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 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작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마지막 부분-
그 때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나 재밌게 저 책을 읽었었다.
책을 통해서 건네지는 수 많은 것들은 나를 참 흥미롭게 한다.
그 흥미라는 건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직접보는 것으로 대신하는 영화나 멜로디들의 음악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갑자기 어느 순간에서 부터인가 자꾸만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사들인 책 중에서 제대로 읽은 것이 단 한권도 없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일단은 언젠가는 다 읽어내겠지 하면서 또 구입하고 구입한다.
나는 여태껏 거짓의 모습으로 살아온 듯 하다.
그것들이 어쩔 수 없는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스스로 인정하고 내세웠었던 것들이.
언젠가부터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이 되면 다시금으로 바뀔 생각들이긴 하지만,
안정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는 순간의 순간으로 지나는 요즘의 시간들.
바뀌고 달라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게만 느껴지기 때문일까.
잠을 자도 꿈 속에서조차 위안을 할 수가 없는 듯 하다.
차라리 뻥~ 터져서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결론이 지어졌으면 좋겠다.
너무나도 쓸데없는 것들에게 만족을 느끼고 즐기면서 지내왔던 시간들인 듯 하다.
오후께 여수에 있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꿈이 너무나도 이상해서 무슨 일 없냐면서 말이다.
동생이 그럴만도 한 것이 군대에 가 있는동안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두분이 다 돌아가셨었는데,
그 때 우연하게도 꿈들이 딱 들어 맞았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동생의 꿈은 언제나 어쩜 그리도 정확한지,
식구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는 게 당연하다.
꿈의 내용인 즉슨, 내가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맞고서 쫓겨 났다는 거다.
아버지가 나를 버렸다고 말이다.
웃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럴만도 한 것이 지금의 내 상황이 꿈에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모든 것을 알게 되신다면,
그러고도 족히 남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불안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살아가면서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것이라지만,
어려서부터 가훈이었던 거짓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다는 것이 무너진지가 벌써 7년이나 지났다.
밤에 보았던 한 가족 드라마를 보면서, 슬쩍 눈물이 났다. 우리 가족과 비교되었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안이하게 가족이란 존재에 대해 의미깊게 여기지 않으면서 살아온 듯 하다.
그저 옆에 늘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기만 해왔던 듯 하다.
가족이라는 것의 의미가 없어진지가 너무나 오래된 듯 하다.
사람들의 말처럼. 행복한 주말이 되기를, 특별한 주말이 되어주기를 바래보지만.
그랬으면 참 좋겠지만, 여전히 같은 시간으로 지나버린 듯한 토요일이다.
마음이 너무나도 시리다.
밤의 잠깐 외출에 보이는 헤드라이트 강한 불빛의 차들이 눈에 밟힌다.
언젠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에 순간의 기분으로 차에 뛰어들어 보려 했던 적이 떠올랐다.
그렇지만 난 그만큼의 용기는 없다. 그렇기에 그 때 아마도 시도만 몇 번 해보다가,
그만 두었던 것 같다. 이제는 시도조차 해 볼 용기마져 없어 주심이다.
어떤 순간이던지 간에 쉽게 힘들다는 말을 했었던 적은 없었지만,
요즘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마 내일 해가 뜨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벗어나려고 이동 중일테지만 말이다.
자유로울 수 없는 그 시간으로 부터의 나. 무엇 때문인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는 나.
무엇 하나의 바램조차 없는 시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고 있다.
그리고 바깥의 바람은 조금은 찬 듯 하지만, 참으로 다르게 느껴지는 바람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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