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의문이 많았던 그 날. 오늘이다.
시작부터도 그러했거니와 밤에도 내내. 눈에 보이거나 들리는 것들은 어찌도 그리 하나 같다.
특별한 기분이다.
어젯밤. 나에게 건네주던 손길. 그것조차 무의미 하던 밤이었다.
어제의 그것은 그렇게 무의미했어.
단 하나. 어떤 것들의 방편으로 날려버렸을 그 무엇들은 선명한 하나의 기억하나만이 남아있다.
술에 약간 취해 늘 그렇게 다니던 익숙한 길 걸어내려 오면서 뚜렷하게 들었던,
새벽의 시작과 함께한 청명한 새의 울음소리였다. 그 새의 이름은 무얼까. 무얼 외쳐댈까.
내내 생각하면서 내려오던 그 길. 옆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무어라 중얼대던지, 무심결에.
날 끌어안던지. 손을 끌어잡아 내리던지.-내 바램은 그게 아니었어.
아무 느낌이 없을 그것들은 단지 그 새 울음소리의 선명한 기억만이 함께 했다.
아니면 달디 달콤했을 그 술잔에 담겨 술술 넘어가 주었던 술.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마무리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그 길에서 건네받은 그것 마져 어찌도 의문이다.
집을 나서는 길에 찌푸린 하늘에 반가와 들고 나선 우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딸랑딸랑 소리를 내면서-냥이 폰줄 덕이다.-걷는 나를 바라본다.
그 바라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이제는 충분하게 느낄 수가 있다.
그러면서 내심 비야~~ 내려다오. 무지막지 하게 쏟아져 다오. 하고 속으로 외쳐댔다.
그러다 여전히 혼자 먹을 식사.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아싸. 내리기 시작한다.
식사 전. 토마토 쥬스를 사러 로즈버드 Take out 점을 들어갔는데, 주인 아줌마께서 오늘도 여전히.
그렇게 반가이 맞아주어. " 우산들고 나왔네요. 오늘은 비 안온다구 했는데. 근데 곰방 올것 같네."
했던 아주머니. 한번쯤 우산덕에 잠시 대화했었던 나를 기억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펼쳐든 우산. 얼마전 꽤 많은 돈을 주고 산 우산을 펼쳤다.
조금의 여유와 함께 도착한 일터는 후덥지근 하다.
그러고선 유난히도 많은 의문이 함께했던 그 시간까지의 내내.
핸드폰을 열고서는, 가만히 앉아 잠시 주욱 문자들을 내려 읽어갔다.
수없이도 많을 문자들. 그러다가 발견한 문자. 구지 확인을 또 사려드는 그 선배의 문자.
" 현미야 ^^* 청접장 우선 멜로 보냈다. 혹시 멜 확인해봐. "
그러는 이유는 무얼까. 하다가도 에이~하고 말아버린다. 별 것 아닐테지 해버린다.
수업준비도 마져 하지 못해서 내내 버벅 거리면서 수업을 했을 고등학생과의 시간은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그 애 참 무던히도 내 모습 참 우스워해 하지는 않았을까.
내일은 그래도 조금이나마 준비를 해가야지. 다짐하는 바이다.
하지만 빗줄기 세차던 그 시간은. 그렇게 다른 날처럼 지루하지 많은 않았던 것 같아.
청소를 마치고 어제와 똑같은 길을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와중에 귀속에 울리는 노래.
A honeyed qustion. 그래 그 모든 의문들이 살짝 나쁘지만은 않을 그런 것들이었어.
이 밤. 그렇게 지날테니까. 아~~밤. 나와 함께 해주는 살짜기 빗소리 들리는 의문의 밤.
내내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의문. 빗소리와 함께 할 그 밤.
" A Honeyed Qustion " - 황정민 (영화 '달콤한인생' O.S.T. 中)
검은 풍선을 입술에 대고 고갤 떨군채 스텝을 밟네
해파리 처럼 흐느적 거리는 음악은
비정한 내 피를 또 다시 흐르게 하네
유혈이 낭자한 밤에 타버린 살의 내음새
햇살이 선명한 낮에 달콤한 너의 살 냄새
심장이 터져 근사한 양복 얼룩지면 아무도 모르게 흐르는 강에 띄워줘
달콤한 인생 빛이 바랜 망자의 하루 당신은 기어이 아무런 대답 없군요
(사진은 영화 '화양연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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