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비가 오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고 해서,
가끔씩은 그렇게 생각이 난다고 했었지.
그런데 비도 오지 않는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비가 참 세차게도 오던 그 날이,
생을 살면서 얼마나 가볼지도 모르는 널 처음봤던 그 인사동이란 곳에서
다시 너와 대면하던 그 순간이,
큰 창으로 세차게 내리던 그 빗줄기가 달달한 술 한잔에 참 좋은 경치였더랬는데.
늘 그랬듯 그날도 역시 혼자만의 기분에 취해서 들떠 있었더랬는데,
참 우습게도 처음부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까지 함께했던 순간이,
그 비가 세차게도 내리던 그 날처럼.
그저 혼자만의 시간으로만 기억되는 걸,
게다가 기억이라는 것 조차 희미해져서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고 마는 거.
아마 그래서 마지막의 그 순간 덕분이라 해버리고서,
그렇게 스스로 연을 끊는다 여겼더랬지.
바보같이 아무것도 몰랐더라면 좋았을거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너무나 많이 알고있는 너이기에.
어쩌면 다시 만남을 갖고팠던 건,
조그마한 그런 이유였더라도 다른 뜻의 한 번쯤의 기대는 아녔을까.
그리고 그 기대를 확실히 져버릴 수 있게된 계기가 되었던 그 날인 듯 하여,
내심 스스로 참 다행이다 여기고 있다 그래.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같이 했었던 그 순간을 곱씹어보자니.
나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
나를 어찌 여겼든지 간에 나 참 못되고 못된 사람이라는 걸,
언제쯤이 되면 너도 그 걸 알아차리게 되겠지.
늘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오늘처럼 가끔씩은 내 생각해주길 바래왔던 나인데,
유독 너만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참 우습네.
갑작스레 문득문득 스쳐가는 생각으로 나에 대한 마음이 단 하나의 이유였다는 걸,
제대로 곱씹어 준 내 덕분에 이렇게 잠잠한 걸까?
너무나도 정확히 내가 핵심을 찍어버린 걸까.
뭐 나야 고맙다 여길 밖에,
잠시나마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평소에는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이,
가끔씩 쩌렁거릴 때면 괜히 놀라 미치겠던 것도 이제는 잠잠하니까.
앞으로는, 다시는, 언제든, 절대.
그렇게 하는 일이 없을거라 확신하는 나이기에 괜히 한 번 주절거려본다.
내 스스로가 지나왔던 생의 이러저러한 일들 중에서,
어쩌면 평생 후회의 한자락과 함께 더불어 우습게도 참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일들이
바로 나 혼자였다 여겨지는 그 많은 시간들과 순간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말야.
언제고 이야기 할 수도 없겠지만, 그런다 한 들 아무 소용없는 것이니까.
가끔씩은 그렇게 잘 살고 있나 여겨지기도 하고 그랬더랬는데,
이젠 그러지도 않겠다 여겨지니 웃음만 나온다.
난 감정이라는 것의 경계가 대체 어디로 꼭꼭 숨어버린 걸까 말야.
(노래는 두 곡 랜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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