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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아래.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8. 8.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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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나서 서둘러 돌아오는 길.

어찌나 내 앞에 있는 그 아해들이 원망스럽던지, 귀담아주지 않는 내 소리가.

아마 그 원망스러움은 그 아이들을 더 감싸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내던지던 것인지도.

간간히 소나기가 세차게도 쓸고 지나가던 오늘 하루.

바람은 여전히 더운 기운 속에서지만 한층 시원하다 느껴지는 바람이다.

해가 저리도 쨍쨍한 가운데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열심히 달려서는,

근처 건물 안으로 무작정 들어가고 보니 서점 안이다.

비가 그치기를 잠시 기다리면서 서점 안에서 눈요기를 한 후에 나선 거리는.

언제는 비가 왔었나 싶게 젖어있는 노면 위로는 고여있는 물이 햇빛에 반짝인다.

이러나 저러나 그 무엇보단, 해가 떠있는 동안 퇴근이라는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해하는 바다.

 

 

걷고 걸어서는 집에 다다른 시간은 고작 40여분 밖에 걷지를 않은 시간이다.

워낙에 걸음이 빠른 나이기도 하지만,

문득 일하는 곳이 집에서 참 가깝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짐이다.

비가 아주 간드러지게 온 후라 데워져있는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어딘가의 제 4세계에 와있는 듯 한 느낌.

그리고 드리워져 있는 숲들 사이로 살짝 끼어있는 안개.

곧 해가 넘어가려는 순간에 이런 광경을 보는 일이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소나기 덕분이었다. 해가 쨍쨍한 가운데서 줄기차게 내리던 소나기.

그 비를 아주 살짜금 맞던 순간에는 차가움이라는 건 느낄 수가 없었다.

쓰읍 그 공기를 들이키면서 아주 잠시나마 한숨이라는 것을 접어 넘기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늘어가는 건 한숨 뿐인 듯 하다.

게다가 맘이 편치를 않아서인지 아니면 휴가 내내 집에서 뒹군 탓인지,

몸무게가 불어있다.

지난주에는 내내 걷고 또 걸었던 내 다리가 급기야 탱탱 불어버린 모습을 보고서는,

정말 OTL..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그런 일이 있었다.

그 다리를 부여 잡고서는 내내 멍했었던 일.

주말에 있었던 내 앞의 광경들에게 사람들 역시나 다를바 없으면서도,

같을 수가 없음에 내내 쓴웃음 짓고야 말았던 듯 하다.

만남들에게 고맙긴 했지만, 또 그 뒤에 드리워진 먹구름에게 넉다운 되어버린 나.

대상없을 어떤 존재에게 내내 혼자서 이래저래 주절거리면서 돌아온 나는.

별달리 한 것 없이 또 이 밤을 맞이하고 있다.

늘 잔인했었다 여겼였던 여름은,

계절의 잔인함인지 내 자신의 잔인함인지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봄인지 분간할 수 없으니 말이다.

아마 어딘가가 제대로 고장이 나버린 게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날 제발 내버려두라는 소리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제발 내버려두지마를 외쳤었던,

그 때가 언제였을까 말이다.

머리도 멈춰버리고, 가슴도 멈춰버리고,

그저 떠다니는 질소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움직이는 몸뚱아리만 있을 뿐.

날 보는 이들은 누구이며 그들은 날 어찌여길까.

지금 이 내 모습을. 내가 뭐하는 것이더냐 대체 말야.

온몸이 맘껏 젖어버리도록 검을 휘두르며 운동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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