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다. 그리고 지금도 비가 내린다.
내가 비가 오는 걸 좋아라 하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참 좋은 이유는 비가 온 뒤의 풍경이다.
하늘의 모습도 모든 것들이 젖어있는 모습은 참 좋다.
내내 비가 올둥 말둥 잔뜩 찌푸린 하늘에 습기가 가득차서 조금은 그런 하루였지만.
오전에 일어나서 마당에 나와 우리집 뽀삐와 놀다가 엄마가 꾸며 놓으신 마당의 화단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꽃을 참 좋아하신다. 그래서 해마다 봄이되면 이렇게 화단을 멋지게도 꾸며 놓으신다.
난 꽃을 좋아라 하지는 않지만, 일단간에 빗방울이 맺혀있는 고 모습들이 참 멋져 보였다.
기회다 싶어 사진기를 얼른 들고서 여기저기 찍어보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내가 참 좋아하는 시그라멘 화분도 사다 놓으셨나보다.
봄이 오고나니 사람들은 저마다 봄이옴을 반기는 듯 하다.
사계절의 시작인지 끝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시작인 듯함이 물씬 풍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늘 그렇듯 이 봄이라는 계절은 금방 지나서 여름이라는 계절이 올텐데.
참으로 빠르게만 지나는 요즘.
비가 온 뒤의 우리집 마당 풍경이 이리 사진을 찍고 나니 나름대로 멋져 보이는 듯 하다.
그렇게 오늘 일주일의 시작 월요일이 지났다.
수업을 하면서도 전보다 조금 더 편안했었고, 운동을 하면서도 가벼운 마음이 그득했던 하루.
오전에 알게 된 윤밴의 전국투어 콘서트 소식에 조금 들떠 했었기 때문일까.
아이들의 시험이 마무리가 되지 않을 무렵이라 조금의 섭섭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제대로 공연을 즐길만한 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섭섭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처럼 아직은 혼자 나다니는 것이 맘편하고 더 좋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비가 까마득하게, 아득하게, 세차게 내려 주었으면 좋겠다.
봄비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간드러지게 비가 오는 건 싫오.
그나저나 윤밴의 공연 덕분에 또 다시금 어딘가로 나설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오는 것.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군다나 멋진 윤씨를 보는 기회가 될테니 말이다.
마음 편하니 깊이 잠들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어제처럼 말이다.
잠시나마 보고픈 이들이 스쳐가는 밤이다. 역시나 무탈하게 지난 하루에게 고마워하면서.
내가 아는 모든 이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치는 밤이 되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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