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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쁠 것 없이.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5. 9. 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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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일어난 주말 일과.

무슨생각이 그리 골똘했었는지,

해야 할 일도 밀쳐둔 채,

일어나보니 컴터는 켜져있고, 음악은 그대로 흘러나와 있고,

책상은 널부러져 있고.

맥주 한 잔에 그리 잠들어 버렸나. 아님 고민거리 없어 편히 잠든걸까.

그렇게 겨우겨우 고비를 넘겨 수업을 마치고선,

엄마와 함께 보낸 토요일 한자락.

늦은 시간 약속도 미루고선-실은 자다가 일어나보니 넘 늦어서 못지키게된 약속이지만.

친구와는 다음 시간을 정해두고선 그 때 만나기로 하고,

계획했던 마음은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날테지 하고 있다.

지난 동호회 사람들에게 그저 인사 한 번 제대로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서 였는데.

아까 그 분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야.

마지막이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병문안을 다시 한 번 다녀오고,

뭘 먹을까 고민고민 하다가 엄마와 함께 찾은 곳은 쌈밥집.

정말이지 배터지게 연신 먹고선,

기분 좋게 시작된 오후.

엄마와 함께 돌아와서는 그렇게 내내 뒹굴면서,

같이 웃으면서 이 말 저말 하면서 티비도 보고. 쇼프로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커피도 같이 한 잔씩 마시고.

그러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버린 시간.

몸이 조금 좋지 않았던 것이 이어졌던지,

일어나보니 땀에 흠뻑 젖어서는 그렇지만 개운했던 잠.

엄마가 나중에 한 말씀 하신다. 우리 딸 또 밤에 잠 못자겠다고.

"그래도 잘자요~~~^^"

그렇게 오후 시간이 지나고. 주말이면 가끔씩 걸려와주는 전화들에 대꾸하고.

새로 산 옷이 도착하여 입어보면서 엄마와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고.

저녁이 되고. 엄마와 같이 저녁을 또 먹고.

아버지가 안계신 오늘 같은 시간은 이렇게 보내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전부다 이야기 하지는 못하지만 엄마는 엄마대로 하고픈 이야기 주절주절.

그러다가 나도 같이 주절주절.

티비를 보면서 저건 어떻네 이건 어떻네 주절주절.

그렇게 아웅다웅 엄마와 같이 뒹굴면서 보낸 주말의 시간이 참 고맙기만 하다.

이젠 한층 더 편안해진 내 자신 스스로에게도 참 고맙다.

시간을 내어 방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서 이렇게 시간을 보냄이 말이다.

물론 다시 이렇게 내 방에 돌아와 앉으면 또 다른 나이지만,

오늘이 다 지나도록 엄마와 같이 이야기 하고, 서로 안마도 해줘가면서,

같이 그렇게 엉겨서 한 장소에서 잠들어 본게 얼마인지 참 오래도 된 듯 하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매주 이렇게 집을 비워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또한 한번쯤은 있어주는 시간이니 나쁘지 않는 듯 하다.

하루종일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터질 지경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으니 괜찮기도 하고.

난 어렸을 때 부터 아주 그러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늘 부모와 참 다정하게 보내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면 부러웠는데,

나도 이제는 가끔씩이지만 그럴 수 있다 이 말씀이시다. 쿡.

멀리 가있는 동생도 한 몫을 하는 겐가. 그런듯 하다.^^; 동생아 미안.

혼자만의 특별한 어떤 시간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무언가를 알아가면서 지날 수 있으니까.

그래. 나쁘지 않아.

내일 다시 잊혀지는 순간이 되더라도 말야.

좋은 밤. 그랬음 좋겠다.

 

 


 

 

역시나 비온 뒤의 멋진 하늘.

더 좋은 것 아니겠어?

비 오는 것 말야.

순간 지나고 말 구름들이지만,

언제고 다시 비가 와주면

그렇게 찾아와 줄테니까.

멋진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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