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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뭐라 일컬을까.

on the road../다르지만 같은 사람.

by 아이리스정 2005. 12. 2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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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눈이 쏟아진다.

디카로 사진을 찍어보겠다면서 찰칵 찰칵 거리는 불빛에 눈송이들이 왔다갔다 한다.

 

 

집에서 쉬는 관계로 일상의 밤 시간이 일찍 찾아오는 듯 했다.

그리고서 밤시간 내내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보니 어느 새 시간이 빨리도 지난다.

 

 

잠깐의 외출이지만 넘 고생한 탓일까. 피곤이 몰려왔다.

그렇지만, 여기 저기 연락을 하다 보니 그리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도 간다.

많이 온 눈 탓일까. 그렇게 밤이 너무나도 일찍 찾아와 준 듯 하다.

치우고 또 치워보지만, 곰새 쌓이는 눈들을 어쩌지를 못한다.

 

 

어쩌다가 건네는 안부로 여기저기 통화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 오늘 있을 약속 덕분이었지만, 목소리를 듣는 오랫만의 반가움 그런 것들이 밀려왔다.

아무것도 아닐지언정, 그렇게 목소리를 들음으로 인해서 얻는 효과는,

쉬어주는 어제. 효과 백배인 듯 했다.

하루가 넘어가는 즈음의 연락.

더불어 걸려오는 전화까지 몇 통이 있었던 듯 하다.

그런 것들을 고맙다 일컬어야 할까.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주니 고맙다고 말해주어야 할까.

아님 뭐라 표현을 해야 맞을까.

휴대폰은 곰새 이내 밧데리가 떨어졌다고 삐빅거린다.

 

 

별것 아닐지도 모르는 통화로,

한 동생 녀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선 간질나게 이야기는 통화 내용에,

내가 지금 이래도 되는걸까. 의심을 해본다. 늘 정체를 알 수 없을 존재로 내게 있어줌은,

역시나 나 또한 그 녀석에게 마찬가지 일지 모르거늘,

여전히 우리의 대화는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냥. 그렇게 이어져 감이다.

뭐 나쁘진 않아주니, 늘 그런 태도로 대하는 날 어찌 생각하고 여겨줄지.

 

 

연말이니 연락하는 것이 꼭 특별하지 만은 않을터,

오늘은 그렇게 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줄 텐데. 전처럼 그 시간 같이 해줄 친구들에게.

난 고마워해야 할까. 그럴까.

 

 

갑자기 내 존재의 정체성에 의심이 생겼다.

그건 늘상 있는 일이라지만, 쉬는 날 그저 조용히 쉬어주기만 하면 될거를..

오전부터 핸드폰을 붙잡고서 날리던 문자들이나,

집에 돌아와선 여기저기 걸어대던 전화들이. 마냥 간만의 시간 덕분이라 탓해봄이다.

비교 분석으로 플래시를 없애고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역시나 정말로 다른 느낌이다. 같은 순간에 찍은 요 위의 사진은,

눈송이는 온데 간데 없고, 그저 그 느낌으로 밤이라는 걸 알려준다.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조용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 새 길을 낸 골목은 쌓아둔 눈이 무릎을 넘어설 듯 하다.

그렇게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대하는 변함없는 내 모습에서 조금의 어떤 아쉬움.

아님 그 모든 관계들이 내일 아침 눈뜨고 나면 없던 일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그건 고맙다 해야할까가 아닌 다른 것으로 내게 전달되었음일지 모르겠다.

잠들기 전에 '이터널 션샤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언젠가 그 짧은 시간의 며칠이 아니 몇 달이 지워지는 기억으로 되었으면 했을 때.

그 때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언제였냐는 듯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는 그 때의 기억들이,

그저 신기할 뿐. 30분여 전의 기상.

아마도 오늘도 출근이라는 걸 하지 못할 듯 하다.

고로 부모님 모두 오늘은 이 시간까지 여태 잠잠히 조용한 듯 하다.

휴교령 덕분에 아버지도, 그렇게 눈 덕분에 우리 세 식구 모두가 제대로 쉬어주는 날.

그런 듯 하다. 그런데 난 제대로 쉬어주고 있는 걸까?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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