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앞에서] - 김재진님.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야.
그 이유.
이유.
하나같이 다르지만 같은것.
다를건 무어야.
어차피 살아가야 하는 일상들.
그 속에서
알아내고 배워가는 것.
그리고 조금이나마
어떻게든지
같이 느낄 수 있음을
바래보는 것.
그것이야.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아.
너의 이유.
그리고 그 속에서의 내 모습.
까닭.
그래야 했을 까닭.
괜찮아.
괜찮아.
보이더라도 느껴지더라도
이제는 괜찮아.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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