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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3. 2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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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그 때 그러했었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들인 듯 하다.
오늘의 마지막 일과를 돌아보던 와중에 잠시 스쳐가는 생각으로 그러한 생각이 지났다.
그동안 미련하게도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었던 것들에게
너무나도 많이 머리를 내어준 듯 하다.

 

요 며칠간 필요 이상으로 계속되는 잠의 설침.
가끔씩으로 그 수위가 어느 경계를 넘어서면 그 때부터 나로부터의 분리가 시작된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실행에 옮기고 나면, 아주 나중에서야 내가 그러했음에 후회하기 마련.
요즘은 다행히도 알콜이라는 걸 멀리하다 보니 그 경계가 넘어설 즈음의 수위가 되는 일은 잦지 않다.
또한 그 경계를 스치는 순간이 되더라도 스스로 잘 다독일 수 있게 된 듯 하다.
그 언젠가의 시간에 다시는 그런 시간이 내게 없어주기를 간절히 바랬던 탓인 듯도 하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자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일은,
그저 습관성에 불과하다 여기면서 넘기고 넘기는 요즘이다.

 

오늘은 일찍 서둘러서 나서는 길에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분명 비가 아니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당에 자리잡은 엄마가 봄을 맞아 사다두신 꽃 화분들 사이로 분명하게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길의 광경은 따스함이 햇살이 내리쬐는 사이로 날리는 흰 눈발들은 놀랍기도 놀랍다.

곧 4월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보이는 풍경은 몇 개월 전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어느날의 풍경 같았다.
다른 것이라곤 그저 동네에 유난히도 많은 봄꽃들의 풍경.
노란 개나리들이 벌써 예쁜 꽃들이 져가면서 녹색의 싹을 틔우고 있는 광경이다.

 

자꾸만 집안의 분위기 탓인지는 모르지만 집에 있으면 알게 모르게 불안감이 휩싸고 도는 듯 하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의 섬뜩함. 집안으로 들어오려 한듯한 시도들의 흔적.
그런 것들이 언젠가부터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일과를 시작하기 전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이 살짜금으로 공포스러울 때가 더러 있는 듯 하다.
집이라는 건 편안함과 쉬어감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는 듯 하다.
빨리 이 느낌이 사라져야 할텐데 말이다.
그러한 와중에 요즘은 잠을 자다가 일어나게 되면 그 의문이라는 게 새록새록 살아나는 듯 하다.
아주 잠깐으로 어제 새벽께 역시나 어김없이 5시가 지날 즈음에 눈을 떴다.
분명히 몇 시간 전에 잠에 든 것이 확실한데,
그럴 때면 느껴지기에 불과 몇 분전에 자려고 시도한 듯 하다.

 

아리송하면서 드는 기분에 침대 맡에 있는 휴대폰을 열어보면 시간은 어느새 해가 뜰 즈음이다.
그렇게 시간이라는 걸 확인을 하고 나서 그제서야 주위가 환해지고 있음을 인식함이다.
깊이 잠에 들지 못함은 그동안에 주욱 가져오던 습관들 때문이라지만,
마음이 한결 나아진 요즘에, 그 의문이라는 것들 조차도 그저 묻어버리는 요즘임에도.
잠에 파묻히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그런대로 일찍 잠들기도 어찌어찌 잘 되어가고 있으며,
습관처럼 방에 틀어박혀 지내던 모습들도 줄어들어 가고 있음에도, 갑자기 바뀌는 습관들 탓일까.
그저 무언가 바뀌기 위한 과정이라 여기지만, 참으로 알 수 없음이다.
무엇이고 알 수 없음은 여전한 것인가 보다.

 

차라리 눈을 떴을 때 활동을 해버릴까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자신이 버텨내지 못할테니.
선뜻 그러기도 쉽지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서너시간을 자고서 하루 일과를 버티겠는가 말이다.

 

아주 많은 생각들이 스치면서 어제의 깨어남은 5시가 넘어설 즈음에 시작되던 빗소리.
그 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다 스스로 결론 지었음이다.

깨어남의 불안감을 삭히고자 틀었던 MP3 Player에서 나오는 음악들.

한 곡이 끝나고 다른 곡으로 넘어가면서 잠깐 생기는 공백 사이로 갑자기 후두두둑 소리가 들렸다.

얼마나 반갑고도 반갑던지 말이다. 눈물이 날 뻔한 순간이었다.
간만에 아주의 간절함으로 빗소리가 참 듣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거라 여겨마지 않는다.

빗소리가 왜 좋은지는 나도 모를일이지만 그렇게 최고의 멜로디인 걸 어쩌나 말이다.

여전히 앞으로도 당분간은 깨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으로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들일테지만,

늘 지나치는 같은 일상의 반복처럼 여기면서 지나야 할 듯하다.

그나저나 딱 그 시간에 비를 내리게 해 준 하늘은 참 고마운 걸~.

 

집안에서 느끼는 느낌들 덕분에 여기저기 나돌아다닐 기회가 자꾸만으로 늘어가는 요즘.

그것이 한 때의 무엇으로 그쳐야 할텐데.

혹여나 잠시의 스침으로 그것에 의존하게 되면 어쩌나 싶다.

그러면서도 역시나 주말 시간을 이용하여 나다님의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가는 나이다.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가 이내 곧 사그라들기를 바라면서,

은연중에 나 역시나 차갑고 싸늘한 겨울이라는 계절이 끔찍히 싫어지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봄이다.

 

어제 새로이 잠시나마 자리 잡은 생각으로 내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손에 쥘 수 있을까의 골똘함.

혹여 그 생각 덕분에 어제의 잠의 설침이었을까 생각해보지만,

역시나 금새 도리도리, 분명 시작되는 빗소리를 듣기 위함이었으리라 이내 고개를 저어봄이다.

버려지는 것들이 필요없을 의문이나 어떤 영문모를 이기심과 증오들인 요즘.

나, 참 많이 사람이 되어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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