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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화요일.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5. 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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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오늘 하루 무얼 했을까.

아침. 아니 요즘은 자꾸 이른 아침에 일어날 수 없는 것이.

거의 해가 중천에 뜰 때즈음이 기상 시간이 되어 버린 듯 하다.

그저 조금 늦어진 취침 시간 덕이려니 생각해봄이다.

물끄러미 하는 것 없이 그저 방의 창 옆.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혹여나 비가 또 오지 않을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다가,

보내고 보내고 난 시간이 정말 늦어 버려서는.

에구 오늘도 기어이 이 숫자를 채우고서야 잠에 드는구나 해 봄이다.

사진은 기분이 좋아야 할 비가 괜히 애꿎다 느껴지던 그 날.

운동 하다가 찍어본 사진이다.

어두운 밤길을 비추고 있는 가로등 불빛.

사진에 담고 보니 또 달라지는 느낌은 역시나 놀랍기만 할 뿐이다.

오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저 멍~하니 잠에서 일어나서는,

부랴부랴 오늘은 무슨 생각이 들어서 참으로 간만에 집에서.

점심을 챙겨 먹고서는 시간이 지나고 있음에도 널브러져서는 티비를 보다가.

겨우겨우 붙어있는 엉덩이를 들어서 움직이고 나서야,

역시나 오늘도 택시를 타고 출근 했음이다. 그것도 몹시 늦은 시간에.

좀 더 부지런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그저 늘 처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시간.

부지런해질 수 있을까 말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있는 복잡스런 날 중에 한 날.

화요일은 그저 내게 오늘은 조금 버거운 날이야~ 하면서 지나간다.

늦어서 원장샘이신 엄마에게 조금 타박을 듣고서,

느그적느그적 오늘의 일과를 시작하던 와중.

참 정신없어야 할 그 시간에 갑자기 잠깐 보자고 하신, 엄마가 건네시는 말.

갑작스레 아버지가 전화가 왔다면서 새로운 직장 이야기를 꺼내신다.

무슨 난데없는 일인가 싶지만.

어디 이런 일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거니와 일단은 아버지와 통화를 해보기로 했다.

너무나도 정신없이 바빠야 할 그 시간에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통화.

은행 계약직을 누가 추천했다고 한 번 해보시라는 아버지의 통화 내용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아버지도 자세한 건 모르신다면서,

한 번 살펴보라는데, 이거 원 대략난감의 시간이라서 일단 건너 뛰었음이다.

그리고 그 정신 없는 시간이 지나고 지나서는, 결국 퇴근 시간이 되고 말았음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험이라는 단어 때문에 고생고생 하는 학원.

퇴근을 하려는데 보강 수업이라 해서 나온 아이들 좀 봐달라면서,

오늘 운동은 가지 말라시는 원장샘.

어쩔 수 없이 잠시 봐주고 나서 집에 돌아가려하니 참 어중간한 시간이다.

실은 오늘 계획에는 퇴근하면서 서둘러서 집에 가서 축구나 볼까 했지만,

그것도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일단 늦었으니 천천히 버스 타고 가야겠다 싶어서는,

돌아가는 길에 기웃기웃 해보니 여기저기서 오늘 하는 한국의 평가전.

눈 앞에서 지나치는 버스를 그저 물끄라미 보내고서 여유있게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와중.

골이 터졌나 보다. 여기저기서 "골이다 골!"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음이다.

기웃기웃 정류장 근처의 가게들을 들여다보니 참 멋진 골이 터졌음이다.

그리고선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와보니 상황은 반전이 되어서,

이미 경기는 끝이 나고서 결과는 1:1이 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일찍 집에 온 덕에 한 일도 없이 TV앞에 딱 붙어서는 드라마도 한 편 보고.

그 와중에 아버지와 야그를 하면서 은행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참 어중간한 채용 모집 사항들.

옆에서 자꾸만 닥달하시는 아버지께 그냥 안하겠다 한 마디 던지면서,

그저 지금에 만족해야겠다 생각했음이다.

이제 3년을 채우고서 4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학원강사의 일에,

나름대로 자부심도 느끼고, 열심히 해보아야 겠다 겨우 생각이 자리 잡은 마당에.

새로운 도전이라니. 물론 해보고픈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입장에서 생각해볼땐, 시간이 조금 아쉬울 뿐이다.

당장 채용을 한다니 말이다.

문득 2년만 젊었어도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벌써 내 나이가 그렇게 참 어중간하고도 아쉬운 나이가 된 듯한 것에 우습기만 했다.

 

 

색을 빼버리니 나름대로 또 새로운 느낌의 사진이다.

어쨌든 늘 그렇듯, 별 것 없이 지나가 버린 하루.

해마다 한 번씩 있었던 새로운 직장에 대한 어떤 열망이나 갈망들도 이젠 없어주시는,

2006년의 5월. 그것도 벌써 23일이나 지나버린 그 어느 날이다.

좀 전까지 켜두었던 TV에서는 오늘 한국팀이 치른 경기에 대한 평가가 쉴새없이 난무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돌아오던 길에는 여기저기에 걸려져 있던 프랑카드 들을 보면서.

나도 선거 날이면 투표를 해야 할텐데,

대체 누구를 뽑는 것이며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 투표과정인지 조차 참 애매할 뿐이다.

뭐 예전에는 1번은 어느당이고 3번은 어느당이고 이래저래 말들도 많았던 거 같은데,

아이들과 일을 해주시는 나로서는 이제는 그런 소리 들을리 만무하고.

그저 오늘도 한 번씩 있어주는 아이들과의 이러쿵 저러쿵 와중에,

학원을 옮긴다는 벌써 4년 째 우리 학원을 다니고 있는 아이의 향방이 중할 뿐이다.

아버지의 새로운 직장 이야기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말이다. 지금에 만족해야 할 밖에.

오늘 잠을 자고 일어나면서 참 기분 좋은 꿈을 꾼 듯 하여서,

요즘들어 자꾸 꿈에 나오는 기분 좋은 일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그저 꿈이려니 할 뿐.

그래도 오늘은 기분 좋은 얼굴로 애들을 대해봐야지 했던 것이,

그나마 잘 된 듯 하여서 지나간 오늘 5월 23일, 화요일의 일과가 만족스러울 뿐이다.

한국축구의 결과가 어찌 되었든, 곧 있을 선거날이 어찌 되었든 말이다.

뭔 소리들을 주절댄건지도 모르겠지만.

뭐 그렇고 그런거 아니겠어?

영화나 한 편 때리고서 잠들어야 겠다.

조금 일찍 잠들어야 겠다 여기면서 내일의 조그마한 바램은,

오늘은 기분 좋은 얼굴 보여주었으니 내일은 좀 더 일찍 출근해서 수업준비 해보자의 바램.

그리 지나고 보는 뭐 그저 그런 별 것 없는 이야기의 마무리다.

각자의 일상에 중한 것들에 대한 것이 이러쿵 저러쿵 되는 사람들의 모습들.

그것에 일조하여 나의 일상을 나열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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