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라는 시간이 내게 남긴 마지막 장면.
일이 끝나고 돌아가기 위해 나선 길은
다시 어두컴컴하다.
유난히도 짧게 느껴지는 아이들의 여름방학.
괜히 주절주절 하고파서였을까?
아니면 괜한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버스타러 가는 길,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또 뻔한 약속의 만남이라는 걸
후일로 기약했으며,
그저 늘처럼의 그저 안부로
또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으며
쓸데없을 나부랭이 소리들을
지껄이고 또 지껄였다.
어찌나 고이 들어주던 후배가 고맙던지.
아마도 너는 몰랐을거다.
운동을 가서는
예전보다 많이 단축된 시간 탓에,
고작 옷을 갈아입은게 전부였는데.
정리하고 집에가자는 말에
운동에 가자마자 내게 던지는
그 녀석의 말 한마디가
별스럽지 않음에도 괜히 서럽다.
아니 화가났다.
결국엔 쓴소리 한마디 하는
내 자신이 더 화가난다.
전날 친구와 한 약속도 별스럽지 않게
그렇게 무산되어 버리고,
내내 휴대폰을 바라보던 내 자신이
또 한번 우스웠음이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랬다.
역시 그 또한 별거 아닌데도 말이다.
어제 간만에 휴대폰에 문자가 찍히자,
자세히 보니 예전 오래비라 불렀던 이가
결혼한다믄서 주소 보내달라길래,
어찌어찌 끝에 오늘
전화가 걸려와서는 통화를 하고나니,
참 정겹다.
내게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참 정겨웠음이 간만이다.
그저 오란말은 못하겠고 싶어서,
축하한단 말 한마디 듣고팠다는 고 말이.
참 정겨웠다.
그리고선 예전 그 추억들이 스친다.
별다른 일 없이 그저 순탄하게 지나는 일상.
다행이라 여겨지면서도,
그저 오늘 본 마지막의 영상처럼
괜히 내내 발걸음이 쓰다.
시.리.다.
아무 것 아닐진데,
뉴스에서 나오는 오늘의 화제 뉴스거리
반복의 반복되는 그 앵커의 말 한마디가,
내게 건네는 친구들의 말 한마디가,
잘 지내냐면서 건네는
메신져의 동생뻘 되는 그 녀석의 말 한마디가,
주위 사람들의 이런저런 말 한마디가,
거기에 대꾸하는 나의 말 한마디가,
엄마가 내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가증스럽다.
그리고서 모든 것을 쉽게,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내.가.너.무.싫.다.
나란 사람은 원래 타고나기를
그렇게 꽉 막혀있나 보다.
별 것 없으면서 대단한 척하는
내 자신이 참 원망스럽다.
오늘만은 그렇게 내 모습.
지금이대로의 나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참으로 역겹기도 역겹다.
언젠가 사람이 좋다면서,
여기저기 떠들어대며
안부 건네고 되돌아오면 받아주고.
늘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면서,
중얼대면서 지내왔던.
그 모습으로 일상 지나왔던,
내가 매스껍다.
이제는 우선 사람을 대할 때면
이것저것 골똘해야하는
내가 더 안쓰럽다.
나는 날 과연 사랑하는 것일까?
평범하지 못한 내가 참 원망스럽다.
결국 난 사람도 외계인도 아닌
그저 돌연변이인가 보다.
아니면 이런저런 일을 겪어야 하는 것.
그것에 딸린 시간이라는 속에
살고있거나.
지금이 그 시기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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