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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7. 2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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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꽤나 진부한 듯한 나다. 아니면 꽤나 앞서가는 나일지도.

 

좀 전에 오시지 않는 엄마가 이제서야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한 시간여 전에 돌아오셨고 그저 간단히 말대꾸만 몇 마디 해드렸다.

필요도 없는 질문은 하지 않음이다.

바람쐬러 가신다더니 방금 돌아오신 엄마에게도 그러했다.

그저 서운해하실까봐 인기척에 어디 다녀오셨냐는 지나는 볼멘소리로 물음을 했을 뿐.

이내 곧 방에 들어와버렸다.

어제 늦은 밤 귀가를 하셔서는 무에 그리 기분이 좋으신지,

토요일인데 어디 가고 싶은데 있으면 가자고 하신 아버지.

허나 난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러고선 엄마에게도 그 말씀을 하셨나 보다.

오늘 오후 내내 또 믿은 내가 잘못이지를 되뇌이시면서,

약간으로 기대하셨던 마음을 내내 내 앞에서 후회하심이다.

그저 난 웃음으로 대꾸할 밖에.

 

정작으로 아빠와 함께 어디를 가던지 간에 같이 시간을 보내봤자인데,

뭐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늘 그러시는 엄마는.

아마도 아빠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랑하기 때문일까?

그저 웃을 뿐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왜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안하고도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서,

방을 깨끗이 정리한 후에 컴터에 영화 하나를 플레이시키고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일어나보니 토요일이 밝았다.

그리고 여태 온다던 비는 오지 않고서 그렇게 하루가 다 지나갔다.

 

오전. 메신져에 파란 불이 들어와 누가 말을 걸어서 보니,

예전에 있던 고 머시깽이 동호회 오라버니다.

연즉 휴대폰 전화번호부 란에 오라버니라 저장 되어있는 사람.

그리고 그 오라버니 덕분에 MSN이라는 메신져를 하게 되기도 한.

주말에 일찍부터 컴터가 켜져서인지 간만에 안부를 전했나보다.

첨엔 그냥 대꾸하지 않다가 아주 나중에서야 대꾸했드마는 그래도 반갑게 대해준다.

그리고선 얼마 전에 득녀를 했는지 자랑에 또 자랑이다.

'결혼했는데 애는 안낳나?' 했더니만 그새 그 오라버니 아빠가 되있다.

얼마나 이쁘겠어. 눈에 담아도 아프지 않을 자기 자식일텐데.

"여기저기 마구 다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나서 못 참겠죠?" 했더니, 어떻게 알았냐면서 놀란다.

대게 주위사람들 그러길래 그리 말하는것을 애가 그건 이렇고 저렇고의 말을 해대면,

가끔씩은 사람들이 내게 물어온다.

"너 꼭 애 낳아서 한 번 길러본 사람 같다?"

어쨌든 거의 한 시간여 가량 띄엄띄엄이지만 이 말 저 말 오고가는 와중에 살짝 삐져나온다. 웃음이.

그리고선 대화의 마지막에 인사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는 나.

참 오래 되었는데도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않았음에도,

그렇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건 무에서 일까 말이다.

다시 한 번 웃어봄이다.

 

오후에 부재중 전화가 한 통 걸려와 있었다.

지역번호가 061. 우리 동네가 아닌고로, 게다가 정말 싫어하는 지역번호 061.

싫어하는 이유라 하면 그러니까 그 지역번호에 하도 시달렸었기 때문인가? 큭.

정말 정말 아주 아주 너무너무 진짜진짜 오랫만에 걸려온 전화였지만,

아쉬움이나 전화를 못받았음의 안타까움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역시나 아쉬우면 다시 전화가 걸려올테지는 저녁이 다되어서야 누가 걸었는지 알게 되었다.

전화 받고나서 보니 예전 인란 동호회 시절에 알고 지냈던 녀석이다.

고녀석. 그만 할 때도 되었다 싶은데 여전히 안부질이다.

만나자고 하는 것을 난 별로라 막상 뭐라 핑계대기 뭐한데,

좀 늦은 시간에 만나자고 해서 잘되었다 싶어 그 핑계로 거절했다.

'이제 전화 그만해라.' 를 속으로 되뇌였다.

그리고 웃는다.

 

저녁을 혼자서 먹을까 말까 하다가 드라마나 보면서 라면을 먹으려고 하니,

텔레비젼에선 무슨 야구 올스타 전을 하고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혹여나 잼나게 봐주었을지도 모르는 고 것을 드라마나 하지는.

괜스리 별 거 아님에도 짜증이 치밀어 오름이다.

그리고선 거실로 나와 케이블이 나오는 거실의 텔레비젼을 틀었다.

영화 채널에서 CSI 시리즈가 하길래 잘되었다 싶어서 고걸 보면서 라면 하나를 후딱 해치웠다.

밥을 먹다 시간이 되어서 얼른 '연개소문'이 하는 채널로 돌린다.

먹고나서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끝나는 '연개소문'의 오늘 마지막 장면.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씻지도 않고서 내내 집에서 굴러다니다가 밖은 늘처럼의 어둠이 찾아와있다.

드라마 하나를 더 보고, 방에 들어와 이것저것 뒤척거리고 있는 와중.

틀어놓은 방안의 텔레비젼에서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시작한다.

'오~ 이거 보고싶던 영화였는데.'

하면서 다시 아무도 없는 집 거실로 나와 텔레비젼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모기가 물어대던지 내 방에 있으면 물리지도 않는 모기에 무지하게 뜯겼다.

아마 늘 새벽이 되면 소리를 꽥꽥 지르면서 난리도 아닌 아버진 고 모기들 때문인가 보다.

대체 그 많은 모기들은 들어올 때도 없는 구멍에 어떻게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걸까.

영화를 보던 도중에 아버진 들어오셨고, 엄만 영화가 끝이날 때 즈음에서야 들어오셨다.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인 남자 캐릭터가 어쩜 그리 나를 보는 것 같던지 원.

약간으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면서 살짝 우습다.

어느 행동 하나하나가. 그리고 어느 생각의 패턴 하나하나가 겹쳐지는 것이,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 듯 하다.

그리고 그 영화가 하기 전 보았던 드라마시티가 끝날 때처럼,

끝이 나고 나오는 마지막 자막 하나 때문에 또 웃었다.

'각본, 감독 박찬욱.'

왜 그리 우습던지. 순간 풉~ 하고 웃어버렸음이다.

 

뭐 영화가 궁금하다면야 직접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름대로 볼 만했으니까.

근데 모르겠다 박찬욱 감독이라는 자막에 괜히 웃음이 나온 건.

아마 오늘 내내 나오던 웃음들과 같은 게 아녔을까 말이다.

 

웃음이라는 걸 제대로 느꼈었던 때는 언제였을까.

말이 웃었다는 것 뿐이지 그건 아마도 나 스스로를 향한 조소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꾸만으로 그것 외에는 웃음을 지을 일이 없어지는 듯 하다.

계속 늘어만가는 조소를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이 지금 나의 모습이고 앞으로 주구장 이어질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뭐라뭐라 해대는 늘상 같은 엄마의 푸념이나,

가끔 잊을만 하면 걸려오는 그런 생각지도 못했던 전화들이나,

잊혀질 때도 되었는데 말을 걸어오는 오라버니나,

별 내용 없음에도 열심히 보고 또 보고있는 주말 연속극이나,

내심 재밌다 여기면서 보는 영화들 등등 전부 모두 다.

 

참 우스운 것은 동시에 사라진 눈물이라는 것도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 시간여가 지난 듯 하다.

글을 쓰겠다 시작하면서, 이것 저것 동시에 하면서 느긋하게 써내려간 글.

'질투는 나의 힘' 이란 영화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역시나 사람들 사는 건 별반 다를 게 없으면서 너무나도 제각각인 것이 또한 사람들 아니겠나 말이다.

그 사실 역시나 우스움이다. 우스워.

 

 

* 조소(嘲笑) : 남을 조롱하여 비웃음.

 

 

(이미지는 모른다. 어디서 퍼온 건지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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