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늘 좋은건 좋아.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5. 8. 18. 02:01

본문

 


어쩜 이리도 희한한 빛을 간직하여 때가 되면 내비추는지.

 


정말로 사랑하는 그 순간의 하늘빛.

 

 

숨막힐 듯한 순간 그리고 와장창 쏟아내리기 10분 전.

 

 

무어라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기 전에 하늘빛이 어둑어둑해 지면서 말이다.
귀가길을 위해 준비. 우산을 가져오지 않아 학원에 있는 주인없는 큰 우산을 챙겨들고,
가방 속에 있는 이숭신 책이 혹여나 비가오면 젖지 않을까. 고이 내려두고선 나섰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잠시 서점에 들렀지만 금방 이내 튀어나왔다.
-책을 읽을 때는 아직 아닌듯 하다. 그래도 그나마 간간이 봐주는 이순신 이야기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나에게는 재밌을 수 밖에. 그리고 다행일 수 밖에.-
그러니까 곰방이라도 무언가가 잔뜩 쏟아져 내릴 것 같만 같은 하늘.
올 여름엔 내가 사는 이곳에는 비가 왔다고 할만한 이렇다 할 비가 내려주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결국엔 여름이 이 여름이 다 지나기 전에 마음껏 퍼부어주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렇게도 기다리고 아~ 기다리던 비였다.
우산을 쓰고 있었음에도 걷는 와중이라 온몸이 흠뻑 다 젖어버렸던 순간.
저번 우산이 없어 비를 맞을때 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무서우리 만큼 큰 천둥소리. 하늘이 내려 앉을 것 같은 소리.
번개만 계속 그렇게 쳐대지 않았다면, 마음껏 거리를 활보했을텐데.
뿌리면서 내리는 비는 무슨 태풍이라도 지나가는 듯 했다. 날씨의 변화무쌍함이 오고간 하루.
그리고 나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미친듯이 허기가 져서 밥을 먹었다.
배가 오똑하게 일어선다. 밥을 먹고 잠시 나선 집 앞길. 공기가 너무나도 산뜻하다.
무언가 싹~씻겨내려간 듯한 그 기분.
옷깃을 스미는 공기가 이젠 정말이지 곰방이라도 여름의 다음 계절이 와줄 것만 같다.

 

 

제대로 여름의 막바지가 되어줄 듯 하다. 정말 이제 여름이 얼마 남아주지 않은 듯 하다.
비가 오고 난 뒤의 풍경. 그것을 더 사랑하기에 어쩌면 나는 비가 오는 것이 좋은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까의 그 물이 넘쳐 흘러 발을 디디면 발목까지 물이 찼었는데,
어느 새 지나가고 그렇게 물이 좌악 빠져있는 길. 감개무량이시다.
가슴으로 파고드는 그 차가운 공기가 얼마나 반갑던지 소리를 냅다 지를뻔 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지나갔다. 어제는 문득 집에 들어서면서 드는 생각이,,
어딘가를 찾아가면 나를 마중나와주던 이들이 없어도 잘 돌아다니던 나는.
이제 어딘가로 가면 날 마중나와주고 배웅까지 해줄 수 있는 이들이 생겼다는 것에 뿌듯했다.
그 기분에 잠시 여운을 느껴보고자 그렇게 취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고나서는 마무리로 비가 내려주기를 바랬다. 언젠가처럼 그렇게.
잠시 내리면서 지나쳐주는 비가 아닌 모든 것을 싹 씻겨내려가줄 비.
하늘은 무심치가 않을 때가 종종 있는 듯 하다. 그렇게 나의 바램대로 오늘 비가.
그것도 아주. 아주아주 거세게 내려주었다.
구름이 아주 아주 낮게 좌악 깔려주어서는 부딪히는 소리.
정말 곧 내려앉을 것 같던 하늘은 어느새 잠잠하여 그 뒤의 흔적을 빛을 통해 발산해낸다.
밤이되고 다시 내일의 해가 뜰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비.
끈덕함의 그 무엇을 한 순간에 씻어가준 그 비.
그렇게 좋은건 좋아. 내 마음은 좋은것에겐 그렇게 여전히 마음을 내어주는 듯 하다.
사진을 올리고자 새글쓰기를 클릭했다. 무언가를 배경음악으로 깔아야 겠다 하면서
음악을 고르고 골랐다. 어떤걸로 해야할지를 몰라서 이것 저것으로 해보고 또 바꿔서 해보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버린 듯 하다. 결국에는 올리는 것.
잠시나마 느껴주었던 그 시원함의 무엇이었기에 혼자서 느끼고 싶지가 않았다.
밤에 걸려온 전화 한 통과 문자하나가 슬쩍 나를 웃게 했다.
웃게 해주었음에 나의 대꾸가 어떠했든 간에 점수를 던져주면서, 마냥 좋은 것만도 아녔으니까.
나는 지금 여전히 그렇게 좋은건 좋다고 외치면서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every day.. > 일상, 일상,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사가 지나간 자리.  (0) 2005.08.24
환상.  (0) 2005.08.23
광복절의 하늘.  (0) 2005.08.16
참으로.  (0) 2005.08.15
그대들이 있는 곳에도.  (0) 2005.08.0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