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취하지도 못하게 하는 술.
살짜금 며칠 전, 맥주 두 잔도 겨우 마시던 소주 다섯 잔에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말을 한 고 녀석이 부럽다.
스타일 확~바뀐 모습 안에는 예전 고 녀석의 모습이 고대로 남아있음이.
시간 지나야 변해지는 것이 사람 모습임에도,
변하지 않는 건 또 어쩔 수 없음이 느껴지던 순간 역시나 스친다.
그리고 대학시절 동호회에 있던 한 언니의,
소주 세 잔이면 필름이 끊긴다는 말에 어쩜 그럴 수 있을까 부러워했던 적이 스쳐간다.
친구들 덕분에 가벼이 술 한잔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참 즐겁지만.
나름 고맙지만.
그것 참 이상하게도 취하지가 못하는 술이다.
날이 갈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하게도 말이다.
먹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이젠 한달에 많아야 두 번 정도 먹게되는 술.
술도 자꾸 먹어주어야 는다는데,
나는 어쩜 거꾸로인 것이 이미 그 전에 너무 많은 술을 복용한 탓일까.
그래서 너무나도 잘 적응 되어버린 몸이라서 일까.
아님, 대학 동아리 선배에게 "언닌 원래 술을 그렇게 안먹어?" 란 질문에,
"나이 들어가면 안 먹어지더라. 여자들은 그래. 너도 알게 될거야."라는 말처럼.
이제서야 알게 된 것일까 말이다.
동창 녀석들 두 넘 사이에 껴서 즐긴 시간은,
자고나면 잊혀질 순간이지만.
모든 것은 쉽지가 않아. 마음 먹은다고 되는 것이 아니야.
아주 오래 전, 그 많은 시간. 모든 것의 계기가 된 사건.
그 사건이 있은 후로, 소주 한 병에 사리돈 50알을 먹었다는 그녀가 병원에서 들은 말은,
"다음부턴 아스피린 먹으세요." 였다고 한다. 그 의사 누군지 정말 궁금한 대목이다.
그녀는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절대 소주를 먹지 않는다.
나와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그녀는 와인 내지 맥주를 먹었고,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같이 장단 맞춰 마실 밖에.
하필이면 내가 좋아라 하는 레드 와인보다는 그녀는 화이트 와인을 즐겼다.
한 번은 내가 그녀 집에 방문한 기념으로 맛난 것을 대접한다고 하면서 데리고 간 곳은, 곱창가게.
예전 늘 취해서 전화를 하던 그녀는 집근처 곱창집에서 혼자 술을 한 잔 중였다.
이사를 하고나서 젤 반가운 것이 집근처에 곱창 전문집이 있는 것이었다면서,
방문 기념으로 데리고 간 곳이 바로 그 곱창가게 였다.
응당, 늘 그래왔던 나는 소주를 마셔야 했고, 그녀는 역시나 맥주 한 병.
늘 그랬듯이 그렇게 술을 한 잔 걸쳤다.
처음먹는 '산'이라는 소주 한 병을 그 자리에서 열심히 먹어 해치우는 나를 보고선,
"소주가 그리 맛나냐? 어휴~ 난 소주는 싫어."라고 한마디 한다.
그녀가 늘 달고다니던 소리는 뭐는 싫어,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어였다.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그녀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돼지갈비는 참 잘도 먹었고.
내가 언젠가 사준 돼지갈비 2인분을 그 자리에 먹어 해치우던 순간은 잊혀지지도 않는다.
슬그머니 나의 눈치를 보다가 양념이 된 닭구이를 시켜주고선 내가 맛나게 먹자,
그녀는 "아이구야~ 너 이거 안시켜줬으면 울었겠다? "였다.
이것도 저것도 모든 것이 다 맞지 않았음에도 이해라는 관계로 얽혀지던 그녀와 나는.
대체 그 모든 것들이 무엇 때문이었을까.
왜 잊혀지다가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번호일까. 44번 단축번호의 그 번호.
그 멀리 살고 있음에도 장작 6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려서 그 곳에 가야했음에도,
나라는 사람, 그 곳에 열심히 다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마지막의 연에 있어서 단 며칠의 시간으로 인해 결국 예상대로의 들어맞음으로 인한 오해.
또한 기어이 그러지 못할 것 같았던 그녀가 면사포를 쓰는 그 장소에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서 내가 받아야만 했던 부케는 또 무엇이었을까 말이다.
순간, 술이라는 단어로 인해서 이어지는 생각의 끈이 거기까지 다달았음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이제나 저제나,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은 없다다.
어차피, 사리돈 50알을 먹던 아스피린 50알을 먹던 그저 시도에 불과할 뿐인 것이다.
술의 힘을 빌려 잠을 청했었던 그녀를 알기 전의 나의 행각.
필요이상의 중독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썼던 나의 노력으로 벗어나기도 했었던 순간들.
하지만 결국에는 명목상으로 어떻게든지 술을 마셔야 했었던 그 이후의 시간.
그렇게도 매 순간순간 마다 변하고 있는 것이 나의 모습임과 동시에,
역시나 마음먹은 대로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단지 스쳐가는 생각에서 이어지는 주절거림일 뿐.
우습지만 이젠 지난 시간도 아니거니와, 없었던 것이다. 주절거려보았자 없는 것이었기에.
그 뿐이다. 이리 지나치고 나면 그만일 뿐. 그저 스쳐가는 생각들 속에 떠오르는 것이 신기할 뿐.
잊고 있었는데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 아닌 사각이라는 단어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는 허영.
오전 수업을 다행히 순조롭게 마치고서 돌아와서는,
맛난 것 먹고 싶다고서 엄마가 건네주신 돈으로 5000원 짜리 피자 한 판을 사왔다.
평소에는 먹지도 않고, 좋아라 하지도 않는 피자를 먹으면서,
늦게 일어난 관계로다가 아침이고 뭐고 먹지도 못하고서 2시간의 열강으로 인한 배고픔 때문인지.
별 생각없이 맛나게 먹어주셨음이다.
칼로리와 대판 싸움을 하고 있는 요즘에 걸맞지 않긴 하지만,
오전의 내가 어찌나 짠하게 보였는지 엄마는 오늘따라 망설임없이 먹으라고 하셨음이다.
엄마와 다정하게 나눠먹은 후에 이래저래 짜증을 내시는 아버지를 무시한 채로,
그렇게 물끄러미 보던 재방송에 또 재방송을 거듭하는 텔레비젼 속의 국대 선수들의 모습.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엄마가 한 말씀 하신다.
"왜 저런 것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날까 말이다."
그리고선 내가 대답한다.
"엄마, 엄마가 대한민국 사람이라 그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당연한거야."
뭐 나도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 사람이기에 재차 방송하는 국대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젠 한국과 프랑스 전의 경기를 다시 보면서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말이다.
우습지만, 4강에 진출했다는 프랑스 팀과 혈전을 치루고 치루다 동점골을 이뤄낸 우리 국대팀 아닌가.
그러고선 너무나도 이른 기상시간 뿐만이 아니라 새벽의 머리를 쥐어짜내어 문제를 만들던,
그 모든 수식을 한글97로 편집하고 또 편집해서 문제를 짜던 나의 노고로 인한 피로감.
방에 들어와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을 청했다.
4시간여를 잤을까. 이상하게도 그리 피곤에 찌들어 잠을 청했음에도 그 이상 잘 수 없는 나는,
띠링띠링~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간만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잠을 깼음이다.
일어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자자 생각하면서 누워있는데 걸려온 전화 한 통.
건대를 다니고 있는 친구녀석이 방학이라 광주에 왔다고 만나자는 전화였다.
그저 밥이나 한끼 먹고 헤어지자 였지만, 동창 베스트 멤버들이 만나니 필요한 것이 또 술 한잔인지라,
가벼이 술을 한 잔 걸치고서 일찌감치 돌아온 오늘 하루의 일과.
그래도 맘편히 이야기 건네받으면서, 잔을 부딪히면서 간만에 즐건 시간을 보냈던 일요일 저녁.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마무리하는 시간은 벌써 7월의 셋째날이 시작된지 2시간이 지났다.
술을 더 먹고 싶은 생각도, 아쉬움도 없지만.
살짜금으로 분명 고작 몇 잔의 맥주에 불과했지만, 예전처럼 먹어지지가 않는 술과,
취하지도 않아주시는 술이라는 것에 대해 이 생각, 저 생각.
그러고보니, 모레 시험이 있는 애들 때문에 만들어야 할 함수 문제가 있음이 스쳐지난다.
가끔 있어주는 귀의 통증이 또 다시 자리잡은 듯 하다. 게다가 가렵다. -_-;; 딱딱해져 부은듯 하다.
-얼마 전, 결혼한 밴드 자우림의 윤아씨 커플. 사진은 김동률님의 사진.
간만에 들어주시는 요 노래가 맴돌고 또 맴돌고 방에서 울리고 또 울리고 울려퍼지는 중이다.
결혼해서의 윤아씨 그녀의 음악은 어찌 달라질지 궁금함으로,
신랑되는 사람은 예전 VJ를 참 잘했던 스탈 맘에 들었었던 김형규라는 사람.
어찌나 간만에 들어주는 이 노래는 듣고 또 들어도 가사를 참 잘 지었는지 말이다.
내가 자우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느 밴드와는 다르게 전달해주는 가사가 참으로 맘에 들어서다.
그렇게 지나는 밤이고,
여태 아쉬웠던 것도, 아쉬울 것도. 이루지 못한 것도 전무한 나는 그렇게 보내는 밤이다.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처럼 늘처럼 그렇게 지나는...
작년, 7월 첫 주말처럼 비가 내려주었음 좋겠다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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