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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위안할 수 있어.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11. 7.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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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말하면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눈물 흘리고 픈 마음 그득이라면 어떤건지 모르겠다.

 이제 한 주 잘 시작하면 그만이라 여겼다.

기분 좋게 시간을 보냈던 밤이었음에도,

먹었던 술 때문일까 잠을 내내 이루지 못했다.

오전 일어나서는 하늘을 보니,

곰방이라도 무언가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

기어이 비가 쏟아져내렸다.

아주 잠시 뿐이었지만,

그 덕분에 잠시나마 잠을 이루었던 듯 하다.

일어나 날아온 친구의 반가운 문자도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서 부시시 일어나기가 뭐해서는 뒤척이고 있던 중.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서,

조금이나마 편해지면 안되는 게 나인가보다 했다.

다시금 입원을 하셔야 한다는 말에,

그것도 일주일이나 입원을 하셔야 한다니.

순간 무언가 아득해지는 듯 했다.

오늘은 어찌어찌 넘겼다 하더라도,

당장 내일부터가 문제다.

집은 수리중이라 이렇게 심난하다.

게다가 제일 일하기 힘든 화요일이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

생각만해도 끔찍히 두렵다.

이런거 저런거 다 제끼고서,

그래도 엄마 곁에 있어야 할 것 같아,

일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버지는 오시지 않아,

결국은 화요일이 된 시간에서야 집으로 터벅걸어 돌아왔다.

비가 밤께 더 왔었나보다.

거리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그득이다.

그나마 위안할 기댈 것 조차 없는 와중.

집에 들어오자마자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는 비.

어찌나 한켠의 위안이 되던지 말이다.

줄기차게 제대로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줄기 보고있자니,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다행이다 그리 여겼다. 아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남들은 들으면 니가 좀만 더 고생하면 되지 뭘그래가,

나에게는 늘 짐이다.

정말로 막막해서 누구에게조차 이야기 건넬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겐 더 큰 족쇄고 나를 옭아매는 끄나풀이다.

너는 잘하겠지 하는 것이 너무나 큰 부담이다.

내가 효녀라면서 장하다면서 다행이라며,

어쩌다가 내가 엄마랑 같이 일하게 되었냐는 소린,

더더욱 싫어. 싫고 또 싫다.

일주일 간은 지옥같은 시간을 또 견뎌야 할 듯 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 여겨지는 것,

혼자서 병실에 엄마를 두고와야 하는 그것이 싫다.

그래도 그 시간동안 제대로 쉬실 수 있는 엄마.

그것 역시나 한켠의 위안이다.

그런 엄마를 두고서 아직까지 소식조차 없는 아빠.

그것도 너무나 화가나지만,

이렇게 잠시나마 집에서 혼자서 빗소리와 조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한켠의 위안이 더 되어준다.

비가 조금의 시간이나마,

이리 내려주면 참 좋겠다.

잠시나마 모든 것에 벗어날 수 있는 위안이 되도록 말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이렇게 나만의 공간이라도 있어,

주절거릴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이라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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