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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있는 곳에도.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5. 8. 9.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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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비가 왔는가.

 

 

돌아오는 길에 정말로도 멋지고 멋지던 그 구름들.

그러다가 아주 빠르고도 빠르게 움직이다가.

잠시 그 하늘에서 벗어났더니, 어느새 바뀌어 있더라.

바뀌기 전의 하늘은 내게 조금이나마 푸른빛을 보여주었고, 그 사이에 빠르게 흘러가는.

아침의 푹 빠지고픈 솜두덩이가 아니라 이제는 하루의 마감을 향해 달려가는 나와 같다.

새벽에 비가 오고 난 뒤의 구름이동은 정말이지 맑은 호수 속의 달리기다.

 

 

하루에 적어도 50분 이상씩 걷기는 나에게 정말 많은 걸 가져다 주었으며,

많은 변화와 무수히도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준다.

그것이 단지 두꺼븐 다리를 위하여서 만은 아닌지라.

그래서인지라 꿋꿋하게 해내고 있는 하루에 한 시간 걷기.

처음엔 정말 힘들기도 하고, 버겁기도 했지만.

 

 

자연의 변함없는 그 모습들과 또한 동시에 변화무쌍한 자연의 모습을 내게 안겨주느니.
그건 이루다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지다.
그 동안에 몰랐었던 꽃이란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바람의 시원함을 진정 알게 해주었다.
오늘 아침의 출근길에 본 희한하고도 신기한 파란 하늘 아래의 구름이동은.
퇴근길에도 여전히 되어 주고 있으니. 감탄사를 연발할 수 밖에 없구나.
불과 20여분 뒤에 그렇게 거대한 비구름이 하늘을 온통 뒤덮어,
그렇게나 많은 비를 내려줄지 몰랐다.

 

 

가다서기를 반복하고 반복하고. 다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계속 하늘만 쳐다보면서 걷는 나는 어느 새 나의 걸음의 절반을 넘어섰다.
목이 다 아플 정도로 그렇게 하늘만 쳐다보면서 걸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이들 마져 같이 그렇게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그렇게.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았던 듯 하다.

 

 

걷는 길에 아주 잠시 머물러서 잠시 쇼핑이라는 것을 하고 나왔더니,
어느새 내 걸음은 삼분의 이 지점에 다달았고,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
그 빗줄기가 어찌나도 달콤하던지. 내 눈을 다 찔렀다.
그러면서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 해졌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빠른,
구름의 이동의 뒤에는 그렇게 참으로 많은 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굵어지는 빗줄기.
잠시 비를 피해서는 가방 속의 책이 혹여나 비가 오면 젖지 않을까를 대비하여 마련한 비닐 속에,
젖으면 안되는 것들을 같이서 꼭꼭 숨겨주고,
새로 산 옷들도 꾹꾹꾹 눌러담아서 비닐로 싸준 다음에 가방에 빵빵하게 집어넣고 나니.
어느 새 비는 소나기가 아니라 계속 되어줄 듯 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15분여가 남은 그 거리를 향해 비를 피한 곳에서 나섰다.
조금 소강상태가 된 비는 나를 안심시켰고, 다행이라 여기며 이제는 피할 곳도 없는 길을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맞이 했다.
불과 10여 분만에 내 옷은 몸에 찰싹 달라 붙었으며, 이제는 바지까지 달라붙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하기 전 잠시 비를 피할 곳을 피해서 몸을 가누니. 이제는 대책이 없다.
다시 길을 내딛었다.
길에는 사람 하나가 없다. 그저 늘상 다니는 차도의 차들 뿐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불빛들이 하나 둘 씩 점등된다.
집에 다다르기 전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그 느낌과 안경과 얼굴 사이로 떨어지는 빗줄기.
앞이, 흐드러지기 시작했다.
밤이 시작되면서 이내 주위는 정말 어두워졌다.
우산이 필요가 없었다. 거리에는 우산을 쓴 이도. 나처럼 비를 맞고 걷는 이도 없다.
천천히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불과 20여분 동안 비를 맞은 나는.
평생동안 이렇게나 비를 많이 맞아본 적이 있을까의 생각들로 가득 찼다.
요즘 유난히도 맑아지는 내 머리를 완전하게 씻겨내려주는 듯 하다.
집에 들어서서는 뚝뚝 떨어지는 빗물들이 하염없이 기쁘기만 하다.
그렇게 오늘의 귀가는 비에 흠뻑 젖어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이. 그새 비는 그쳤고. 다시 집을 나서 바라본 하늘은.
여전히 구름들이 장관이다.
비가 오는 흐린 밤하늘은 자세히 보면 붉은 빛을 띄게 마련인데, 그렇지가 않았다.
푸른 빛에 떠다니는 구름들은 아침부터 보았던 그 하늘 그대로다.
참 간만에 바라본 하늘이었다. 늘상 걷는 동안에 바라보았던, 지나는 차들. 사람들이.
오늘은 단 한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희한하기도 희한한 날이다.
하늘 아래 움직이는 간만의 신기한 구름들의 달리기처럼.
그리고 마무리 하면서 시원한 얼음을 담은 실론티 한 잔. 더불어 대기 중인 아이스커피 ^-^.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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