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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나.

every day../일상, 일상, 일상.

by 아이리스정 2006. 10. 3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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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간단한 수술이긴 하지만, 엄마가 하룻밤 입원을 하셨다.

집이 대공사 중이라 난리긴 하지만 내내 미루고 미뤄오시던 그 수술을 어제사 하셨다.

원래 워낙 겁이 많으시기도 하고 하시는 일이 있으시다보니, 어쩔 수 없이 미뤄온 일이었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마취를 깨고 계시는 엄마 곁에,

주말 수업을 마치고서야 찾아뵈는 나를 보고선 엄마가 "여기가 어디냐?" 하고 물으신다.

그제서야 정신이 조금 드신 모양이었다.

엄마는 너무나 순수하시고 정말로 여리기만 하신 분이시다.

하지만 때론 정말 강하시고, 또 남에게 절대 뒤지시지 않는다.

내심 그 여린 마음을 갖고 계시면서도 이만큼 해오신 엄마에게 난 별 도움이 되지를 못했지만서도,

엄마는 내내 수술을 하고나서 드셨던 생각들을 내게 털어놓으신다.

이상하게 수술 들어가기 전에 아빠 얼굴을 한 번 보여주더니만,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

그리고선 내 얼굴을 봐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너무나 아쉬우셨다고.

별 큰 탈이 아니라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내 자신이 너무나 죄송했다.

그저 한 것 없이 병원에서 같이 있어주기만 했던 나에게,

전날 밤. 병실 안이 너무나 더웠던지라 잠을 이루지 못한 내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곤히 잔다고선 깨우지도 않으시고서,

혼자서 마지막 검사와 퇴원 준비까지 손수 하셨더랬다.

어찌나 마음 한 켠이 아리던지 말이다.

병원이 산부인과 였던지라 어제 회복실에서 대기중에 옆 산모가 딸을 낳았다고 하니,

정말 잘했다면서, "딸이 있어야 한당게요." 하시는 엄마.

그래도 내가 든든하긴 하신 모양이다.

더 크게 생각하지 못하고 그만큼으로 더 크게 여기지 못했음으로, 이제서야 보이는 것들에게.

어리석기만 한 나는, 바로 곁에 있는 가장 소중하고 귀한 존재임에도.

그것조차에게도 신경을 쓰지 못했으면서, 다른 것에만 골똘했었던 내 자신이 참 밉기만 하다.

때론 사람들이 엄마나 아빠에게 갖는 그런 마음들,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남들과 마찬가지로 갖는 평범한 그 생각들을,

부러워 하기만 했었던 내 자신은 정작 부러워 할 줄만 알았었지 그 이상은 되지가 못했던 고로.

앞으로는 또 더 나아가서 지금 여기는 이 생각들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지 하는 바다.

어쩌면 말로만 사랑하는 엄마라고 했던 나. 앞으로는 엄마를 한 번 더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지금보다 더 자주. 많이많이.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도록 빌어드려야겠다.

부족하지만 늘 그렇지만 그래도 늘 지금처럼이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큰 일이 아녔음에도 하룻밤 사이였지만,

그래도 친구 엄마가 병원에 계신다고 맛난 석류쥬스 사들고 늦은 시간에도 찾아와 준.

멋진 칭구..^^ 너무나 고마와.

쉽지가 않은 걸음임에도 그렇게 와주어서 어찌나 고맙기만 하던지,

같이 저녁이라도 먹어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어찌나 아쉽던지 말야.

^-^ 난중에 꼭 맛난거 엄마가 해주신다니까 꼭꼭 집수리 끝나구 나면 놀러와 줘야해.

새삼스레 친구라는 존재. 어떤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던 듯 하다.

피곤했을텐데 오늘 푹 쉬었기를 바라면서,

정말 길고도 길게만 느껴지던 주말 다시 지나고.

아~ 내일이면 또 다시 시작이구나. 그새 10월도 마무리 되어가는 구나.

10월의 마지막 밤엔 멋지게 보내줘야 한다는딩. 어쩐다? ^^;

ARTICLE

 

 

너무나도 안이하게 대처해버린,

내 자신 안에서의 문제에만 골똘해하며 그 아픔 같이 해드리지 못했음으로.

오늘 내내 가슴 한 켠을 쓸어내렸더랬다.

조금만 더 한발짝만 더 가까이 해드리지 못했음으로,

정성들이지 못했음으로,

아마도 난 내가 엄마의 나이쯤이 되서나 깨달으려나보다.

다행으로 이제 조금이나마 그럴거라,

그리 여기는 내 자신에게 토닥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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