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가을 마지막 자락에,
집을 나서는 기분은,
뭐랄까. 되돌아오고 되돌아 온 일상들에 대한 스며드는 연민.
늘 출근길에 점심 대신 사먹던 과일쥬스.
내키는 데로 토마토나 키위쥬스를 사먹다가.
오늘,
무슨 생각에 상큼한 오렌지쥬스가 먹고 싶어져서,
노랗고 노란 오렌지쥬스를 사들고선,
버스에 올랐다.
조금 더 돌아가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시계를 보니 많이 늦은 탓에,
2002번 버스를 탔다.
간만에 늦은 출근에,
영어 선생이 궁금해서 인지 전화를 했더라.
원장이 없으니, 이젠 내가 걱정이 된걸까?
그렇게 시작한 금요일의 일터에서의 모습.
왜 이리 피곤한 것일까.
괜시리,,
우울이 조금씩 밀려들고 있었다.
어제부턴, 괜히 애들과 들떠서 같이 어울려 떠들기도 하고..
간만에 애들과 섞여,,
그리 마음 놓고 웃다보니.
이것이구나. 내가 사랑해야 할 것들.
내가 가야할 것들.
일과를 마치고,
캄캄해져버린 밖으로 나서니 날씨가 꽤 쌀쌀해.
참으로 쌀쌀해.
출근길에 듣던 음악을 다시 한번 귀에 꽂고 버스를 타러 향했다.
나서는 길에 타지 못했던 그 버스가 아쉬웠을까.
운동가는 길을 포기하고선,
55번 버스에 올라타고야 말았다.
이럴때 비가 와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언제나 처럼 55번 버스를 한정거장 미리 내려,
문화예술회관 위를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을 다 지나가고, 이제 참 쌀쌀하구나.
지치거나 살짜기 차분해지고 싶을때, 올라가던 예술회관 앞은,,
오늘따라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그렇게,
조그맣게 야경이 보이는 그 녹색불빛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음악감상.
그렇게, 15분여를 앉아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참으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쌀쌀하던 바람마져 푸근해지기 까지 했다.
간만에 올라선 그 곳에 사람이 한명도 없으니 참으로 좋더라.
이대로, 이 밤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술한잔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그렇게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다시 그 길을 지나게 되었다.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그길.
살짜기 중얼거려 보았다. 나지막하게...조용히..
하지만, 들어줄,,,
핫..
집에 들어와 부엌일부터 해서 다 마치고 나니 지금이다.
생각하는 것 하나 없이 참으로 푹 쉬고 싶은 밤이다.
그리고,
간절히도 맛난 술한잔이 생각나는 밤.
스며드는 밤.
반갑지가 않는 윤도현의 러브레터.
지저분한 내방.
그리 지나가는,,,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 밤.
그리고 문득 스치는 '쓸쓸하다'...
음악은, 박기영의 새 앨범중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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