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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일과. 그리고 회상.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5. 12. 1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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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게 시작한 일과.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해도 잘 일어나지지가 않는 요즘.

그렇게 허겁지겁 약속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에,

대강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간 자리.

회식겸 해서 먹은 고기가 탈이 났다.

하긴, 일어나자 먹은 것이 기름진, 그것도 자주 먹지도 않아주는, 고기였으니.

난 강호동이 아니니. 탈이 날만도 하다.

괜히 아픈 핑계로 애들에게 승질 부리다가,

이내 괜찮아져서는 다시 싱글벙글 하다가는..

곧 또 장난을 심하게 쳐서 애 한 명을 울리고야 말았다.

다시 보듬어주고 다독여주니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나저나 나는 참 문제가 많은 이가 틀림이 없다.

거기에 또 얼른 상황 전환의 센스가 있어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던가.

나중엔 이게 히스테리가 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고 의심스럽다.

우리 선생님은 기분이 좋으면 마냥 좋고 좋지 않으면 엄하게 무섭다면서,

기분파라는 이야기 일테지만,-뭐 틀린이야기도 아니다.- 요즘의 나의 근무태도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해보았다. 아주 잠시지만 그렇게.

애들이 시험을 잘봐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애를 쓰기는 한 편으로 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난히도 중등, 초등부가 시험이 겹치는 바람에.

그렇게 얼렁뚱땅의 내 근무태도가 스스로 한심스럽기 그지 없다.

시험을 잘 보던 말던 너네 탓이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그 와중에 몇몇 아이들이 시험을 잘 봐주어서 그나마 다행인 듯 하다.

정말 진심으로 가르치는 일이 즐거워서 하면 모르겠으나,

내가 원하는 바의 가르치는 식은 이것이 아닌듯도 하다.

그래서일까. 실수도 잦고, 어리버리에 하여튼 이건 완전 빵점 선생이다.

언젠가 엄마가 농담으로 나는 어떤 선생이냐면서 직원 평가를 해달라 했더니만,

개떡같은 선생이랜다.

웁; 엄마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올 줄은 차마 몰랐다.

하긴 그것도 최고의 평가라 여겨 마지 않는다.

처음에는 정말 잘해야지 하면서 했던 것이 늘상 그렇듯이 처음의 마음은 결국에는.

무뎌지고 무뎌져서 그렇게 되기 마련이니까.

차라리 고모 말처럼 엄마 밑이 아니라면 또 모르겠지 싶다.

암튼 그러고서는 잠시 쉬는 시간에 책이고 뭐고 해야할 복사물이고 뭐고,

널부러져 책상 위에서 잠시 엎드렸다.

간만에 너무 포식을 한듯 하다.

그리고선 오늘의 애들 학습은 엉망에 엉망이 되었다.

기어이 한 명더. 늦었다면서 울음을 떠뜨리고 만다.

이건 무슨, 나는 늘 그렇지만 선생이 아니라..머라해야 할지..

잠이라는 거이.

오늘 영어샘하구두 이야기 했지만, 올 때는 한없이고,

안올 때는 또 한없이인듯 하다.

그건 그렇고 어여 정신을 차려서 이 일에 매진해야 할 듯 한데, 잘 되어줄지 모르겠다.

여전히 모든 것이 미지수다. 미지수.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그 무엇에 지쳐버린 것인지 의욕의 상실인지..

가늠하기조차 힘드니 말이다.

난 아마도 정말이지 머릿속에 틀어박힌 것들이.

정상이 아닐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엄마에게도 살짝 이야기 했지만,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미치지 않고 사는거이 미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제 새벽녘 문득 들었던 생각들에 잠시 사로잡혔다가 영화를 보고선 잠에 들었으며,

잠든 것이 분명 다섯시인듯은 하다.

조금더 일찍 자봐야 겠다는 생각이 사로잡힌다.

오늘의 마지막. 사진을 보면서 문득 지나간 그 때의 글을 회상해보면서, 살짝 지나치는 생각.

그게 그렇다. 이제는 그 무엇도 아닐지언정,

당장의 문제는 근무태도다. 근무태도!!

한가지 더.

회식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선생들이 무슨 성형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나는 그런건 생각도 안해보았다구 끼어들며 한마디 하니,

나더러 나는 얼굴도 계란형에 고칠데가 없으니 그런거라면서 타박을 한다.

글세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르지만, 내가 그런가? 하면서.

문득 스치며 거울을 한 번 슥 쳐다봄이다.

난 절대 내 얼굴이 계란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그렇다 생각해보지 않았으니,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얼굴형도 변한다던가? 거참 아리송 다리송스럽다 하겠다.

그러면서 마셔주는 커피. 두 잔째.

회상 한 자락에서 이 모든 것이 지난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분명 무언가 화가나고 궁금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는 나인 듯 하다.

집에 돌아와선 방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옷장을 말끔히 정리하면서,

갈기갈기라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어제의 그 순간에 드는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살며시 스며드는 그 갈기갈기의 기운이다.

나를 갈기갈기 찢어 내고 싶음의 기운.

무언가 정리해서 하고자 했던 것들을 목록으로 책정하여 이것저것 해야하는데 생각만 그득할 뿐.

정작 지나고 나서야 알아차릴까 두려운 시간이다.

그리고선 지나침은,

간만에 맘편하니 올리는 무턱대고의 글인듯 하다.

 

 

(사진은 예전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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