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해의 뉘엿뉘엿.
이 시간 참 사진 찍기 좋다면서,
닥치는 대로 일단은 찍어보자로 시작한 사진들.
참 좋은 동네 산다고 극찬을 하게 만들었던,
고단하고 알 수 없을 시간들을 잠시 쉬어감의 순간.
곧 있으면 저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테지.
오늘이라는 시간을 마감하기 위한 해의 넘어감의 흔적.
불빛이 들어오기 전의 시간을 채워주는 햇살.
그림자도 밟아보고,
멀찌감치 내다보이는 풍경.
모델이 되어주는 무수히도 많은 나무들.
그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 사는 풍경.
누구는 이 시간에 무얼할까?
이제는 사그라든 낙엽들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봄이 오는 듯.
마냥마냥 좋아서 계속 찍어대는 순간들.
봄이 곧 오긴 하려나보다.
져가는 햇살이 점점 무거이 느껴지는 시간 속.
저 멀리 뿌옇게 보이는 산의 능성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듯.
널찍하게 뻗어있는 산의 줄기.
아직은 깨끗하게도 옷을 벗고 있는 나무들.
햇살 받고서 이제 곧,
고이고이 봄이 옴을 알려줄테야.
잠시 앉았다 갈까요? 의 제목을 붙여야 한다는 사진.
짧디 짧은 쉬어감의 시간을 마무리 짓는 걸음.
기념으로 한 판 찍을까? 그림자 찍기 놀이.
햇살이 서서히 넘어가는 시간 속의 가벼운 걸음.
무언가를 담아냈다는 게,
만족스러움으로 내려갈 걸음의 길목.
역시나 내려가는 길은 오를 때의 버거움 후에 있어주니,
참 기분 좋다. 그렇지?
여느 때처럼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도착한 역.
저기가 바로 내가 갈 목적지.
내가 올라타야 할 기차는 광주행 KTX 233호.
한적하기만 한 기차를 기다리는 플랫폼.
이제 서서히 바람이 차다.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갈 사람들.
돌고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의 마지막 발걸음.
기차는 언제오나?
친절하게도 창가쪽 자리를 예약한 덕분에,
자, 기념으로 한 방 찍어볼끄나.
잠시의 정차 후에 다시 슬슬 달리기 시작하는 기차.
이제 정말로 돌아갈 시간.
무엇으로 보낸 시간이었을까.
토요일의 시간은 무엇을 위한 시간으로 보냈던 시간일까.
다시 있어주지 않을 시간이 될지도 몰라. 아니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아침. 서둘러서 정해지지 않았던 시간을 뒤로 하고서 몸을 실은 곳은 대전이다.
늘 나에게 멋진 사진들을 제공해주는 고 후배가 사는 곳.
피곤한 모습과 지친 나의 모습을 위해서 충분한 쉬어감의 시간이 되게 애써준 후배에게.
역시나 너밖에 없다 사랑한다를 외쳤던 나다.
멋진 사진들을 찍고 또 찍으면서 보낸 푸근했던 하루.
돌아와보니 이건 왠 것이더냐. 어찌 내가 사는 곳이 더 춥게만 느껴짐이다.
이제는 정말이지 다시는 없어줄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봄이다.
'그래 이젠 정말 끝이다'라고 외쳤던 것은 이미 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버리지 못했던 나의 성향.
이제는 늘 깨어서 두리번 거렸던 기차 안에서는 오히려 정신없는 잠에 빠져들어 보낼 뿐이다.
처음 설레였던 마음으로 나섰던 그 곳에서 그 시간들의 끝으로 마무리 한 듯 하다.
지금까지의 내가 살아 지내왔던 시간들.
그 무수한 시간들이 너무나도 잘못 되어졌음을 재 확인했던 외출의 시간이었던 듯 하다.
불편한 차림의 복장에 할 건 다하고 다니면서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들이.
다시 언젠가는 생소로움이 되기를.
갈때까지 다 갔다, 이제는 끝장 다 본 것 같다 여겨지는 순간들.
나의 행동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일까의 생각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듯 하다.
연속되어지는 생각들로 나의 존재가 한없이도 가볍게만 느껴질 뿐이다.
그 누구가 되었던 내가 너에게, 또 다른 너에게 보여주었던 행동들이나 함께였던 순간들은,
그저 그 순간일 뿐. 별 의미없이 지나는 시간 속의 나다.
이제는 주어진 것은 무엇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음의 일상으로 지나줄 나날들.
기억이라는 구조가 재 편집되어 그저 순간의 기억들에 불과할 나날들.
꿋꿋하게 달려 나가야할 또 다른 시작이 되어줄 나날들.
행복해지리라, 나아지리라 여겨지는 달림이 아닐,
그냥 저냥 살아가는 일상이 되어줄 내 앞에 놓여진 나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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