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퇴근을 일찍하고 돌아온 금요일 오후. 자꾸만 덥다고들 하는데 난 괜찮은데. 참 좋은데.
애들 방학이라고 해주는 행사에도 그저 아랑곳 하지 않고 될대로 대라 지난 일과였다.
돌아와서는 한 숨 건드러지게 자주니까 좋았다. 그냥 계속 자버렸으면 좋았을텐데.
속이 좋지 않아 먹지도 못할 닭구시키 먹으라고 깨우는 동생과 엄마가 그렇게 짜증이 났다.
얼마 전에 초복이라고 전통받고서는 잽싸게 엄마에게,
"엄마, 오늘 초복이라네~" 했다가 "지금 그거 챙길때냐?" 라는 핀찬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뭐든지 그렇게 원하는 데로만 돌아가지 않아주는 게 일상이라면 일상일테지.
어쨌든. 금요일 낮에 먹어준 분식들이 더위 때문이었는지 속이 뒤집혀서는 돌아오는 길.
승질 부리면서 약국에 들러 소화제를 사들고 와서는 잊어먹고 있었던 가봐.
왜 이렇게 요즘은 깜박깜박 하는게 많은지 원. 나의 놀라운 그 기억력이 소실되는 듯 하다.
너무나 아쉽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있어줄 법한 일인거야' 라면서 다독거려본다.
그렇게 자다가 일어난 것이 너무나 짜증스러워서 눈물 찔끔 나면서 답답해서는,
괜히 애꿎은 침대 위의 쿠션만 연신 두들겨 패줌이다.
집에 막 돌아와서는 될대로 되라의 나의 행동에 화가 나셨는지 엄마 한 말씀 하시니.
승질이 나서는 괜히 엄마에게 못할 소리 안할 소리 할 소리 구분도 못하면서,
박박, 버럭버럭. 이를 악물고서는 눈물 찔끔해주면서 엄마에게 대들고서 나서는
찬물로 샤워를 하고선 괜히 미안한 마음에 잠에 들었던 것 같다.
시간은 오후 8시. 곧 있으면 운동을 가야할 시간이지만,
그렇게 이상하게 집에만 들어오면 나가기가 싫은게 또 나이니.
그냥 '잠이나 자야겠다' 하구선 잊고 있었던 소화제를 꺼내 먹으면서,
'아! 바보같아, 바보같아' 를 연신 외쳐댔었다. 먹고 잤으면 좀 더 나았을텐데, 그랬을텐데.
그러면서 닭구시키 좀 먹어보라는 엄마 말을 외면한 채로 밀려오는 짜증 어찌할 바 모르니,
아까의 미안함은 쏙 사라져 버렸다. 그 또한 부모와 자식의 어쩔 수 없는 것인건가 봐.
엄마아~미안해요. 흑. 못난 딸을 용서하시길.
그렇게 먹어보라는 엄마의 말을 외면한 채로 짜증 확~ 한번 내주고선, 방에 들어왔다.
침대에 턱하니 엎드려서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하며 터질 것 같은 답답한 가슴이다.
정말 어찌해야만 할까를 되뇌이다가 그렇게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 받고. 조금은 진정이 되었다.
학원일에 너무 치이시다보니 그러신건데 조금만 더 참고 받아줄걸. 에구야.
그러면서 갑자기 맛나다는 닭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소화제 효과도 빠르지 거참-거실에 나갔다.
괜스리 미안한 마음에 뻘줌하게 엄마에게 몇마디 건네니 이번엔 저쪽에서 무답이다.
어쩌냐..말지. 그러면서 닭죽을 한 접시 퍼서는 열심히 먹었다.
"엄마, 죽 맛있네. 진짜 맛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나를 보면서 엄마 아무 말씀 없으시다.
그저 바라보시는 표정. '너 병주고 약주냐?' 의 표정. 불민한 나의 정신상태가 송구할 따름이다.
괜히 그 마음에 동생이랑 몇마디 더 주고 받으니 역시나 나는 못난이가 틀림없다.
그렇게 시간지나 늦은밤이 되어가자 동생을 꼬셔서 맥주사다 먹자고 하여 시켰더니만,
나가기 귀찮다면서 느그적 대다가 이내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유혹은 어찌할 수 없었던 모냥이다.
동생 결국은 수퍼가서 맥주를 사오겠다고 사와주니 고맙고,
하필이면 그 때 아버지가 귀가를 하시는 바람에 자다 일어나신 엄마. 사온 맥주를 보고선,
"너 그래 가지고 어디 살은 빠지겠냐? 그러니까 찌지. 이번 여름에 못빼믄 너 끝장이다."
"나 찌지는 않았는데?" 라면서 천역덕스럽게 대꾸하니 아, 역시나 난 명민하지 못하다.
그렇게 다시 차분해지는 집. 엄마는 안방에 들어가시면서 빨래는 현미가 널겠지 하시면서,
은근슬쩍 임무를 주어주시니, 잘한 것도 없는 마당에 열심히 널어줄 수 밖에.
열심히 빨래 널고 다시 찬물로 샤워를 한 다음에 방에 들어와서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어느새 시계는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을 두드리면서 아부지가 더운데 뭐하냐믄서,
에어컨바람 좀 쐬라고 해주시니 이렇게 고마울데가. 그러면서 나는 얼마나 놀랬게.
널부러져 있는 카스캔하며, 기타등등. 후다닥~ 정리하고선 방문을 열어 열심히 에어컨 쐬어주었다.
펼쳐진 '이순신의 두 얼굴' 이란 책에서는 이순신의 2차 출동. 막 사천해전 이야기가 시작되어주고,
컴터의 윈엠프에서는 영화 '달콤한인생'의 사운드트랙 돌아가준다.
시원하게 아이스커피 한 잔을 타와서는 어제 사온 아로마 향을 피워주면서,
정말이지 그야말로 여유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 여전히 지나는 시간은 내게 참 좋은 시간이다.
난 별로 덥지 않았는데 아버지 연신 거실을 왔다갔다 하시믄서 "덥다 덥다"를 연신 외치신다.
그렇게 토요일 시작되는 새벽을 보내주고 나서는 정리하고선 이순신의 2차 출동이야기를 뒤로,
그 다음의 재미날 출동 후 뒷 이야기를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잠에 들었다.
토요일. 일어나니 아침이다. 조금은 이른 시각이지만, 일어나 앉아서는 무언가 좋은 꿈을 꾼듯해.
마냥 다시 잠에 빠져버렸으니, 아침 일찍 머리를 하러 가려했건만,
역시나 원하는 데로 돌아가지 않아 주는거? 참 우습기 그지 없을 뿐이다.
행사에 놀러가는 것이면서 귀찮다고 난리시더니만, 그러면서 결국에는 나서시는 부모님.
자고 있는 나를 보면서 머라머라 하시는데 내 머리는 베게에 붙어서는 떨어지지를 않으니,
다행인가 불행인가-그 여파로 연즉 깨어있는 것일까-완전 비몽사몽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아부지 들어오셔서는 머리하라면서 3만원을 떡하니 건네주시니.
오 이런 황송할 데가. 잠이 확 깬다. 역시나 돈이란 위대한 것일까? 것참 또한 알 수가 없음이다.
주섬주섬 일어나서는 차라리 점심을 먹고 가는 게 미용실에도 좋겠다 싶어서,
혼자서는 밥을 차려먹고 그대로 상도 치우지 않은 채로 주욱 뻗어주니, 아 역시나 쉬어주어야 해.
그러면서 동생이 방문을 열고 꾸물꾸물 나와서는 혼자서 점심 차려먹고 상까지 깨끗하게 치우니,
고놈 참 가끔 기특할 때가 있단 말이지. 물론 머리하고 맛난 샌드위치까지 사온 나를,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게 말도 없이 나가서는 열쇠도 없는 나의 뒤통수를 쳐주니.
그럼 그렇지. 어째 '니가 기특하다 했다' 이럴 수 밖에.
오후 내내 미용실에 앉아서 간만에 티비 몽땅 봐주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 웃어주기도 하고.
늘 가는 미용실이라 주인 아주머니 참 친절하고, 실내에 있는 덕분에 시원해주고~
머리를 다 하고선 돌아오는 길. 찰랑찰랑 해주는 쫙 펴진 머리에 기분 좋게 걸어서는 집에 왔는데,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는 동생 놈이 때려준 뒤통수 덕분에 담을 넘어,
문까지 따고선 거실에 앉아서는 부득부득 이를 갈면서 동생 몫까지 사온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아그작 아그작 씹어주니 그것이 오늘의 마지막 음식이었다. 내가 먹어준.
그렇지만 그렇게 오후 내내 집에서 혼자서 보내주니 조금은 그 상황이 참 맘에 들어주었다.
티비도 보고 이리 딩굴 저리 딩굴 해주면서 혼자만의 시간 지나는 시간 보내주니 좋았던듯 해.
늘 이렇게 주말이 편안해 준다면 참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 시간에도,
일에 바쁘고 주어진 것에 바쁠 사람들에게 한켠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생겨준다.
두둥~드디어 이순신이 티비에서 한다. 아 얼마나 고대하고 기다렸던 순간이던가.
그런데 오늘 따라 유난히도 러닝타임이 긴 것만 같은 '불멸의 이순신'. 차라리 빨리 끝나기라도 하지.
눈물 콧물 질질 짜믄서 결국에는 기어코 옆에 있는 수건을 들고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엉엉 울어버렸다. 아, 정말이지 주말마다 이게 뭔짓인가 싶다. 하핫.
이제는 하나같이 그렇게 같은 사람들이 되어버린 등장 인물들의 마음에 나도 덩달아 가슴 아파주고.
역시나 끝나면서 하는 한마디는 "아, 미치겠네." 다.
그렇게 한 회씩이 거듭될 수록 속을 태우는 나의 이숭신이다. 몬살오. 왜 그리 바보같디야.
부모님 들어오시고 그렇게 정리하고 방에 들어와서는 다시 들어오지 않는 모니터를 켜보니 된다.
다행이다. 조그마한 모니터가 하나 있어서 바꿔봤는데, 그것은 잘 되어주니 확실히 모니터의 문제였다.
모니터를 사야 하긴 하는데 아직은 그런대로 쓸만 하니 컴터야, 이젠 그만 속썩여라 앙?
그렇게 되어주는 모니터 덕분에 간신히 진정을 해주고선 열심히 방을 걸레질 해주었다. 깨끗하다.
심심해서 티비를 우연히 켰는데 '콘서트 7080' 인가. 배철수가 사회를 봐서 조금은 우습기도 한.
암튼. 그 프로에서 이승철이 열심히 열창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미용실에서 예고편을 본 것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도 나온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열심히 보아주니,
아! 역시나 간만에 들어주는 김종진씨의 목소리 가슴 한 켠 울려줌이다.
언제나 멋진 그들이다. 열정이 사그라들지 않아주는, 순간에 불과하더라도 그 모습.
이 노래가 들어있는 앨범을 사면서 문득 선배에게 선물을 해야겠다 싶어서 하나 더 샀던 기억이난다.
난 뭐 그렇게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던 기억만 가득한지 모르겠다.
누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셀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또 받은게 많지 않아서 일까. 그렇게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으면 쉽사리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난 여전히 아직도 선물하는 게 좋아.
그 대상이 누구가 되었든지간에 건네는 게 무엇이든지 간에 주는 것이 기회만 된다면 좋아.
난 언제나처럼 그렇게 마음 한 껏 담아서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이 참 좋다.
오래토록 책상 서랍에서 자리잡고 있는 그들의 앨범을 간만에 꺼내서 들어봐야 하나 보다.
아 '한 잔의 추억' 생각나주고. 어쩌면 곡을 이리도 잘 만드는지. 좀 전에 그 티비속에서,
'어떤이의 꿈'을 들으면서는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아, 점점 열기의 도가니탕이 되어가는 방이다.
그러면서 여전히 머리는 찰랑찰랑 한껏 기분 업~시켜주고..깊어가는 일요일 새벽이다.
그리고 여전히 지나주는 시간들이다. 그러면서 시계는 땡! 3시를 가르키고 있다.
(사진은 이맘 때 즈음의 춘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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