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일이 끝남과 동시에 마련된 자리에서는,
술 한잔이 생각이 났다.
엄마를 앞에두고선 소주 한병을 홀짝 마셨다.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서 홀짝대는 내 모습을 그대로 두셨음은,
어쩌면 말하지 않아도 부모는 알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지금 기분은 아주 조금은,
술김의 기분과 함께, 만감이 교차한다.
내내 어제의 그 말이 맴돌아, 내 마음을 쓸어가고 있다.
" 여하튼 말은 안해도 나름대로 잘하리라 믿었는데 ... "
무엇을,
무얼 믿었단 말일까.
아무렇지 않다가도 다시 그건 상처로 되돌아 오고 말았음이다.
이전에 나에게 그런말을 했었다면 모를까.
나도 여자는 여자인걸.
결국 꿈속에서 보고야 말았다.
오늘 일찍 서둘러서 나선 버스안에서의 내 머리속에서는,
그 어떤 생각이 맴돌았다. 글을 쓰려하니 갑자기 쓰려다가 생각이 안나는건 또 무에냐.
간만에 먹어대는 소주는 참으로 잘도 넘어가더라.
그 생각이 무엇이든,
역시나 모르고 볼일이다. 모든 것이.
아,
생각이 문득 난다.
상처, 지금 내 몸에는 상처 투성이다. 며칠전 넘어졌을때의 상처뿐이 아니라,
여기저기 상처가 많다. 찢기고 긁힌 상처들.
그 상처가 점점 나아가듯이,
언제고 이것들도 모든것들도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만이 맴돌았다.
자기전의 내 혼잣말에는,
가장 큰건 그녀의 부재이고, 녹아내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생각을 내내 하면서 주절거렸다.
나는,
보기보단 무척이나 나약한 사람.
말을 안하면 거기에 얽매여 못하는 사람인 것을,
뭐가, 말하지 않아도 잘하리라 믿었다는 걸까. 나름대로는 지금 뿐인걸.
절대로 자책은 아니라면서 혼자 주절대었던 지난 새벽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잠이 든 순간이 떠올랐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순간처럼 넘어갔었으면 좋았으련만.
오늘 역시 아무 죄도 없을 우리 예쁜 애들에게 화만 연신 뿜어댔다.
이현도의 '적의'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그 노래의 가사가 스치듯이 지나간다.
" 냉정할 땐 냉정해져봐.."
동시에 말했던 그 냉정이라는 것은 무얼까.
비단 여자에게 있어서 냉정이라는 것이 열정보다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난 그 냉정 못지 않게 열정이라는 것을 품고 사는 이인데,
왜 그건 몰라주는 걸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되기 전 중얼거렸음은,
인생 한번 살지 두번사냐.
이럴때도 저럴때도 이러하기도 저러하기도 그러기도 하고 그랬기도 하고,
그러하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변수는 어디에나 존재하듯이,
그래야 이 세상 한번 맘껏 살다 가지 않을까.
그래 이걸로 된거다. 된거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내내 주절거렸던 것은, 나는 여기까지다.
나는 여.기.까.지.야.
무엇을 앞으로 하나씩 꺼내어서 나아갈지 모르나,
일단은 여기까지이고 보는 게다.
갑자기 연락할 길이 없어진 그 꼬마가 걱정되기도 하고,
여기저기 의문은 여전히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것도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반복되고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다를 것이 있다면,
늘 배우고 배워가는 것일테지.
그것에 위안하며, 안주하는 것일 것이다.
참 간만에 한잔이 기분이 좋다.
그것은 술맛 때문이 아니고, 그 속에서도 아니고,
이 피곤과 지침을 한풀 꺽어줄 그런 술잔이었기에.
그래서 참으로 좋다.
스스로의 연민따위나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일까마는,
난 늘 그러했다.
3년 전에도 지금 올해도,
늘,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고자 이렇게 주절댈뿐이다.
그리고
올해 달라진 것이라면,
그 속에서 배워감일테지.
참으로 좋은 것 중 하나는, 오늘밤에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너무나도 감미롭게 들림.
그것으로 만족함이다.
내내, 그렇게 귀속이나 머릿속이나 무엇하나 들어오지 않았음이다.
미치듯이 읽어댔던 책 몇권들도,
마찬가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도.
언제고 다시 그렇게 들어오는 날이 있을테지.
이틀사이에 책 두권을 읽어대다가, 멈춰버린 그 책.
조금만 더 읽으면 끝이지만,
그 순간에서 지금 일주일 반이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 모를 것들에 휩싸인 나일 것이다.
그 지난 시간들에 대한 나의 느낌이라면,
나도 한낱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나 사랑때문에 이러저러하는 사람들과 다를바 없다는..
그런 사실 때문일 것이다.
난..
두번 살지 않는 다는 것. 그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아무렇지 않을 것에 대해.
상처. 인것. 그것이다.
그런 것이다.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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