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일까.
그래도 꽤 탄다는 인라인을 굴리던 중. 무심히 넘어졌다.
여기저기 쓸리고, 특히나 얼굴에 상처가 나서, 참으로 어이가 없었을 뿐.
넘어졌음에 대하여, 아프다거나 속상하다는 건, 나중일이었다.
순간, 아 많이 다쳤구나 싶었을때 지나가는 생각이란 것이.
그 이유였다. 넘어지게 된 이유. 여전히 알수 없음이라지만, 이유는 분명했다.
딴 생각을 했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던 건. 왜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내가 그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는,
선배의 전화 때문일까. 그것은, 괜히 넘어져야 했을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그 어떤 것일까.
아니면, 난 그 누군가를 생각했던 것일까. 내일이면, 다시 일주일이 시작된다는,,
그러한 것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들은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어떤 경계선의 무너짐이다. 어떤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하고,
거기에 해당되는 생각과 말을 해야 하는 그런 경계.
어느 경계선에 서야 할지를 모르는 무너짐이다. 집에 돌아오고 나니,
여기저기가 다 상처가 났다. 되돌아 보면서 후회한들,
몸이 아픈것이나 마음이 아픈것이나, 다 매한가지다.
멍하니 한 순간에 되돌아온 어느 시기라는 것은 늘 그렇다.
그냥 때가 되면 무언가를 하는 것이고, 주절거리는 것이고, 그 상황에 맞게 움직임.
새벽녘에 일어나서 가만히 앉아, 켜져있는 텔레비젼과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자니,
돈도 없거니와 괜시리 빌린 보지도 못한 비디오 하나와 그리고 먹다만 물한잔.
그리고 침대위에 나뒹구라진 옷가지들, 그리고 그것.
손쓸수 없을 만큼이나 밝아오는 창문 밖의 하늘이었다. 그리고 습관성으로,
컴퓨터를 뒤적이는 것. 또 그리고선 조용히 깨끗하게 방을 정리하고서는 누웠다.
몸이 아픈건, 약을 발라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새벽녘에 바라본 거울속의 내 얼굴은,
유난히도 많이 부어있었다. 아침. 여느때처럼 아무 생각없이 일어나 밥을 먹고,
텔레비젼에서 하는 드라마를 거실에서 보던 나는, 괜시리 방에 들어와 침대위에 누웠다.
새벽께 일어나서 음악을 들을까 무엇을 할까 하다가, 역시나 고민만 하다가 잠들어버린,
두시간여. 새벽에 한번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 생체 시간이라는 것은,
언제고 다시 그 똑같은 시간에 깨기 마련이다.
다시 일주일간은 무언가에 골똘해야만 하는 일주일이다.
괜히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일어나서는, 컴터를 다시 켜고 음악을 돌리고,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자니, 오전에 사진을 찾기로 한 듯 하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은 소포를 하나 보내야 하는구나. 그 마져도 잊고 지나갈뻔..
무너져 버린 경계는 어느 경계일까. 어느 선에서 나는 이것을 놓쳐버린 걸까.
일과를 마쳐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 또 이 시간이 돌아왔구나.
무엇이든지 간에 한 템포가 느려진 요즘이다.
이유가 어떻든지간에 그렇다는 것은, 분명 어느 시점에서 멈춰버린 내 시선이.
그 경계를 놓아버린 듯 하다. 애써 넘어지고 나서는 괜찮아 보이기 위함의 내 포장은,
그 순간에는 어쩌면, 포장이 아닌 진정 내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차라리 그냥 넘어질걸 요령은 왜 피웠을까. 어쩌면 그냥 넘어졌으면,
일어나지도 못했을까? 아니면 주저 앉아서 저번처럼 엉엉 울어댔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건 어떠했을까? 의 생각일 뿐이다.
내가 서있는 곳이 어떤 시점일 지언정, 무너져 버린 경계선을 다시 붙잡을 수 없음은,
역시나다. 역시나..
몇 지인들에게 날리고 나서의 문자도 되돌아 오는 답장들 속에서 미소지음은,
그것이 내가 보낸 사람들의 전부 답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얻은 것처럼. 괜시리.
출근길에 보이던 흩날리던 구름의 높디 높은 하늘. 그것도.
다시 한번 가을이구나. 라는 생각도. 누군가 나를 감싸줄 수 있는 이가 없구나 라는것도,
괜히 다이얼 버튼을 44번에 돌려 전화를 걸었던 것도,
그러했다가 받지 않자..다시 여기저기..전화를 걸어보았던 것도.
아무것도 아닐 선배에게 괜히 투정부린 것도, 오전에 뜬금없이 걸려온 이상한 전화도.
사진을 찾고나서 여전히 후회스러운 포즈와
갑자기 1000원짜리를 들고가서 사먹은 키위쥬스도. 원하지 않던 것들은,
시시콜콜 참으로 잘 챙겨가고 있는 요즘이다.
문득 들고 드는 생각들은 여전히 매한가지이며, 역시나 문득 문득이다.
온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여기저기 다 쑤시고 결리며, 풀리지가 않는 근육들이다.
이것들이 너무 무겁다. 나는 아직 멀었나 보다라는 생각은,
무에? 그렇게..요즘들어 자꾸 어딘가에 베이고 나는 상처들은.
그것을 여실하게 나타내고 있음이 아닐까.
풀지 못하는 얽혀버린 끈들을 풀어가는 것은 아직일까.
그러다 그 경계를 놓쳐버린 걸까. 이유도 없을 그런 일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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