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안한 시작. 무언가 답답한 시작.
시덥잖지 않은..하늘.
그리고..
복잡함.
어수선함.
1.
오늘쯤 걸려오겠지. 그의 전화.
정말 걸려온 그의 전화.
그리고..준비했던 말을 꺼내지 못해..한스러움.
그리고.....
알수없는 머리속.
2.
지각이다 지각.
점심도 먹지 못했는데, 시간은 다되고...
역시나 알수없이 밀려드는 어떤 기분이..그렇게 결과를 낳고 말았음이다.
시원섭섭한 월요일의 시작.
택시를 타야만 했다.
" 선생님, 왜 늦으셨어요...?"
쬐그만게 오늘도 따진다.
그리고선..장황하게 늘어놓는...자신의 일과를..또 그렇게 웃으면서..바라볼수 밖에.
그애 담당 선생이 오자 맡겨두곤..
허둥지둥 잠깐 나와..근처 식당에서 혼자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왜 그리도 맛없던지...
3.
영어할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오늘도 설명을 해주지 못해 남은 아이.
에라 모르겠다. 시간아 가라..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무슨말인지 알아먹긴 하는건지 원..
문제들 속에 파묻혀 사는 너나...그 문제들을 풀게 하는 나나.. 똑같구나..
결국. 다 못하고..시간에 맞춰 보내야 했음이다.
4.
그렇게..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휴..오늘도 지나가는구나.'
너무나도 뒤쳐져 버리는 중학생 그 두놈들을 다독거리면서..
왜 이렇게 더운건지.
큰맘먹고 입고나간 정장을 벗어던져버리고 싶을정도로..
저녁을 급하게 먹어서인가...자꾸만 땀이났다.
너무 열성적으로 설명을 했던 걸까.
오늘도 구박구박을 던졌던 고놈. 왜 자기한테만 그러는지..
오늘도 미움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던 그녀석.
내일만은 제발...내 입아....구박하지 말아다오.
그렇지만, 난 요..방정식 푸는건..가르치면서도 재밌단 말야. 제정신인지 원.
5.
" 선생님, 비오네요.."
옆 강의실 선생님이 한마디 던진다.
청소하면서..그렇게...정말 비가 오는구나...
그애 말처럼 비가 오는구나...
풋..
정말 오네..?
그렇게 열심히 쓸어 제꼈다.
6.
급하게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에서 이상한 신호를 보낸다.
주말에 깨끗하게 빤 도복과 티셔츠를 들고 오늘도...그렇게 운동으로 마무리 했다.
이젠..반팔을 입어야 겠어.
얼마나 더웠던지..계속 시켜대는 운동에 주저앉아버렸음이다.
오늘도 쪼그려뛰기..팔굽혀펴기...간만에 윗몸일으키기는 많이도 했다.
얼마나 땀이 나던지 원..내일은 반팔을 입어야 겠어.
그래도..하루에 있었던 일들을..다 잊어버리는 이 때가 난 좋다.
그래서 오늘도 열심히 검을 휘둘러 댔다.
7.
돌아오는길.
비가 제법 왔다.
오늘은 차타구 가야겠다 싶어서 같이 걸어가곤 하는 승균이에게..말을 건넸다.
" 우산있냐? 걸어갈까? 차타구 갈래?"
" 차 타고 가야제."
" 그래, 차타고 가자."
도장이 옮긴후론 제법 걸어야 하는데..
운행차량이 있음에도 일부러 운동삼아..잘도 걸어다니는데..
비가 오니 뭐 어쩔수 있나.
내려오는 길에..구두정장이 이상했는지..
형진이가 말을 던졌다.
" 오~ 누나..오늘 선봤어? ㅋㅋ 평소 못보던 스탈인데.."
고놈. 스타일에 신경쓰는 놈이라..역시..뭐 볼줄 안다.
" 그래 시집갈라고 선봤다."
ㅡㅡ;; 대꾸하는거라곤..
간만에 온 상민이 놈은 내가 30대 아줌마 같다믄서 놀려댄다. 그렇게 어색했나?
키도 커가지고선 대들수도 없는데..쳇..기분 나빴음이다.
어쨌든..
집앞에 내렸다.
근데...승균이. 자기도 내린다.
" 어라~ 왜 내려?"
" 누나 비맞자나요.."
오오..요놈...역시나..평소처럼 매너있다.
아주 쬐금만 걸어가믄 되는데...
골목길 뛰어가면 된다구 해도 구지 대문앞까지 데려다 주는거다.
자기두 한참 걸어가야 하는데..
기분은 좋았다. ^^
항상 고개 숙여 인사하고..예의도 바르고 노력도 많이 하는애.
고놈 애인..참 부럽기도 하다.
8.
엊저녁부터 사귀는 사람 없냐고 노래부르는 엄마에게.
승균이가 대문까지 델다줬다구 이야기 하면서..
" 에구..고놈 애인 부럽기도 하지.."
내내 이야기 했음이다.
그리고 방에 들어오기 전. 샤워하면서...
" 휴...비도 제법 오네...오늘도 지나가네.."
혼자서 중얼거리면서...그렇게...하루가 지나고 있음이다.
비가..어느새 멈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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