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너무 일찍 잔 탓인지.다시 시작된 반복의 주기일까.
아니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주구장창 주말 내내 이불 속에 있었기 때문일까.
고작 세시간여를 자고선 눈을 떴다.
다시금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언제나처럼 다시 잠이라는 건,
어느 새 저만치 가있는 듯 하다. 아마도 주말 내내 잠이라는 걸 너무 몰았나 보다.
아프다지만 깊게 잘 수 없었던 관계로 더욱더 피곤하기만 했었던 듯 하다.
전날 친구들이 내게 건네준 소중함의 기운 덕일까.
아침에 나서는 길이 버겁지가 않다.
걱정했던 출근의 여부는 다행히도, 주말에 아픈 덕에거뜬히도 자리를 박차고 나설 수 있었던 듯 하다.
미역국을 그래도 먹어야 한다시면서 새벽에 아버지의 긴 외출 준비덕에 늦게 기상하신 엄마는,
그 와중에도 서둘러서 미역국을 끓여 주신다. 역시나 어머니의 위대함을 다시 느끼는 바다.
실은 이렇다. 작년 생일 날. 미역국을 못 먹었다고 성화에 성화를 내내 부렸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도 성격상 어쩌실 수 없는 바. 아마도 기억을 하고 계셨던 듯 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해엔 미역국은 먹어야 한다 여기셨나 보다.
밥 한그릇을 후딱 비우고선 조금은 느그적 느그적 출근을 했다.
선생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밥 당번은 내가 제일 첫 주에 한 관계로,
출근을 하면 늘 분주했는데, 오늘은 참으로 한가하다. 어느새 오전에 날아온 문자 메시지들.
현우야 고마워..^^. 준현인듯 한 메세지도 참 고맙다.
유난히도 올해엔 생일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참으로도 많다. 며칠새에 그새 문자함이 가득 찬다.
늘 새해가 시작되고 하루가 지나면 찾아오는 생일 날엔 그냥 별 일 없이 지나곤 했는데,
해가 지나면서 같이 해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때로 케잌에 초를 꽂고선 축하를 받곤 하게 된다.
시간의 지남. 흐름이라는 것이 그러한 듯 하다.
그 핑계를 삼아 늘 춘천이라는 장소에서 보내는 것이 의례껏 되어버렸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언제부터인가. 생일날에는 오늘처럼 그렇게 혼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사태(?)가,
이어져감이다. 방학이라서 학원은 여유롭게 지나는 편이다.
애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주기가 일정한 편이라 그런 듯 하다. 학원일이라는 게 늘 그런다면,
이 돈을 벌면서 충분히 할만도 한데. 평소에는 시간도 일정치 않고, 시험 때면 정신없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원이라는 곳은 분주하기 마련이다.
여유랄 것도 없이 방학 동안에는 예습이라는 걸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맘이 편치가 않다.
새로운 것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이라 함은 쉽지만 않기 때문이다.
잠깐 짬이 많이 생기는 방학 시간 와중. 여기저기서 연락들이 왔다.
생각치도 못했던 친구에게서 생일이라면서 연락이 왔고, 그저 고맙다고 할 밖에..^^
이번에는 잊지 않고 제대로 챙겼다면서 좋아라 하는 친구에게 화답을 했다.
너무나 많이 아파버린 탓에 어찌할 수 없는 나에게 얼른 나으라면서,
아픈 건 안된다고 내내 이래저래라 걱정이다. 고마와 순지씨..
장난스레 메세지를 건네는 고 오빠에게도 고마움이다.
더불어 수업하는 중에 날려준 영어샘의 센스만점의 문자까지 하하하. 고마움이다.ㅠ_ㅠ.
순조롭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 중등 파트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몇 되지 않는 애들 중에서도 달랑 두명만 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녀석은 원래 늦는다치고,
나머지 애들은 분명 와야 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오지 않아주니 슬슬 화가 났다.
고 녀석이 도착하자마자 승질을 부리면서 손들고 서있으라 하니 아무말 없이 손을 든다.
이내 곧 나머지 아이들도 속속들이 도착한다. 손을 들라고 하니 고 조그만 손으로 슬그머니,
손을 들기 전에 옆에 케잌 상자를 내려 놓는 게 보였다.
아마도 요놈들이 내 생일이라면서 케잌을 산다고 늦었나 보다.
나도 사람이거니와 어쩔 수 없이 이내 마음이 풀어지고 말았다.
언제 내가 케잌 사달라고 했냐면서 성화를 부리니 곰새 꺼내놓는 선물 꾸러미들.
결국엔 웃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 그래 고맙다. 가끔씩 늦을 수도 있지 뭐." 하면서 말이다.
방학이라고 헤이해지지 말고 제깍 제깍 잘 알아서들 하라고 타이르면서,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케잌을 먹게 되는 순간이 되었다.
늘 케잌조차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생일 날과는 다르게 정각에 날아오는 친구의 메세지나,
축하 메세지. 그리고 분에 버겁게도 케잌도 몇 개나 받아먹게 됨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수업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다녀가신 외할머니의 케잌까지. 와우 올해 참으로 복도 왕창이다.
역시나 할머니에게 건네진 금일봉이 최고였던 듯 하다.
병원에 가야 하는 탓에 조금 일찍 수업을 마치고선 서둘러서 택시를 타고선 병원엘 향했다.
때 맞춰 광주에 돌아온 동생에게서 축하 메시지가 날아왔다.
동생 녀석도 머리가 조금 찼다고 누나 생일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니.
시간이라는 게 고맙게까지 느껴진다. 우연찮게 날아온 선배의 신년 메세지에.
"에 고작 그게 뭐예요. 생일 축하 한다구 해줘야지." 라고 답을 보냈더니, 이내 곧 전화가 걸려왔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통화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고마움 느끼는 바다. 고마와 장우선배.^^
병원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집 근처 옷가게에 들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지를 사야 하는데 늘 미루고 미뤘던 것이 일찍의 퇴근 덕에 해야 겠다는 게 하필 오늘이었다.
혼자서 옷을 고르는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살짝 전화를 걸어 같이 저녁이라도 할까 했던
친구의 일과가 맞지 않아서 그렇게 늘 처럼 혼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뭐 조금은 생일날 혼자서 옷을 산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뭐 어때 나만 즐기면 되지.
혈관 주사를 맞은 덕에 약기운이 곰새 퍼지는 듯 하더니 몸이 가뿐해지는 듯한 기분이다.
내 얼굴이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지 자주 들르는 가게지만 딱 한 번보았던 점원 아가씨가,
가게에 들어서는 날 기억해준다.
"어머 기억하시네요." 했더니 세상에나 되돌아오는 말 봐라.
"박지윤 닮으셨거든요. 그래서 기억이 나요."
참으로 우습기도 한 것이 그 말이 처음 듣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근데 정말 닮았어요?" 물을 필요도 없이 잊을만 하면 정말 닮았다면서 말해주는 점원아가씨.
내 덕에 이것 저것 옷을 골라오느라 고생한 아가씨가 참으로 고맙다.
그러면서 정말 닮았나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필요한 옷 이것저것들을 사면서 결국엔 할머니가 주신 금일봉을 써야 했다.
이구 우리 할머니를 누가 말려요. 생일이라고 또 돈을 빳빳한 신권으로 주셔서는 쓰기가 아쉬웠다.
오. 그리고 마지막에 생일이라면서 사은품을 덤으로까지 주니 기분 대빵 좋음이다.
바지를 사면서 턱없이 다시 쪄버린 살 덕분에 땀 꽤나 흘르면서 절망하긴 했지만...ㅠ_ㅠ...
이것 저것 옷을 사면서 계산을 하려는데, 동생이 선물을 사겠다면서 문자가 왔다.
"누나 사이즈가 뭐야? " 농담삼아 그냥 양말이나 몇 켤레 사던가 내복이나 사주던가 했더니,
그새 내복을 사러 간 모냥이다. 전화를 걸어 확인해봤더니 옆 속옷 가게에 있는 듯 했다.
얼른 옷을 꾸리고선 동생과 함께 기분 좋게 선물을 고르고 덤으로 양말까지 하하핫.
올해는 아부지가 백화점 상품권을 다 주시고 엄마는 신발도 사주시더만, 동생까지 복 터졌다.
절대로 흔치 않은 일이거늘. 으하하하.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받고, 제자들에게도 받고.
이날 이때 껏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렇게 좋을 때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여기 저기서 선물을 받는데 막 감동에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것이,
나도 이제는 철없이 마냥 들뜨기만 하는 나이는 지났나 보다.
어쨌든 그렇게 지나는 밤 시간에 결국에는 먼저 밥을 먹어버린 동생 덕분에 혼자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다. 동생 녀석은 미국에서 귀국한 친구가 자기를 찾아왔다면서 나가봐야 했기 때문에.
김밥이라도 사다 먹어야 겠다고 잠시 외출하는데 왠걸.
가게에서 김밥 싸는 동안 기다리는 와중에 친구 한 명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아마도 나는 올 한 해 내게 걸려올 전화가 오늘 하루동안 다 온 듯 하다.
집 근처에서 사는 친구가 혼자서 저녁을 먹는다니 안타까웠는지 조금 일찍 연락좀 해보지 그랬냐면서,
생일을 축하해줬다. 고마워 효정씨.^^
김밥을 절래절래 흔들면서 들고선 집에 돌아오는데 또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 길에 집 근처를 지나는 친구가 맛난걸 사준다면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파서 생일 파티고 뭐고 어쩔 수없다고 하니 얼굴이라도 보여주라면서 잠시 만났다.
조금 허름하고 심난한 내 모습이지만 그런 것 다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내심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집 근처에 이럴다할 만남의 장소가 없기에 잠시나마,
편의점에서 만나 아주 잠깐 동안의 이야기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이래저래 이야기 하다가
눈에 띄게 모과차 한 병이 눈에 들어와서 요고 맛나겠다 하더니 비싼데도 턱하니 사주는 친구.
덕분에 지금은 맛난 모과차를 먹으면서 타자를 치는 중이다. 숙자야~ 고마브~~^^
집에 돌아와 그래도 혼자선 안된다면서 친구와 같이서 밥먹는 걸 지켜보고 나가겠다는 동생.
맛나게 먹으라면서 외출을 한다. 텔레비젼을 보면서 맛나게 김밥을 아그작 먹고,
정리를 하려던 순간.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전화가 한통 더 걸려왔다.
유난히도 연말이 되면서 울리는 벨소리. 그러니까 그룹별로 지정을 해둔 벨소리가 있는데,
평소 잘 울리지 않는 그 그룹들에게서 전화가 자주 걸려옴이다.
놀라서 발신번호를 보니 +_+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전화기를 손에 꽉 쥐고선,
받을까 말까 아주 잠시나마 고민을 해야 했던 발신번호.
"여보세요."
"생일 축하한다."
"어 고마워..근데 어디야?"
"집.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하려고 전화했다."
"응. 전화해줘서 고마워."
"그래. 그럼 이만 끝."
아주 짧은 통화였다. 근데 엄청나게 긴 통화같기만 했다.
말하는 중간 중간에 텀이 조금씩 있었기 때문일까. 전화를 끊고선 한동안 멍~했다.
더더욱 생각도 하지 않았던 전화.
전화기를 붙잡고선 그리 멍하게 있다가 틱 하니 전화기를 침대로 던졌다.
화장실로 향해 씻으려던 순간. 다시금 이내 튀어나와서는 전화기를 들고선.
문자를 하나 보냈다. 그저 고맙다는 말로. 기억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문득 갑자기 고맙다라는 말이라도 다시금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화다닥 서둘렀다.
어떻게 그랬을까. 갑자기 순간의 의문이 스쳐갔다.
당연한건지도 모르지만, 걸려온 전화에 무언가 경직되어있는 듯한 목소리에 그저 웃음으로,
고맙다는 말밖에 연신 뱉지 못했음에 그리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전화의 흔적을 보니 통화시간 22초. 순간 조금 전에 먹은 저녁의 김밥이 뒤틀리는 듯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참으로 긴장을 했었나 보다.
그러면서 불편하지 않았기를. 내가 다시 사정을 바꿔 전화하기 전의 사정이 되어본 듯 했다.
고마워. 은희언니. 말했던 것 처럼 정말이지 올해 최고로 이쁜 신부가 되길.
아주아주 짧은 시간동안 너무나도 많은 일이 스쳐지난 듯한 생일 저녁이었다.
올해는 뭔 복이 대빵 터졌는지 원.
아파서 주위에서 생일 파티하자고 했음에도 하지 못함이 아쉬운 날.
유난히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서는 축하를 받고 나니 날아갈듯 해야 하는 내가.
이런저런 감정없이 그냥 멍~할 뿐인 내가. 무어라 표현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것이.
차라리 아팠기에 망정이지 아마도 멀쩡했으면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이래 저래 사설을 늘어놓았을지도 모르는 나였을거란 생각에.
맘 속 깊이 담겨둔 말이라도 뱉어냈을지 모를 오늘에 다행히도 그러지 않고 지나게 해 준.
고것의 의미로다 여겨지니. 아마도 올해 운이 대통하려나 보다.
엄마는 지나는 말로 그동안 내가 한 것이 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하신다.
그런거라면 참 고맙고 다행인 것이다.
내가 그래도 인생 스물 다섯해를 헛되게 살지는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스쳐감에.
아, 그래도 실패한 인생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스치니.
아하하하핫. 혼자서 저녁 먹은 보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생일 날에는 시간상 기차를 탈 수가 없어서 늘상 있는 생일 파티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라인 동호회 분이 전화가 걸려와서 생일 축하한다면서 회를 사주던 적이 생각난다.
혼자 먹은 떡볶이가 정말로 아쉽고 그러던 와중. 얼마나 다행이었던지라면서 좋아했었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혼자서 저녁을 먹은 보람을 톡톡히 한 듯 하다.
우연 찮게 잠깐의 외출에 집 근처 살고 있음에도 보기 힘든 친구도 잠깐 보고.
선물도 받고. 하하하핫. 전화도 몽땅 받고. 오늘 전화기 밧데리가 밤께는 다했음이다.
잠시의 멍함을 다독이기 위해 전화를 건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건네준 승희까지.
ㅠ_ㅠ. 아 어쩌면 너무나 행복에 겨워서 분에 넘치는 소리를 하고 있는 지금의 나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블로그에도 넘쳐나는 생일 축하의 메세지들.
그저 오늘 밤에는 고마워 고마워를 연신 외치면서 잠에 들어야 할 듯 하다.
실은 아직 휴대폰에 메세지들을 확실하게 확인도 채 하지 못했는데.
엄마가 휴대폰을 학원에 두시고 오신 바람에 알람이 필요하기에 내 걸 대신 큰 방에 두고온 관계로
확인 할 길이 없다.
이만큼으로 충분히 나라는 사람이 다른이에게서 사랑 받고 있음으로,
지나는 생일 날이다. 극히 드물게도 유난히 이번 스물 여섯과 일곱 경계의 생일 날.
주위에서 당연히 요맘 때면 어딘가로 훌쩍 떠나는 나이기에 그런줄만 알고 있던 이들이.
다시 시간이 흐르면서 바뀐 나의 패턴 흐름을 그리 인지해주기에 눈물겹다.
아마도 나는 철저히도 중독되어 가던 중이었나 보다.
이 모든 것이 곁에 함께 했었음에도 인지 하지 못했기 때문에 받은 것들이었나 보다.
나는 어른아이다. 한없이 어리고 여리기만 한 아이.
자 이 기운 몰고 휘이고~ 휘이고..좋은일이 그득해주길. 그래주길.
(사진은 예전 네이버 포토갤러리에서. 크기만 수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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