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삼아 그냥 간만에 영화 한 편 보고서 지난 토요일 오후다.
오전내내 잠을 잔다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그러나 간만 편히 잘 수 있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오후가 되어 간만에 정말 나가기 싫은 수업을 그래도 마치고 나니 뿌듯했다.
주말이라는 시간에 쉬어주어야 하는 건, 아니 쉬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나인가보다.
돌아와선 한 것도 없이 지나가버린 토요일 밤이다.
영화를 보고서 돌아오는 길은 의도와는 달리 무언가 기분이 참 묘했다.
생각만큼의 이야기가 아녔던 영화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참 큰 극장인데도 시내 중심가가 아녀서인지 달랑 열명이서 영화를 봤드랬다.
다른 때 같았으면 혼자서 앉아있는 그 자리가 참 어색했을텐데.
사람이 적어서 인지 그 큰 공간에 덩그라니 나혼자 영화보는 느낌이 오히려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나올 때의 그 기분만큼이나 무언가 살짝 부족한 듯한 느낌의 요즘의 나다.
말을 주절거리고 있으면서도 무얼 주절거리는지 모르겠고,
무언가를 입에 집어 넣으며 아작아작 먹어대면서도 뭘 먹고 있는지 모르겠고.
암튼간 그랬다. 살짝 허전하다는 느낌이 가시질 않는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자꾸만 허기지다는 생각만 들던 토요일 오후였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도 무언가를 먹어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 기이했다.
2% 부족하다는 느낌은 아마도 전에 예상했었던 그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차마 그것이라도 있어야 지금처럼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때의 느낌.
뒤돌아 서버릴 땐 차라리 시원하니 잘 되었다 그리 여겼던 나지만,
아마 절대로 혼자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거란 누군가의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 때의 선택을 다른 쪽으로 택했더라면, 더 큰 일을 겪었을지도 모르니,
그걸로나마 위안삼아야 하지 않겠나 말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란 영화를 봤다.
제목 하난 참으로 마음에 들더니만, 그저 그랬다는 말이 낫겠지 싶었다.
그래도 근영양의 멋진 눈먼 상속녀의 연기는 볼만했다 하겠다.
정말 보고픈 영화가 있긴 했지만 그새 상영을 안하고 있으니.
게다가 상영한다는 게 하루에 단 2회라서, 기회가 나질 않아주는 게 참 아쉬웠다.
눈뜨고 있는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는 요즘.
그 동안의 무수한 시간들은 대체 어떻게 지났을까 조차도 의심이 들 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도 별 감흥이 없었던 것일까 말이다.
별일 없이 지나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여겨졌던 것들도 서서히 시들해지는 것이,
역시나 이 마음이 또 저 마음을 바라고 있는 것의 하나가 아니겠냔 말이다.
바보같이 그러고 있는 나 역시 사람이니 어찌 나쁘다 하겠나.
아주 스스로 장구치고 북치고 난리가 아니다.
스치는 생각으로 얼른 하얀눈이나 소복 내렸음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눈을 뜨고나면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겨나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더불어.
지금의 모습에서 개선이라는 것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내 자신의 모습이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자꾸 세상이라는 것에 자신이 없어지는 내 모습인 것만 같다.
그래도 적어도 내 자신이라는 것의 존재에 대한 것만큼은 긍정적이었는데 말이다.
이젠 그조차도 자신이 없다. 없어.
(영화 스틸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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