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시작해 볼까?
저녁이 시작되고 있는.
토요일 퇴근.
일정에는 원래 있지도 않았을 토요일 퇴근.
옹기종기 교복을 입고서
돌아가는 아이들.
좋아보여.
그리고선 시일이 지난 후에
머리속에 틀어잡힐.
그 관념들이 궁금해져.
가르치는 그애처럼 그런 생각들.
그득해질까.
그러다가 걷기를 시작해.
어스러이 해가 지고 있는 하늘. 참 예뻐.
건너편 학교 건물 아래에는..
아카시아가 벌써 지려해.
아쉬워.
에라 모르겠다. 걸어보자구.
걷다가 문득 핀 아이리스 꽃 한송이 발견.
아.
찍지 말고 또 담아.
내 눈에.
내 눈에 그렇게 고이 담아두어야지.
지나침.
아. 맞다.
그곳이 있었어.
문득 생각해보니 보라색의 아이리스 꽃.
참으로 많이도 피어있는 그 길 생각나.
그 길을 보기 위해..
마져 걸어버리자.
그러던 와중에
수많은 꽃집들을 지나다 보니
내일이 어버이 날이구나.
꽃을 살까?
진정 감사하는 마음이 그것일까?
일년 전 택시를 타고 지나다가 보았을,
아이리스 꽃들.
그리고 다시 일년 지나.
또 그 시기가 되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한 무더기가 아니라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
정말로 많아.
그렇게 일년이라는 시간지나 바라봄.
일년 전.
길가에 피어있는
아이리스 꽃을 보았다는 안부가 생각날.
그리고 점점.
웃음이 잦아져.
그림처럼 찍힌 사진.
참 좋다.
조금은 디카의 부재가 아쉬울 사진.
그래도 좋아.
이제는 조금 시간이 지나.
점점 어둑해지는 파란 하늘.
문득 새벽이 시작되는 하늘이 생각날.
저 길을 걸으면서 내 모습을 찍어보니
잘 찍히지 않아서 중도 포기.
그러다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언젠가 그 시간.
줄기차게 월드컵 경기장으로 향했을 그 때.
지금은 걷는다.
열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의 보금자리를 향해.
어젯밤처럼.
전화기를 들었다가 말아버렸을 때 처럼.
걸음 재촉해.
재촉하는 발걸음 멈춘.
참 예쁜 꽃.
가까이 가서 찍어보아.
사진을 찍고난 후의 기분이란.
어스름 해지는 배경색이 참 마음에 든다.
그 어떤것에 의한 목적이 아니라.
그저 순간. 약간은 세찰 바람에 흩날리는 꽃.
포착. 그 것.
머리속에 그득했을 것들을 길들에 날렸을
전주에서의 그 기분처럼.
뿌리고 흩어내어.
달그랑, 달그랑~
새로산 가방에서 나는 달그락 소리가 참 좋다.
떠나고 있는 듯한 기분.
계속 간직하고파.
바람이 참 많이 분다.
문득.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 생각나.
귓속에서 내내 들리고 있는 노래들도 지나가면서
남들이 보면 웃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가던 중간중간 멈춰서서 사진찍기를 해.
그리고 걷고 걸었던
한시간여가 너무나도 짧아.
걷고 걷다가 지칠만큼
걷다보면 어디에 닿을까.
어디에 닿고 있을까.
무심코 걷다보면
어디까지 갈까.
다 지나치고 다 지나치다 보면
그것들 다 버려질까.
그럼 달릴 수도 있을까.
내일은 무얼할까.
한적해.
우리동네 참 좋다.
이런 곳 있네.
조금만 지나치면.
아파트 가득. 상점들 가득.
그렇지만
건너편에는 이런 곳도 있구나.
해가 이제 완전히 져간다.
바람과 함께 오고 있음이다.
조용히.
시작과 함께 변해가는 하늘.
반복되어지는 하늘.
아.
끝이나고 있구나.
산책이 아니라 걷고 있구나.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
갈 곳이 있다는 건.
그런걸까.
" 바람이 분다 " - 이소라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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