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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뭐, 좋자나.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6. 6.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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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곳은 푸르름으로 그득하겠다.

참으로 보고프다.

무엇보다도 맑은 공기를 가슴 깊이 담고 싶다.

나름 새로운 싹들이 돋아나기 전,

저 풍경도 꽤 괜찮았는데,

이제는 또 다름으로 많이 변해있을 풍경이

슬쩍의 마음으로 궁금해짐이다.

점차적으로 지나는 일상속에서 늘어가는 거라곤,

이렇듯 변화하는 자연에 귀 기울이는 것.

그러다보니,

시간 지나감이 자연스러워 지면서.

계절따라 시기따라 변해지는 자연의 모습을

받아들이고서 인식하는 것 처럼.

일상속에서 점차 변화하는 나의 모습도,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람들 역시나 매 한가지로,

늘 보며 지나는 눈 앞에서 돌아가는 익숙한 광경들로 인해,

더더욱 벗어나고픔의 열망을 갖게 되는 듯 하다.

무언가의 변화에 대한 갈망은

그 누구나 끝이 없는 듯 해.

그리고서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것.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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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비치고 있는 것은 도시의 모습이다.

 밤하늘을 높이 나는 새의 눈을 통해, 우리는 그 도시의 광경을 상공에서 굽어보고 있다. 넢은 시야 속에,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처럼 보인다. 어쩌면 여러 생명체가 서로 뒤얽혀 만들어진, 하나의 집합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수한 혈관이, 흠잡을 데 없이 미끈한 몸의 구석구석까지 뻗어, 피를 순환시키고, 쉬지 않고 묵은 세포를 새 세포로 갈아 넣고 있다. 도시는 새로운 정보를 내보내고, 묵은 정보를 거둬들인다. 새로운 소비를 내보내고, 묵은 소비를 거둬들인다. 새로운 모순을 내보내고, 묵은 모순을 거둬들인다. 신체는 맥박의 리듬에 맞추어, 도처에서 점멸하고, 열을 발산하며 꿈뜰거리고 있다. 시간은 자정에 가깝고, 이제 활동의 고비는 지나버리긴 했지만, 기초대사는 한결같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가 자아내는 낮은 울림은 통주저음을 방불케 한다. 그건 높낮이가 없이, 단조로운 어떤 예감을 갖게 하는 으르렁 거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 '어둠의 저편' 시작부분 중에서.

 

 

저 책을 읽어야 겠다 시도했던 것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이다.

그리고서 이제서야 제대로 읽어보기로 한 지금.

첫 부분의 소절을 읽다가, 이제 겨우 시작 부분임에도 정말 마음에 와 닿는다 여겨졌음이다.

몇 번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책을 읽다가 그러는 때가 더러 있는데,

이번엔 다름 아닌 저 표현들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줌이다.

그 다음 등장하는 시선의 이야기 뒤에 나와주는 밤의 도시 풍경에 대한 묘사들도.

참으로 마음에 들어서, 내내 그 부분을 반복해서 또 읽고 읽다보니.

이를 어쩐다. 그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함에도 그러지를 못했다.

우습다. 새벽 잠을 청해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한 책이 첫부분에서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역시나 다시 읽어보아도 참 멋진 표현인 듯 하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나는 아니지만, 어쨌든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또 읽어주는 첫부분의 단락이다.

'묵은 정보, 묵은 소비, 묵은 모순을 거둬들인다'는 고 표현이 어찌나 마음에 쏙~들어주시는지 원.

'묵은 세포를 새 세포로 갈아 넣고 있으며', 마지막부분 '기초대사는 한결같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본 것이야 그렇다치고서,

그런 표현들을 어찌 생각해 내었는지 말이다. 나로선 참 신기할 뿐이다.

어쨌든간에 결론으로,

그렇게 단조로움의 어떤 예감들에 의해 자꾸만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말이다.

어여어여 다음 장을 다시금 붙잡고서 열심히 읽어주어야 겠다.

 

 

내내 술 생각도 나지 않아주던 요즘이었던 듯 하다.

신기하다 여겨질 만큼으로 말이다.

그런데 요 며칠내 왜인지 모르지만 그런 술 한잔의 마음이 그득했었던 듯 하다.

예전 대학시절 주위 사람들에게 술을 끊는다 하면 "차라리 장학금을 탄다 해라." 말하던 때가,

스쳐서 사람들에게 주절거린 오늘의 밤 시간이었던 듯 하다.

것도 오늘은 기어이 술을 한잔 가볍게 걸치고 돌아온 6월의 둘째 월요일.

내일을 쉬어줌의 시간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여유에 부담감을 떨쳐버리고서,

친구와 알콩달콩으로 한 잔 했음이다.

술은 얼마 먹지 않았음에도 어찌나 잘도 지나가던 시간인지 말이다.

자꾸만으로 줄어가는 말 수가 간만에 이 생각 저 생각 따로 하지 않고서 터져나오던 오늘이었다.

그래서 참 간만에 마음 한 구석 따스해지며 채워지던 시간이었던 듯 하다.

더불어 전해져오는 따스한 안부에도 더더욱 기분 따스했던 밤.

벌써 귀가한지가 2시간이 되어감에도 말똥말똥 간만에 그 기분 만끽하는 중이다.

자꾸만으로 그저 가볍게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나는 시간보단,

이렇게 진정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 이상의 존재와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더더욱 그리워지고 귀해지는 나날들인 듯 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변화라는 단어를 손에 쥐어가는 일상 속의 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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