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쁘던 그 순간에,
문득,
넓디 넓은 어느 산 정상에 올라가 서서.
맑디 맑은 공기를 머릿속에 담고 싶었다.
뜨거운 아이들의 열기.
이제 어느 덧 선풍기를 돌려야 하는 시기가 되어,
덜덜덜 팬 돌아가는 소리.
그 안에서 아이들의 음성과 함께 섞여서 내던지는 나의 목소리.
내 하루의 일상 중 3분의 1을 보내야 하는 그 비좁은 공간이,
유난히도 오늘 문득 답답했었나 보다.
아니면 아마도 일이 생겨나기 전초전 이었을까.
간만으로 머리에 약간의 두통이 찾아온 듯 했다.
무언가 변화가 찾아올 듯한 한 번의 시기가 지날 것 같다.
한 아이가 우리 학원을 그만 두라는 소리에,
죽어도 나에게 배우겠다고 그 아이가 눈물 바람했다는 학부모의 전화.
조금 씁쓸한 그 기분.
평소에 말없이 묵묵한 머슴아였는데,
그랬다고 하니 참 놀라울 뿐이다.
달랑 5명이 있는 고 중3반에서 아이들이 한 명씩 빠져 나가더니,
이제 고작 두 명만이 남을 것 같다.
말도 참 잘듣고, 공부도 잘하고 늘 자부심 가졌었던 아이들인데.
시험점수라는 것의 판단 기준에 묶여서
거기에 얽매여야 하는 아이들이 참 안쓰럽다.
단 한번의 실수로 인해서 예상 외의 점수를 받아야 했음에,
실수였으리라, 그러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어디에 가던지 어디서든지 꿋꿋하게 열심히 잘 해나가기를.
내가 한 달 열심히 일하고서,
받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의 아쉬움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하게 그래도 부족한 선생이지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의 한가닥의 그 무엇이 이젠 없어질 듯 하여,
그 사실 참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다.
산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 한 번 맞고서 마음속으로 한껏 소리 지르고나면,
이 조그마한 두통이 나아질까 말이다.
이유 모를 쓸데없는 두통이 자극하는 밤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또 다시 찾아온 주말. 맘껏 쉴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귀가길에 연락온 친구에게 잠깐이라도 찾아가지 못했음이,
미안하기도 아쉽기도 한 시간.
이해해주기를..^^.
(사진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스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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