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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11.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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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마무리 지었다.

늘 겨울에 추위에 시달려야 했던 방이 천정도 낮아지고,

벽은 탄탄한 단열재가 들어섰으며.

내가 직접 고른 모든 방들의 벽지 중에 제일 맘에 드는 내 방의 벽지도 이쁘게 발라져있다.

그리고 다시 턱하니 창밖으로 벽이 버티고 있는 방으로 되돌아왔다.

우리집 근처 사는 사람들이 구경 올 정도로 대대적인 수리였다.

모든 짐들을 다시 제자리에 되돌리고 난 것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

그저 달라진 것이 없다고만 여겨지는 마음 때문이리라.

너무나도 버겁도 무거운 마음과 지친 몸 때문이리라 그리 여기어짐이다.

하필 이 바쁜 와중에 엄마가 자리에 없으시다는 것이,

아마 심적으로 더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당분간 아무 거동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는 엄마.

집안 온통 구석구석이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역시나 살림을 직접해야 하는 건 엄마인 걸, 그 때문에 아무리 내가 애를 쓴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집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엄마라는 그 자리인 듯 하다.

그 덕분에 마음 한 구석이 내심 걱정이다. 앞으로 당분간은 절대로 무리를 해선 안되니 원.

마찬가지로 학원이라는 공간의 주인인 원장선생님의 위치가,

평소엔 그렇다치더라도 정말이지 그 빈자리 덕분에 일주일 간 대막막의 나날들이었다.

그리고서 처음부터 결심했듯이,

다시금 나라는 사람은 절대 학원운영이라는 것은 꿈도 못 꿀일이지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만 견뎌내면 그만일지 알았던 그 막막의 날이 며칠 더 남았다 여겨지니,

마음 오갈데가 없어만 지는 듯 하다.

오늘 밤 대충 마무리 짓기 전에 저녁을 먹고,

여수로 되돌아가는 동생도 배웅할 겸, 이틀째 보지 못했던 엄마도 보러갈겸 해서 잠깐 외출을 했다.

동생과 도와주러 온 동생 친구의 사이에서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기만 하는 내 자신의 모습.

모르겠다. 지금의 기분이 어떠한지를...

내일 눈뜨면 다시금 초난감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으며 내일이 지난들,

그리고 올해라는 이 시간이 지난들 달라진다는 건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다만, 시일내로 아주아주 푹. 푹푹푹.

쉴 수 있으면 좋겠다. 허나 그러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기분이 더 이러한 걸까.

몸도 마음도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 땐 아마도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그런 지금의 심정과 몸의 상태가 탈이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올 가을들어 아직 제대로 감기라는 걸 앓아본 적이 없다는 것이 살짜금 위로지만,

절대로 무엇하나 위로라는 게 될 수 없는 요즘의 그 마음인 듯 하다.

날이 갈수록 요즘은 내 자신이라는 어떤 위치가 너무나도 버겁고,

거부하고만 싶은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것만 같아, 자꾸만 겁이나고 두렵고 무섭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차라리 이러했음 좋겠다의 마음이 실상되고 나면,

또 저러했음 좋겠다의 마음이 되고.

다시 저러했음의 마음의 상태가 되고나면 다시금 이러했음 좋겠다의 마음이 되는 것.

그것이 비단 내 마음일 뿐은 아닐거라 여기면서,

오늘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피식 웃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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