니다

그리 쉽게 잊지 않을 겁니다

 

 

잠들기 전에 귀에 울리던 노래의 가사를 듣자니 이 또한 우습다.

그렇게 다시 겨울지나 봄이오고 나면, 또 올해의 여름이 와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또 달라질까.

나는 이제 다시 무언가를 붙잡기 위한 발악을 시작할테지. 라는 생각을 하니,

역시나 반복되고 반복되어지는 그런 스스로의 일상속 나날들이 참 지겨우리 만큼,

다를게 없다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지나, 여전히 우습다.

어제 광주에 왔다던 후배를 만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머리속에 가득했던 그 많은 생각들.

가만히 보자니 이건 완전히 병이다. 거의 병이 되어버릴 정도의 수준.

그것은, 그렇게 때를 알아야 함을 알려주는 신호였을까.

사진 속에 있던 옷가지들, 펼쳐져 있던 핸드폰까지.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음은,

다를 것 없는 그 속에서 왜 이리도 다르게만 느껴져야 하는걸까. 라는 생각.

내 모습이 또 다르게 변해버렸음은, 남들이 봐도 같기만 한데 그것 또한 왜 그러할까.

일요일. 나른한 일요일 오후. 동생이 공연을 한다고 해서 늦게 나가봐야 할테지만,

솔직히 움직이기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얼마전 내가 한없이 밉상스럽던 그 때. 퍼붓듯이 죄없을 선배에게 욕지거리까지 해댔음은,

차라리 어딘가에 화풀이를 할때가 없어 그러했던 것 아닐까.

나도 모르게 어느새 다가와 시작했던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멈추고 다른 것을 새로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그러하지 못하는 것.

하나하나 전부 우습기만 할뿐.

침을 삼킬때 통증이 오도록 부어버린 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럴때,

몸이라도 아프지 말지. 참 이상하게도 아프기만 해.

참 신기한 것 하나는, 얼마전부터 다시 꾸기 시작한 꿈속이다.

처음에는 초등시절이 나오더니 그담엔 중딩시절, 그러고서 차차 시간순으로 전개되어,

내가 일하는 지금 시점까지 등장하더라. 그것도 내가 거쳐갔던 단체들이나 소속들이 전부..

그렇게 등장하니. 우습다기 보다 어이가 없다.

그래서 이제 때가 된걸까 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듯 하다.

고이 준비한 그 선물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더이상 그만 해야 할테지. 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낫다.

언젠가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싸보내겠다면서, 그 사람많고 많던 시내를 후비고 다녔던,

발렌타인데이 전날이 생각난다. 참 큰 꿈을 안고서 그렇게 정성스레 준비했던 것들도,

다 지나고 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그런 것인데 말이다.

늘 그렇듯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이지만,

이렇게 나른한...일요일 오후. 그저 어제 빌려온 비디오를 보는 수 밖에.

영화라도 한편 볼까 했는데,

이상하게도 언젠가부터 혼자 영화보러 가는 것 마져 꺼려지는 것.

그리고 익숙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조차 머리속에서 떠오르지 않아 발버둥 쳐야 함은,

그렇게..

이제는 멈추어야 할 것 같다.

애쓰지 말아야 할 것도 있지만, 또 그렇게 애써야 할 것도 있나보다.

참..

휴....

'every day.. > 일상, 일상,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그쳐서 일까.  (0) 2005.02.18
비오는 밤.  (0) 2005.02.15
명절.  (0) 2005.02.09
내가 태어난지 8802일째 그날.  (0) 2005.02.07
ㅠ_ㅠ..  (0) 2005.02.0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