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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7. 2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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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잠에서 깨어나고 나면, 여전히 비가 내리는 중이다.
집에 돌아오는 귀가길에 귓속에서 울리는 음악이,
참으로 주위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다.
무겁고도 무거운 그 문제집들을 안고서, 집으로 돌아오기 전 향하는 검도장.
오늘 역시나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려주었다.
솔솔~날리면서 가녀리게 내리는 비는,
하늘 한 번, 찌푸리면서 쳐다보게 한다.
차라리 쏟아져내리지는 하고서 말이다.
땀을 한 껏 흘리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는 얼어버릴 듯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요즘 얼굴이 말이 아니게 장난도 아닌 여기저기 뾰루지 같은 것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리는 느낌이다.
어찌나도 심란한 모습인지.
누군가 내 얼굴을 비춰야 한다면 숨어버리고 픈 요즘의 내 얼굴이다.
그리고서 길게 늘어뜨린 머리들을 싹둑 잘라내고 싶은 마음 그득이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한 길고긴 내 머리카락들인 듯 하다.
주말에는 좀 가다듬고서 당장 필요한 것들을 메모해서는 정리해봐야 겠다.
사야할 것들과 생각해둔 변신에 대해서.
그럴 수 있을지는 너무나도 많은 미지수지만.
정신없이 아이들과 어우러지다가,
아주 잠깐 생기는 여유 시간에 중등 수업 내용을 살펴보다가,
알게모르게 잠이 스며들어왔다.
눈을 살짝 감고서 느끼는 그 잠깐의 여유는 참 달콤하다.
아늑하고 노곤노곤해진다.
그리고선, 다음 타임 아이들이 밀려 닥치는 순간이 되자,
이내 그 노곤함의 달콤은 금새 사라진다.
한 판 씨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시간 보내고 나면,
잠시의 화장실을 갈 여유도 없음에도,
신발장이며 우산함을 정리하는 그 와중에.
잠깐 내다본 밖의 풍경은 여전히 빗줄기가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나도모르게 살짝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차분함의 마음이 생긴다.
툭툭툭, 계속해서 떨어지는 빗줄기들은,
그렇게 정신 없는 그 와중에도 좋기만 하다.
아이들은 매일 나와 함께 수업하는 도중에 웃고 또 웃는다.
그렇게 아이들은 내가 참 재밌는 선생이라고 해준다.
오늘도 아마 날씨 덕이라 생각함이다.
지겹고도 지겨움은 나뿐만이 아닌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텐데,
늘 같은 시간, 학원이라는 장소에 모여서 옹기종기 앉아서 지겨운 수학문제를 풀기란,
여간 쉽지 않을 텐데.
별 것도 아닌 유머에도 키득키득 재미나게 웃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움이다.
역시나 내일도 그렇게 지날 시간이라 여겨봄이다.
맑은 하늘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왠지금으로 그럼 또 내일 하루 아무탈없이 지나가 줄 듯 하기에.
언제는 또 이렇게 지나지 않았나 싶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전혀 달라진 것이 한개도 없는 내 자신이 나도 참 우습다.
그저 요즘엔 별 생각없지만,
그나마 비가 계속해서 내려주는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생각 뿐인 요즘.
지난다고 대수겠어? 늘 같을텐데.
그저 계속해서 줄기차게 내리면 어떨까?
어디선가 돌 날아올테지.
해가 보이면 뭐해. 여전히 마음은 눅눅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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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늘 조만간 찾아올까.

비가 참 무던히도 내리는 장마기간.

사람들은,

이제, 그만.

바라고 있을지 모르나.

난 지금의 흐린 하늘이 좋아.

아주, 아주 좋아.

멋진 음악과 함께 빠져 들어가는 하늘에게,

고까워하는 중이니까.

왠지 모르게,

차분해지는 그 툭툭 소리가.

참 좋아.

좋은 게 뭔지, 싫은 건 뭔지 모르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비가 오는 풍경은 좋아.

 

 

(사진은 김동률님의 사진. 삼청동의 맑은 날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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