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인지도 가물한,
인라인 동호회 시절에 동생 삼은 녀석이.
뜬금없이 연락이 와서는 "누나 꼭 와줄거지?" 한다.
얼마 전부터 계속 줄기차게 얼굴 좀 보자고 난리던,
녀석이 여자친구 삼은 애와 언약식을 한다고
그 자리에 참석해 달라길래.
어쩔 수 없이 가야지 뭐^^; 하구선 나간 자리.
요즘은 그 무엇을 해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고 있는 것이 나이긴 한가.
그런 생각이 자꾸만으로 드는 것이,
조금은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한 번쯤은 봐야지 싶어 꽃다발 하나 사들고 나간 자리.
생각해보니 만날 당시에는 참 어린 동생들이,
벌써 25이라는 나이가 되어서.
자신들 나름대로 이쁜 애인도 사귀고.
나름대로 형식을 갖춰 이런 것들 하기도 하고.
그래도 누나한테 보이고 평가받고 싶었다고,
빈말이라지만 고 녀석 참 내 동생보다 낫다는 생각.
나름대로 언약식이라며 이것 저것 준비하고, 촛불도 켜고,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잎들도 발밑에 깔고.
요즘 애들은 다 이런거 하는가 싶기도 하고.
사람들 앞에서 과감한 행동도 해보이면서,
나름대로 언약식이라고 덕분에 좋은 구경 한 번 했다 여겨졌다.
디카를 가지고 가지 않아서 멋진 사진은 담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샷하나 남김이다.
예전 사귀던 여자친구보다는 좀 더 착실하고.
나름대로 애교있고,
오동통 귀여븐 면도 있고.
그러고 보니 동생들만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나도 그만큼 꽤 시간이 지나서.
나이라는 것의 숫자가 늘어났지 않은가 말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겠습니다."
뭐 결혼식처럼 이렇게 무언가를 적어와서는,
시 한수 외우는 것 처럼 줄줄 말하는 고 커플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물론 그것들이 그저 형식에 불과할지 모르나,
열심히 거기에 맞춰서 척척 잘해내더라는ㅋ.
뭐 사회를 보았던 친구 녀석은,
사천만의 지식검색 네이버에게 언약식 사회 순서까지 물어 조사 했었다고.
평소 녀석답지 않게 긴장하고 너무나 떨렸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만 하는 내 눈과는 다르게.
어쨌든 주위 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그 앞에서 당당히,
선서같은 것들도 하면서 언약식을 한다는 것이.
나름대로 재밌었고,
보기에 나쁘지 않았던 듯 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고 이쁜 사랑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그리 바래줄 밖에 더 있겠나 말이다.^^;
주위 친구들에게 내가 친누나라고 거리낌없이 말하는,
고 녀석의 속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도리라고 친히 이 누님에게 연락해주어서 고맙더라.
참으로 오랫만에, 다들 거의 한 1년정도만에 본 듯 했는데.
예전처럼의 무엇은 아니더라도.
참 반가웠음이다.
예전에는 동생이고 오빠고 언니고 할 것 없이 참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참으로 많이도 만나고 했었던 듯 하다.
허나, 그러했던 시절들이 지난 지금에는 그 때의 만남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점차적으로 그저 그러려니, 여유가 되면 보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가 되어버린 듯 하다.
이상하게 예전 동호회 시절이나 대학 동아리 시절의 사람들에겐 거부감이 생긴다.
무언가를 하면서도 그다지 감흥이 없어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인 요즘인 듯 하고.
그것들 모두가 이만큼 그동안 지난 시간들이 내게 쥐어준 결과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지만,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또 이러한 감정선들이 지속 되어버리다 보면,
나중엔 회복하지 못할 정도까지 되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젠 동생 녀석의 친구들과-뭐 이미 알고있는 얼굴들이지만- 새로 사귀게 된 여자애의 친구들까지.
같이서 게임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데,
언젠가의 대학 시절 술집에서 게임을 하면서 술을 먹고 이야기 나누던 때가 떠올랐드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시간이라는 것, 참으로 재밌다.
마냥 언제고 20대 초반일 것만 같았던 내 자신이 그 새 시간이 지나서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역시나 무수히도 많은 일들이 있어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젯밤은 진짜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참 많은 술을 마신 듯 하다.
정신이 왔다갔다 할 정도는 아녔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마신 술이 괜찮았었고,
생각했던 것 보다 괜찮았던 자리였고 재밌었던 거 같아.
오래전부터 나라는 사람은 어떤 시간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많은 의미 부여를 하려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2년 전만해도 지나는 시간들에 대해서,
그저 별 생각없이 지나왔음에도 이리 저리 재면서 지내왔었던 나였던 것 같다.
허나 그러한 것들이 없어진 지금에 와서의 생각은 과연 내가 이러고 있는 목적은 무엇일까.
그러한 생각들이 조금씩 자리잡는 듯 하다.
나라는 사람의 목적의식은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 것일까의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 역시나 별반 다를 것 없이 이 시간이 지나고 말면 아무 것 아닐지나,
괜시리 다시 한 번 어디만큼 와있는 스스로의 모습일까 생각해 보아.
아주 간만에 멍~하니 주말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보냈던 이틀.
그러고선 평소와 다를바 없이 컴터 앞에 앉아있는 지금.
별거 먹은 것도 없이 저녁 늦게 식사를 했던고로 속이 조금 거북한 지금.
문득 마음이 통하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픔이 가득 들어 앉는 듯 하다.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야 겠다 생각하면서도 행동으로는 옮겨지지 않는 요즘.
그런 꺼리들이 생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심의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지나치는 생각으로 누군가에게서 건네지는 따스한 안부가 조금씩 그립다는 생각도 든다.
에이, 개봉했다는 영화. 다빈치코드나 보러 갔다 올 걸 하는 마음도 들고.
어느 날처럼 모자 푹~눌러쓰고 사진이나 몇 장 찍으러 걸어볼 걸 하는 마음도 들고.
어서어서 차라리 그냥 월드컵이나 해버렸음 좋겠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지나는 주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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