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래서 결국엔 그날 그 자리에서 먹었는데 다 뱉어내고 싶던 그 기분.
집으로 향하는 오늘의 그 길 위에서 내내 그득했던 외침.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걸려온 전화 속의 목소리를 듣고 찌푸리는 내 인상.
'다 한심해. 한심하고 또 한심해.'
잘 지낸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별 탈 없이 그저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픈데,
그러지를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 해주어야 할 대상도.
하고싶은 대상도 없으면서 막상 이야기 하고픈 건,
대체 무슨 조화더냐.
거짓 나부렁이라도 그렇게 주절거릴 거리도 없는데,
그 말을 어찌 차마 입에 담겠냔 말이다.
내내 떠나지를 않는 머릿 속의 단어들.
'아니 내가 한심해.'
솔직히 차마 이야기 하고픔에도.
어쩌면 이야기를 꺼내기가 두려운 건지도 모르겠다.
주절거리면서도 무얼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일상.
마음 속에서, 머릿 속에서 떠나지를 않는 알 수 없음의 한심함.
돌아오는 길 일찍 저녁을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
일하는 곳 근처 자주가는 식당에서 뜬금없이 혼자 스파게티를 시켜 먹고서는.
순식간에 그 일이 무산이 되어버리고 뚱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돌아 걸어오는 집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내내 주절거리고 또 주절거리던, 맴돌고 맴돌던 오늘의 결과.
'너무나 한심해.'
막상 그러고서 마땅한 대책이 있었던 건 아니자나.
그저 그 모습에서 도피하고자 했을 뿐.
진정 바라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것도 저것도 무엇도 아닌 내가 너무나 한심스러울 뿐이다.
원래 이러했던 내가 아니었자나.
그랬었자나. (그랬나?)
그리 외쳐본 들, 하는 일이라곤.
다를 것 없이 그저.
할일 없으면서도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하루의 마감 시간이며,
한 주가 지나가면서 쉴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리는 일 뿐이며.
지금 당장은 그저 잠드는 것 뿐이자나.
대체 뭐하는 짓이라니? 대체. 어디쯤 가있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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