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짬나는 시간. 손을 씻으러 잠시 강의실을 나서니, 창밖에서 문득 불어오는 바람이 봄이다. 참 따스한 느낌. 바람이 부는데, 차지가 않아. 이것이 봄바람일까. 훅한 느낌. 그 기분은 참 새로와. 그것은, 필시 습한 기운의 무엇일지나 봄이 느껴지는 훅한 바람. 그저 그렇게 살며시 미소지어 본다. 또 그렇게 계절은 바뀌는 구나. 어느새 그 해 여름 지나 올해 겨울이 끝을 보면서 봄이 오는구나. 계절이 바뀌어 그렇게 정말 봄이 온건지 알 수 없었을 그 때를 떠올리자니, 나에겐 언제가 봄이었을까.
무언가 기분좋음을 받아 안고, 괜히 일찍 나가시는 아버지를 배웅하겠다고, 겨우 3시간여를 자고나서,일어나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먹고나서, 쓰러져 자버렸다. 그건 아마도 내 쉬다 다시 시작하는 운동 덕일까. 아니면 간지럽히는 감기기운일까. 역시나 그 무엇은 다 순간에 불과해. 아쉬움 가득 안게 하는 그 순간. 참으로 기분이 새로웠을 그 순간. 또 그렇게 그 순간이 지나 오늘 순간이 와서 봄바람을 느꼈던 그 기분을 맘껏 토로해내. 그러다 또 시간 지나면 눈을 감고 무언가에 빠져 잠에 들 것이며, 또 다시 눈을 뜨면 하루가 지나 그렇게 벌써, 또 한주의 절반이상이 지나 목요일.
그렇게 겨우겨우 눈부비고 일어나, 오늘 바꾸겠다고 결심한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동전들을 세어보니,돈이 꽤 되네. 여행뒤끝의 자금사정에 시달리는 나에게는 단비와 같음을 주는 동전들. 고맙다.늘 그렇게 동전들을 모아 여행을 갈때면, 차비로 쓰곤 했는데 이번에는 카드가 그 여행비를 대신해,이렇게 통장에 고이 채워넣음이다. " 동전을 참 많이 모으셨네요. " 은행 직원언니의 말에. 나는 그저 미소한번 짝 흘려주고선, 그 봄기운을 느끼며 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나섰다. 출근길은,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댄다. 얼마전까지의 오전출근은 아니지만, 그렇게 나서는 길이다. 얼른 지나가라 얼른 지나가라.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시간은 그렇게 지나서 마지막 중학생 수업,마치고 나자니. 다시 부랴부랴 버스를 타기위해 서둘렀지만, 그동안 내내 교실청소를 하지못해서,마무리를 짓고 나섰더니 그 5분이 버스를 기다리게 한다. 내내 버스정류장에 서있자니 다시 그렇게,바람이 분다. 그 바람은 역시나 혹해. 살랑살랑 내 마음 설레게 해서일까.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기분이 참 묘하다. 무어라 해야 할까. 괜히 없는 돈에 맥주한캔을 사들고서 들어와 앉아보지만, 또 새로운 걸 해보시겠다면서 컴터를 들적이는 엄마가 자꾸 질문을 하고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지금은 또 12시. 오늘이 되어 두시간여가 지났다. 문득, 내가 없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
또 그렇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본다. 메신져에 들어와 있는 파란 사람의 모양. 그 옆에는 역시나, 놀랍게도 그 대화명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길래, 망설임없이 그저 바라만 본다. 그러다 사라지고 나니, 또 우습게도 한줄의 문자를 날리고야 만다. 우습다. 또 우스워. 이젠 대꾸조차 없을 그런 것에..궁금하지도 않을 그런 것에 고작 한다는 것이 그것이라니 참 머랄까. 이젠 의미 없음이다. 차라리 이렇게 늘상 아무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 주는 하루에게 감사해 할뿐이다. 봄이오면이란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그저 오늘 느꼈던 봄의 흔적들을 곱씹어 볼 뿐이다.
돌아와서는 이곳 저곳 들러서 또 그렇게 한마디씩 해보기로 하다가 그냥 관둔다. 싱숭생숭 이건,봄이 오는 그 느낌을 느껴서 일까. 갑자기 생각이 난다. 운동을 가기전에 자주 가는 약국에 들러,종합감기약을 괜시리 감기도 아닌 것 같은데 하나 달라고 하니, 주인언니가 "목이 아파요? "라고묻는다. 이젠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목 때문이라는 걸 알아차리니 자주 갔었나 보다. 올해들어서서, 유난히 목이 아프기 시작해서 낫지를 않으니 말이다. 이십오만오만원 이라고 농담을 건네다가, 그게 머냐면서 따지다가 이내 2500원을 내고나니 " 알아서 주는구만 모~" 해주는 언니가 새삼스레 참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 또 웃었다. 봄바람을 타고 나는 또 웃었다.
아마도 느꼈던 봄바람 때문일거야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나니, 정말 봄이 오긴 할까라는 생각도,없지 않아 해보아. 그렇게 또 언제는 봄이었을까 생각해. 배고픔을 없애기 위해 출근길에 샀던,애플파이가 생각나. 다 맛없어도 파리바게트 애플파이하나는 참 맛나는데. 어제는 그 없는돈에 키위주스를 사먹으면서 또 한번 웃어주었고, 그렇게 생각의 꼬리꼬리를 무는 것 멈추질 않네. 샤워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난리부르스를 추니 엄마 하는 소리. " 너 어디 정신 이상한 사람같다." 하시니 또 웃는 수 밖에. 아마 난 봄바람 타려나봐 그러나봐.
없는 건 무엇일까? 있는 건 무엇일까? 오늘밤은 음악마져 귀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니, 그것은,좋았다가도 또 다시 그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나의 경계선일까. 언제가 되면 이 스스로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까. 문득 걸려왔던 대 선배님의 전화. 소주나 한잔 하자던 그 전화. 그리고 늦은시각 얼른 나와서 한잔 하자던 이미 취한 재통화. 왜 주위에는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만 있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 그러다 괜시리 또 장난치고 주절거리면서 메신져에서 대화하는 사람들에게 응석받이. 나는 언제쯤이면 없는 존재가 될까. 생각의 끝은 역시나 존재에 머물러서, 머무르고, 머무르다. 거기에서 멈추어 버리다. 그래버리다. 또 그래버리다. 오늘 느꼈었던 봄바람의 훅한 그 느낌. 새로움과 신기함은 그렇게 멈추다.
심심한 걸까. 외로운 걸까. 생각하다 또 그것은 생각이 아닌 사각이 되어. 자리잡아 버리다. 내일은 영화나 한편 볼까. 참 보고 싶은 영화 많다고 생각되었는데, 그래야 할까 또 그렇게 떠돌아서,영화나 한편 보고 나면 없어질 그것일까. 앗 좋아 좋아. 어제의 그 새로움과 신기함을 여전히 안고, 그저 지나고 나면 말 그것이야. 그런걸꺼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또 주절거리고야 말아버렸다. 농담일지 진담일지 모르는 그 오늘의 오전과 늦은밤의 대화도 마찬가지로 다 그저 지나고 나면 그것일거야. 내가 없었으면 좋겠어 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봄바람을 타고올 봄비가 내려주면 그만일거야.
비가 와주었음 참 좋겠다. 날이 너무 건조해 라면서 중얼거렸던 그때. 차라리 그 때가 나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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