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휴일의 두번째 날이 지나간다. 아니 지나서 세번째 날이 되어가고 있다. 몇 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아침이 되서야 해가 뜨는 것을 보면서 잠이 든지도 두번째가 지났다. 그저 참으로 좋기만 하다. 어이하야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이렇게 휴일이 되어서 집에서 하루종일 지냄이. 그것도 무료하지 않게 지남이 참 좋다는 것을. 무작정 시간이 나게 되면 어딘가로 향했다. 그 목적지가 일정하던 일정하지 않던 그렇게 말이다.
책장을 정리하고 서랍을 정리했다. 정리하면 정리할 수록 버릴 것은 많아진다. 희한하게도 그렇게 버려진다. 미련없이 버려지게 된다. 사람의 마음이 그러할까. 언젠가 미치도록 애써 모았던 것들이 버려지는 것은 참 우습기도 하다. 정리라는 것이 그렇듯 매번 그러하지만 문득 정리를 하다가 만나는 과거의 그 흔적들이 날 웃음짓게 하기도 한다. 때론 그것이 날 눈물짓게 했더라도 시일이 지나 다시 나를 만나면 나에게 웃음을 준다. 그래서일까. 나는 정리하는 것이 참 좋다. 그렇게 밤이 지나 내내 정리를 마무리 하고 나니 다시 버리는 것이 쓰레기 봉투 하나를 훌쩍 넘어준다. 왜 이렇게 필요도 없는 것들을 난 참으로 많이도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
책장에 이번에 산 책들을 모두 꽂기 위해서 책장도 정리했다. 물론 버릴것들은 과감히 내던졌다. 그렇게 간직하고 픈 것은 간직하고 버릴건 버린다. 허나 이번 역시에도 그것은 버리지 못했구나라는 사실이 나를 틀어잡기도 한다. 말끔하게 시디들과 함께 책을 꽂아서 책장 정리를 해주니 한결 나아지는 기분. 그리고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그리고선 밤이 되어 잠시 나갔다 오면서 맞았던 한방울 씩 떨어져 주는 시원한 비가 고마웠다.
내일은 일어나면 방에 있는 커튼을 걷어서 세탁할 예정이다. 얼마 전 옷장을 정리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러고나서 마구 중얼거렸던 것도 생각난다. 웃으면서 또는 한숨을 푹푹 쉬어가면서 그렇게 기분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조금 전에 피워둔 연꽃향의 향이 온 방안에 퍼진다. 참으로 좋다. 점심 때가 다 되어 일어나자 마자 전화 통화를 두 통 했으며, 주문한 모니터가 도착했다. 이것을 설치해 두고 나니 너무나도 뿌듯해서 어쩔지를 모르겠다. 그 기분 이어가려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꽂아둘 마땅한 곳이 없는 책들을 위해서 였을까. 괜히 명량해전이 시작하려다가 끝나버린 '불멸의 이순신'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었을까. 뜬금없기 그지없고 변화무쌍한 내 머리가 희한할 뿐이다.
시간만 나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분주히 움직여서 휴일이라는 것을 만끽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서 떠났던 지난 5년여의 시간이 바보같기가 그지 없다. 지나고 말아버린 그 시간들이지만 언제나처럼 그렇게 과거의 시간을 붙잡고 늘어질 수 만은 없는 것이 이제의 나다. 진작부터 깨달아야 했을 사실들이 정리하면서 기록해 두었던 것들과 그 외의 것들에게서 느껴졌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휴일이라는 것은 이렇게도 만끽할 수 있었던 것인데, 이제와서야 알게 되었다니 나는 그리 모든 어떠한 사실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늦게 깨달아가는 듯 하다.
내일 눈뜨고 나서도 휴일이며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며 그 다음 날도 그럴 수가 있다. 그저 그 사실이 참으로 좋기만 하는 듯 하다. 내일은 커튼을 세탁하고 나서 조금 움직여주려고 한다. 영화를 본다든지. 무엇을 하든 집 밖으로 나가서 조금 움직여 봐야 겠다. 요즘들어서 그렇게 우리 동네에도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음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점차 알아가면서 괜히 벗어나고 싶어했던 마음이 참 미안하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휴식을 제대로 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 고맙기도 하다.
정리를 하다가 문득 알게된 사실 하나가 지난 시간의 기록 덕에 눈에 밟혔다. 만남은 정확히 지금으로 부터 5년 전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 곳을 다니게 되었을 때 였다. 그랬다. 그렇게 되면 결국 그 지난 날들의 내 모습은 그 때 비로소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 결국 5년이 문제였다는 것. 그렇게 너무나도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내 모습이 지나갔다. 아주 잠시 잠깐이었지만 참 우스웠다. 그랬었구나.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던 지난 시간이 그렇구나. 너무나도 소중했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은 내게 없어 줄 그것이구나.
이제 다시 내일의 해가 떠오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주면 또 하루의 일상을 살아갈테지. 그럴테지. 그렇게 정말이지 너무나도 큰 의미의 휴가가 계속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꼭 어딘가로 가야지만이 휴가가 아니라는 것. 덕분에 참 더 알아간다는 사실에 기분이 대만족 스럽다. 블랙과 실버로 조화된 내 돈으로 마련한 스피커. 컴터 본체. 모니터. 키보드를 바라볼 때처럼 그렇게 만족스럽다. 이제 마우스만 남은건가? 쿡.
사진 이야기를 해보면 찍을 때 많이 흔들렸나봐. 가만있자. 저기가 어디더라? 가만히 사진을 바라보고 있자니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 살짝 기억이 나준다. 술을 조금 마신 후라서 사진이 저리 찍힌거라면 변명이 될까. 음악은 무지하게도 불러 제꼈었던 Jewel의 'Foolish game'이다. 언젠가 이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따라 불러보겠다고 애를 써서 불러댔었던 그 노래. 그런데 느낌이 살아주지를 않아 나는 해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팝송은 되어주질 않은 건. 역시나 영어를 싫어하기 때문에? 풋. 단하나 자신있게 불러 댔었던 팝이 생각나준다. 그나저나 노래 제목이 참 좋다.
알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버리고서 채워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늘 많은 것을 또 알았으니 나도 모르게 무언가 버려진 걸까. 아니면 정리하면서 버린 것들로 대신해 줄까. 그래질까. 하루 내내 조용하던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꺼놓을 필요도 없을 그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오늘 내가 서있었던 자리가 이 곳이었다 생각하면서 하루의 마감이 되어주는 듯 하다. 이 노래가 5번 반복되어지면서 쓰는 글. 글과 함께 올리려는 음악이 곁들어주면 참 좋은데, 앞으로는 또 어렵게 될지도 모르니 아쉬움 한 켠에 두고서 그렇게 나만이 간직할 수 있도록 되어지기 위해서 또 한번의 연습이란 게 필요할 듯 해.
잠을 자는 동안 내내 비가 내리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새로이 다가온 '5년 전'이라는 단어가 얽매이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얽매이면 정말이지 앞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별 탈없이 지나준 휴가의 두번째 날에게 굿바이 인사를 날리면서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그러해주길. 아 참 편안한 주말의 시작이었던 듯 하다. 그리고 이젠 그렇게 내심이라는 마음을 품으면서 맞지 않아도 되어가는 주말이다.
아하핫. (0) | 2005.08.02 |
---|---|
세차게도 내려. (0) | 2005.08.01 |
감상 두번째-울동네 좋네. (0) | 2005.07.28 |
좋다쿠나. 쿵.^^; (0) | 2005.07.27 |
조금이나마. (0) | 2005.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