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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니 시간.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4. 23.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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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지나가는, 빠르게도 지나가는 시간 속의 일상들.

이젠 무겁지도, 그닥 가볍지도 않게 지나주는 시간 속의 내 머리.

 

 

1.

 

4월 21일. 금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은 아니지만, 빠르게도 지나는 일주일의 시간에 금요일이 찾아왔다.

주말이면 쉴 수 있다는, 그것도 잠을 마음껏 잘 수 있다는 생각에 참으로 좋은 금요일의 밤.

요즘은 그럴 수가 없음에 내심 '에그야, 주말이 오면 뭐해'라는 생각이 한 구석에 자리잡는다.

오늘은 2달에 한 번씩 있어주는 검도 심사가 있는 날.

그런대로 요즘은 꼬박꼬박 빠지지 않고 나가기 위해서 나름대로 애쓰고 노력을 한 결과로,

매번 심사 때가 닥치고 나면 들었던 '더 열심히 할 걸..'이라는 아쉬움은 덜 해준다.

전 날의 수업 도중 예기치 않게 생겨주었던 버벅거림 덕분에 많은 준비를 해서 무사히 마친 수업.

어쨌든 수업을 마치기 한 시간 전에, 부재중 전화가 걸려와 있음을 확인했다.

친절하게도 "부재중 전화가 왔습니다."라고 일러주는 나의 휴대폰.

왠만하면 일하는 도중에는 몇 개의 문자들을 제외하고선 수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휴대폰 구입을 하고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고, 자동응답을 해두는 편이다.

물론 대체로 수업을 하는 그 시간 동안엔 걸려오는 전화가 없긴 하지만.

가끔씩 걸려오는 대략 난감의 전화들을 받았을 때,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어쩔 수 없는고로.

그렇게 일터에 들어오는 순간에 바로 자동응답 설정을 해둠이다.

부재중 전화는 자주 연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동창 중 한 명.

얼른 잠시간의 짬나는 시간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쩐 일이야? 오랫만이네."

"응. 오늘 애들이 갑자기 보자네. 너두 나와라."

"그래? 나 오늘은 안되는데, 검도 심사보는 날이거든."

하필이면 이런 날 만나자고 할 게 머란 말이다.

"몇 시에 끝나는데? "

"아마도 9시 40분 쯤?"

"그럼, 끝나고 와."

"그래? 누구누구 오는데?"

나도 다른 아이들과 다름 없이 이제는 내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입장이 아니게 되니.

건네는 말이 평소 내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 때의 건네오는 말을 하게 됨이다.

무엇이든 그렇게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일인듯 하다.

전화 거는 입장에서 그런 확인은 좀 싫었는데, 내가 그 말을 하게 되다니 말이다.

대충 짐작으로 누구 누구 모일지는 예상이 가는 바로 알았다고 하면서 끊으려 하니.

"아, 명진이 뭐한데? "

"나도 모르제. 왜 말 안했어?"

"응. 그럼 니가 명진이 한테 전화해 봐. 몇시에 수업 끝난다고 했지?"

"한 9시경에 끝나."

"그럼 내가 그 때 다시 전화할게. 니가 연락좀 해봐."

"그래. 알았다. 참 9시는 그러니까 9시 되기 10분 전쯤 전화해."

그리고선 곧장 명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놈 뭔일인지 오늘 전화 한방에 바로 받는다.

"오늘 애들이 좀 모이자는데? "

"그래? 몇 시에?"

"9시 쯤 모이려나 보다 아무래도. 너 무슨 약속있냐?"

"오늘 동아리 모임 있어서 전화 바로 받는거여. 일단 늦더라도 연락한 번 해봐라."

"그래? 일단은 연락할게."

그렇게 간단히 통화를 마치고서 수업을 하는 도중, 명진이에게 문자가 왔다.

"어디서 만나냐?"

그나저나 우리 초등동창 녀석들은 대단도 하지.

아무리 같은 동네에 산다지만, 이렇게 단 몇 통의 연락만으로도 나와라 하면 모이게 되니 말이다.

그것이 바로 초등동창의 힘인가 보다.

이제는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열심히 가고 있는 녀석들.

여자애들은 어쩌다보니 몇 안되지만, 지금은 전에 다니는 회사를 관두고 다시 준비중인 가영이.

어쩌다 우연히 소방관이 된 국일이.

그리고 열심히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체국 직원이 된 봉호.

아직 대학을 다니느라 정신 없는 명진이, 홍석이.

열심히 취업 준비중인 정혁이와 현성이.

그렇게 늘상 자주 만나는 멤버들이 간만에 뭉쳤음이다.

심사 시간에 맞춰서 학원에서 나오다 보니 휴대폰을 두고 오는 바람에,

좀 혼잡스러움이 있긴 했지만, 고 불안한 마음에도 오늘은 무사히 심사를 마치고 나서야.

-하하핫. 오늘은 사과를 단 한칼에 베어 버렸음이다.

신나는 뒷풀이도 함께 하지 못한 채로 검도장을 나서야 했다.

다행히도 학원에서 엄마가 휴대폰을 가져다 주시고서 그제서야 애들과 통화를 했더니,

다른 약속이 있다는 명진이가 그새 거기서 나와서는 애들과 만난 모냥이었다.

그나저나 전화를 받자마자 건네는 말이,

"어디냐? 언능 와라."

"아, 나 아직 마무리를 못해서 여기 운동하는 데당."

"여기가 어디냐믄 거기거기 여기저기 거든?"

"야, 근데 너무 여기서 너무 멀다. 시간도 늦었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랬음은,

"다 시끄럽고, 바로 튀어와라. 여기가 어디냐믄...."

다 필요없고 무조건 얼굴을 디밀어야 하는 순간이다. 차마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친구들.

요새는 사람이 많은 자리를 가던, 단 둘이 만나는 자리를 가던 술도 잘 먹지 않는 나이거니와.

내일 또 오전에 수업이 있는 관계로다가 정말 고려해보고 있는 와중이었지만,

뭐 고민할 것도 없이 일단간은 얼굴을 보고서 이야기 해야할 순간이니.

일단은 가봐야 할 듯 했다. 친절하신 울어머니가 다행히도 거까지 델다 주신다고 해서,

언능 도복을 갈아입고서 향한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

얼마나 술을 많이도 마셨는지, 시끌벅적한 고 곳에 다달아서 보니.

어째 분위기가 '이거 뭐지?' 싶었다.

간만에 만난고로 일단은 다들 악수도 한 번씩하고. 이뻐졌다는 친구들의 말에 살짝 기뻐해주고.

이래저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데, 이미 술을 좀 한 상태여서 그런지 애들 아주 희희낙낙이다.

좀 작작 마실 것이지. 조금 있다가 보니, 내가 지금 여기 왜 와있는 것일까로 점점..

기분이 요상꾸리 해졌음이다.

내가 왔다고 장소를 옮기자 해서 고 근처 가게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기분좋게 간단히 한 잔 하는 와중에, 이미 조금 많이 취한 듯한 현성이는 좀 재우기로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순간. 나는 처음부터 어울렸던 것이 아니라 어찌된 영문인지..

좀 어리둥절해 하면서 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다면서 나간 명진이가 옷이 이따만큼이나 찢겨져서는 우리에게 와서,

"나 오늘 사고친다." 하면서 수욱~ 나가는 것이다.

순간 일시적으로 "뭐냐?" 하면서 어리둥절한 아이들.

몇몇 애들이 반사적으로 다들 튀어서 명진이를 쫒아갔다.

여기서 다 일어서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 나와 가영이는 일단 자고있는 현성이와,

셋이서 자리를 지키고서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

다행히도 뒤 쫓아간 아이들이 상황 정리를 잘 하려고 하는 상황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뭐 남자들이야 술을 먹다보면 그런 일은 다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성이었다.

이미 술을 많이 먹은 상태였고, 요놈 성격이 워낙 욱~하는지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현성이에게 일단은 자신의 친구에게 주먹을 날렸다면서.

그 와중에도 가만 안두겠다고 튀어나가려 하는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일에 휘말려서 안 좋은 상황을 겪은 적이 많은지라,

현성이가 끼어들면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은 가영이와 내가 열심히 말렸지만.

역시나 머슴아라고 힘이 장난이 아니다.

"안된다니까. 다른 애들이 잘 정리하고 있으니까 참자."

그런 말이 들릴리가 없다. 아주 여기저기 얻어 맞아가면서 ㅠ_ㅠ..필사적으로 가영이와 말렸지만.

말리고 말리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말았음이다.

상황이 정리 되어가고 있는 와중에 일이 더 커질 듯 조마조마 했지만,

워낙 상대방이 어린 애들이기도 했고 해서,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지라 다행이지 싶었다.

어찌나 거세게 저항을 하는 현성이인지. 나와 가영이가 포기한 뒤에도.

다른 애들이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현성이 고놈 덕분에 애들 전부 진땀을 흘려야 했다.

기어이 가게 밖으로 까지 달려나가는 현성이를 어찌하지 못해서 끝까지 다들 얻어 맞아가면서,

이거 원 친구만 아니면 고 녀석을 걷어차버리고 싶은 심정이 그득했을 뿐이다.

어찌어찌 겨우 말려서 다들 자리로 되돌아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현성이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서 기분 나쁘다면서 집에 간다고 가버린 것이다.

젤 친하다는 봉호녀석이 뒤 쫒아가서 잘 되겠지 싶었는데, 속수무책이라면서,

한숨을 푹 쉬고서 들어왔다.

"대체 우리가 저 놈을 어찌해야 하냐?" 하면서 말이다.

설득하고 설득하다가 두손 두발 다 들었다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와중에,

전부 이게 무슨 일인지 싶어서 모임하자고 모여놓구선 뭔일이냐고 다들 언짢아하고 있는데,

잠깐 자신의 차에 가겠다면서 나간 국일이가 기어이 현성이를 다시 끌고 들어왔다.

술만 조금 먹으면 저리 돌변하는 현성이를 정말이지 싫지만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모두 못마땅하지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친구가 뭐길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즐겁게 애들이랑 한 잔 하자고 모인 자리인데,

무언가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듯한 자리.

그래도 친구라고 현성이의 기분을 달래주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나와 노래방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는 도중에 어찌나 애들에게 칭얼 대던지, 목을 걸고 툭툭 치면서 장난치는 현성이.

어쩔 수 없이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참자참자 하고 있는데, 이거 한 대씩 치는 수준이.

장난을 넘어선 듯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여자인데, 계속 끌어안고 장난치고 툭툭 치고.

어찌나 아프던지 좀 전에 싸우려던 고 녀석을 말리다가 몇 대 맞은 것도 억울한데 말이다.

노래방에 가는 와중에 잠시 거리를 배회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보내다가 결국에는 들어선 노래방.

기어이 또 목을 걸고서 나에게 장난치는 현성이에게 결국은 소리치고야 말았음이다.

"아, 그만좀 하라니까! 아프단 말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적당히 해! 나는 뭐 성질 없는지 아냐?"

순간 일시에 내가 큰 소리를 치는 바람에 다시 분위기가 일순간 다운이 되었음이다.

그러고선 현성이는 다시 뛰쳐나가고. 몇 아이들이 말리러 나가고.

애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했다.

괜히 나 때문에 다시 분위기가 그리 된 듯 해서는, 애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며.

뛰쳐나간 현성이에게도 미안하다 다독이고.

애들이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그러는 모습이 생전 처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늘 크게 웃으면서 호탕하게 대하던 내가 그러는 모습이 놀라운 건 사실이긴 했을터다.

애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또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노래방에 자리를 잡았다.

노래를 부를 기분도 아니고, 부른다고 해도 나아지지 않을 듯 하고.

기분도 그렇고 그대로 집에 가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내가 그러고 나면 또 상황이 상황인지라,

문제가 커질 듯 하여 애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열심히 경청하고 있는 와중.

우두커니 앉아있는 찢어짖 옷을 고대로 입고 있는 명진이에게 말을 건넸다.

"너는 노래 안해? 한 곡 해봐라. 근데 나 내일 수업도 있고 공부도 해야하고 가야하는데 고민이당."

그러면서 시계를 본다면서 손목을 바라보던 명진이가 한마디 함이다.

"근데, 내 시계가 없네. 시계가 어딨지?"

완전 오늘 모임은 날을 제대로 잡은 듯 했다.

얽히고 얽혀서 그런대로 기분 좋게 노래를 하는 와중에. 명진이의 고가의 시계가 없어짐을 확인.

애들한테 말하지 않고서 조용히 찾고 또 찾아봤지만 시계가 없었다.

가영이는 이미 무슨 일이 있는지 말도 않고 사라져버린 상황이었고.

계속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기도 했고.

그러려니 하고서 있는 와중에. 이미 취할대로 취한 상황의 현성이는 마이크를 부여잡고 노래하고.

갑자기 상황은 다시 비싼 시계를 잃어버린 명진이 덕분에 난리도 아닌 상황이 되었다.

그런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는지 노래방만 오면 심취해 버리는 현성이는 계속 노래하고,

시계를 찾으러 가본다고 나간 아이들 덕분에 덩그라니 앉아서 노래를 듣고 있는 나와 홍석이.

그리고 잠시 후에 휴대폰을 두고 간 국일이의 전화로 정혁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 때문에 먼저 간다고 미안하다면서 말이다.

모임한다고 모여 놓고서는 정말 상황이 상황이 계속 악화적으로 되어가는 와중.

나는 집에 안가고 뭐하는 것인가 싶었다.

여태껏 모임을 하면서 이런 적은 없었었는데, 다시 모임을 하고 싶어질까 싶었다.

정말 간만에 간 노래방이었음에도 노래를 단 한곡도 부르지 않았으며,

그나마 예전에는 술 한잔 걸치면서 대화를 주고 받던 것이 좋던 나인데.

스스로의 내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내가 많이 달라지긴 한 것 같다는 생각.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토록 크게 다가오던 적이 있었을까 싶어졌다.

애들과 만나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건네주고 받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던 때와는 다르게

이젠 술도 별로 먹어지지도 않고. 정말 짧은 시간동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있었던지라,

뭐하러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만 하는 순간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금요일 밤. 내일 있을 수업의 준비를 해야하는 나로선.

그저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인간 정현미가 또 이리 변했다는 사실이 참으로도 놀랍고 또 놀랍던 금요일 밤이었다.

집에 느지막하게 들어와서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기로는,

또 한 번의 변화로 이리 달라지는 것이 일상속인가보다로 결론낼 밖에.

차라리 술에 잔뜩 취해버렸으면 달라졌을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그런 적이 아예 없어주시는 관계로다가 정말 술이라는 것이 멀어졌음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렇게 늦은 금요일 밤의 일과가 지났다.

다른 아이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어찌 여겼을지 참으로 우스울 밖에.

마지막의 바램으로 힘이 들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상황이 나아지기를.

앞으론 현성이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참 좋겠다는 바램이다.

 

 

2.

 

분명히 수업 준비도 어찌 그 시간에 잘하고서, 불편한 마음을 뒷전으로 한채.

잠에 들었던 순간이었다. 살짜기 들리기 시작하는 빗소리에 마음 놓으면서 말이다.

일어나서 밥을 먹으라는 소리에 시간을 보니, 너무나도 늦어버렸음이다.

요즘은 그래도 주말에 나가는 것이 예전 같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서 잘 해내고 싶음이 그득한데,

늦어 버린 듯 하여 내심 너무나도 아쉽다.

이따금씩 봄비답게 슬쩍슬쩍 내려주는 와중에 겨우 제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일터.

나서기위해 준비하는 아빠가 한마디 하신다.

"오늘도 수업하냐?"

그리고선 진지하게도 나도 한마디 건넸다.

"그래도 예전같지 않게 이젠 주말에 나가는 게 싫지만은 않아요. 더 잘해내야 겠다 생각하니까요."

"그래, 그래야지."

얼마 전 건넨 편지의 효과로 요즘은 우리 집안의 분위기가 참 좋아졌음이다.

나름대로 고생해서 노력한 보람이 있는 듯 하여서 참 다행인 듯 하다.

어쨌든 부랴부랴해서 출근을 하고 나서 보니.

일전에 좀 늦었다고 많이도 타박을 했던 탓일까 아이들이 이미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고마운 순간이었다.

수업을 매끄럽게 잘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오기 바로 전.

잠이 조금 부족했던지 온 몸이 찌푸둥. 조금 심난한 상태이기도 했고.

엄마가 맛난 것을 먹자고 해서 시킨 탕수육을 거의 내가 다 먹어 치우고서 샤워를 하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티비를 보다가 잠이나 한 숨 자자 해서 오후 쯤에 방에서 잠을 청했다.

자고나서 일어나보니, 아버지는 오늘 목고 동창 모임이 있다고 하셔서 이미 목포에 가셨고.

엄마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으신 듯 했다.

티비를 켜서는 주말 연속극을 보는 와중에 맛난 걸 드시고 싶다고,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선.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밖에 나가기 싫은 상황이라서, 그냥 집에서 먹자고 했더니만,

아쉬움에 그러자고 곰방 집에 들어오신다 하셨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셔서는 먹은 것은 짬뽕 한 그릇.

배가 부르고 또 부른 상황에서 또 먹은 것이 짬뽕이라니 원.

지금은 아주 속이 더부룩하고 거북한 상황이다.

티비를 보고선 오늘 시험본 중1 아이들의 시험지를 다 채점매고.

방에 들어와 앉아서 이리 타자를 두들기고 있는 중이다.

 

 

3.

 

휴대폰을 들고서 문자를 보내면서도 내심 내가 뭐하는 것일까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대하고 있는 것인지.

어젯밤 그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문자를 건넸던 나.

그저 스스로에게 참 우스울 뿐이다.

그러고선 다시 문자를 건넬까 싶어서 휴대폰을 열었다가는 이내 닫아버린다.

오전에도 그랬지만,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함이다.

괜찮아 괜찮아. 그러지 말아야지로 다시 한 번 다짐을 하면서 좀 전의 대화도 마무리했다.

 

 

4.

 

컴터를 켜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와중에, 다시 김동률님의 미니홈피를 열었다.

오늘은 새로 올라온 사진은 없었지만, 새로운 걸 발견했다.

고건 바로 게시판 메뉴인데.

그가 여행을 하면서 남긴 글들.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을 적어둔 글들. 음악을 들으면서 남긴 글.

그리고 사람들과 겪으면서 내가 이리 글을 올리듯 올린 글들 말이다.

읽어가면서 사람들은 역시나 살아가는 모습이 매한가지임을 다시 한번 느껴줌이다.

또한 그저 연예인이라는 것을 떠나 내가 아는 블로거들이 글을 적는 것처럼,

그리 적어둔 글들은 주욱 읽어내려가면서 왠지 참 가깝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

그저 연예인들이라면 조금은 거부하던 내 자신이지만 또 다시 이런 것들을 통해서,

새로이 받아들이게 되고 느끼는 것이 참 좋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김동률이라는 연예인의 생각들이 가슴 뿌듯함이다.

그런 공간을 꾸며가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미지 관리의 목적일 수 있을테지만,

잘 정리 정돈해서 꾸며놓은 것이 그런대로 보기에 참 좋은 듯 하다.

어쩌면 그것들이 내가 관심사로 갖고 있는 것들과 공통이기 때문에 작용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기분 좋게 다가오는 그의 모습이다. 하핫, 더군다나 그도 A형이라 하니.

역시나 혈액형 대비의 이러저러한 것들이 들어맞는 것일까 싶다.

뭐 한 번 더의 생각으로 예전 김동률이 누가 참으로 생김새가 많이 닮아서 어쩌고 저쩌고 했었던 것이,

좀 우습기도 하고 말이다. 무턱대고의 그런 생각들, 시간이 지나 지금에서야 어찌나 우스운지.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웃지 않을 수가 없는 대목인 듯 하다.

괜시리 닮았다 여기면서 내내 넋을 잃고서 바라보고 또 바라 보았었던 어리석음의 시간들.

정말이지 몰라도 너무 몰랐던 무턱대고의 그 의문들의 시간들이 나름대로의 작용으로,

내가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를테지만, 우스운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여기저기 사진을 찾아보는 와중에 역시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멋진 사진을 발견.

조기 위에 있는 사진은 2006년 4월 첫째주에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서 1위로 수상을 한 사진이다.

사진을 찍으신 분의 이름은 고인석이라는 님.

역시나 오늘도 허락받지 않고서 그 분이 올린 사진 중에 젤 마음에 드는 것 한장을 택해서는,

살짝 사이즈만 수정을 해서 올려봄이다.

어딘가로 바람을 타고 떠나서 맘껏 여유를 부리면서 멋진 풍경을 담고픔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테지만. 다시 한 번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픔은 여전한 듯 하다.

 

 

이제 마무리 하고서 잠에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내일 있을 수업 내용을 한 번 살펴보아야 함은 있긴 하지만,

미리서 많은 분량을 준비해 둔 것이 다행인 듯 하다.

또 늦게 일어나서 허둥지둥 하지 말아야 할테니, 어서 잠들어야 겠다.

조용하게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나는 요즈음의 시간에서,

그렇게 또 다르게 변화해가는 나의 모습.

참으로 느낀 바가 또 많아 주셨음이다.

아, 주말의 시간에 너무 많이 먹은 듯 하여 힘들다. 헉헉;

그래도 이렇게나마 스스로 흔적을 남기면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

지나가니 시간이고, 또 그런 것 없이 무의미하게 지나는 것 보다야 이럴 수 있음이.

참으로도 고맙고 소중한 듯 하다.

 

 

(사진은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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