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빛이 없다.
아침의 맑은 공기를 한껏 머금은 그 날.
그날의 사진에는 빛이 없었다. 단지 아침해가 지그시 떠오르고
있는 그 날에는.
비가 온뒤의 신선한 공기만이 그득해. 그래도 좋아. 사진을
찍어보았다.
참으로 가득한 마음에는 오월이 되어서 만이 아니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
귓속에는 Dido 의 Thank you 가
흐르면서...
내 모습. 이제는 찾아볼 수도 없는 내 모습을 가다듬는 충전의
시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그런 떠남이 참으로도 간절하다.
오늘. 목이 쉬어버릴 정도로 달렸다. 내질렀다.
노래도 불러보고. 웃어도 보고. 맘껏 소리도 내지르고.
그저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를 느낀 오늘.
내 한마디에 귀 기울여주고 웃어주고 즐거워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음이 조금은 버거웠을.
그 버거움이 한자리 그득차고 들어앉아서 나는 풀어내지
못했을까.
달려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어디에도 없을 내 모습을 찾아내어 만족하기란 쉽지가
않아.
이제는 더더욱 힘들어져버린 그 찾아내기는 늘 대신하는 음악을 들어줌으로 만족해야
해.
까마득히 짙은 어둠속으로 나를 내몰았던 지난 수개월.
그 어둠속에서 나를 건져내기란 더더욱 쉽지가 않아.
오늘을 뒤로 한채.
사람들은 그 속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은 피곤함을 쉬어줌으로
만족해야해.
언젠가 자리를 잡아꿰고 앉아서 나도 사람들에게 인사할 그때가 있어줄까.
있을까.
무작정 떠나고만 싶어지는 어느 토요일 밤.
그저 드디어 시작된 한산도 해전을 보지 못했음이 아쉬울.
다시보게 된 선배들 속에서 나는.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노래를 불러보아도 불러지지가 않았으며. 술을 한껏 마셔대도 마신 것 같지가
않아.
그것은 어쩌면, 혹시나 하는 행여나 하는 어떤 기대감에 의한
것이었을까.
차라리 조그마한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서 술한잔 걸쳤을 어제의 그 자리가 내
자리일까.
어쩜 오후한켠을 보냈을 같이 일하는 두애의 엄마인 그 선생과의 대화가 내
자리일까.
애들을 가르치면서 소리내지를 그 순간들이 내 자리일까.
내자리를 찾아서 헤매는 일상의, 일상속의 일상.
사람들은 각자의 그 무엇을 차고 앉아서 풀어내고 풀어내는
데.
내가 풀어내는 것들은 진실일까.
가만히 생각해보아. 내 모습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보아.
진심으로 내뱉을 수 있을 내 웃음을 기대해.
그러면서 들어주는 음악들.
아. 진정으로 노래하고파. 달리고파.
떠나고파. 떠나고픈 밤. 오늘의 밤은 무작정 달려보는 푸른 창공의
안개낀.
푸른. 잿빛푸른 어느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램.
나를 까마득히 짙은 어둠으로 내몰아낸 사람들에게 살짝 인사해. 고마와. 너무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