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수리 중이라서 그런지, 참 시간이 더디게 가는 듯 하다.
돌아오는 길엔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을 샀다.
아직 얼음이 동동 떠있는 그 커피 한 잔이 참 기분이 좋다.
늘 잘 들르는 그 단골 토스트 가게 언니가 오늘은 학생들이 몰려와서,
늦게 들어간다고서 연즉 문을 닫지 않은 이유를 댄다.
그리고서 들른 그 옆 조그만 수퍼마켓의 부부는 늦은 밤의 야식 중이었다.
다른 때면 그냥 지나갔을 내가.
"맛난 거 드시네요^^" 라고 한 마디 건넸더니만,
"한 점 싸드실라우? " 하시면서 아주머니가 맛난 보쌈을 드신다.
"아녜요.^^;" 하면서 가게를 나오는데,
문득 그런 기분이 들었다.
때론 말을 하는 것이 잠시간의 기분 전환이 되는구나.
요즘은 사람들이 말을 건네도 대게는 뾰루퉁하기가 일쑤다.
그래서인지, 늘 이런저런 말 한마디씩 건네는 것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아마도 내가 말을 건넸던 것은,
오늘이라는 엄청났던 시간의 마무리가 되고있는 귀가길에 무언가 전환을 얻고자 했던 건 아닐까.
더불어 아주 잠시잠깐으로 맛나게 서로 웃음을 주고 받으며 보쌈을 먹고 있는 그 부부가,
왠지 참 보기 좋았다 여겨짐이다.
그것도 가게를 나오고나서, 한참 후에 말이다.
- 그 언젠가 바람 몹시 불던 날, 걷던 그 길을 올려다 보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그 광경에 샷.
얼른 지나가버렸으면 하는 바램의 가을이란 시간이다.
역시나 올해도 단풍 구경 한 번 못하고 지나갈 모냥이다.
언젠 단풍 구경했었고, 언제는 또 꽃 구경이나 했었던가 말이다.
그저 인지하고 있음으로 만족함이다.
너무나도 그 순간 어찌할 바를 모르겠던 오전의 시간.
정말이지 나를 뭉게어 싸잡아 뒤집어버리고 픔의 기분. 조금만 참았더라면 나았을텐데,
어찌 나란 사람은 가족에게 만큼은 화를 참지 못하고 맘에도 없는 소린 또 어찌나 잘 뱉어내는지.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할 땐 나와주지를 못하는 그 못된 소리들은,
이상하게도 가족들에게는 잘도 뿜어냄이다. 신기해. 못된 것.
그리고서 스쳐가는 어젯밤의 통화가 떠오른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정함이었다니 원. -_-;;
어쨌든 괴상망측하게 보내버린 오전.
그 기분에 어찌나 눈을 연신 닦아내었는지 퉁 불어버린 눈에 졸림을 견디질 못해,
출근해서는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했던 듯 하다.
한 번씩 그러고있다 아이들을 맞이할 때면,
늘 대게는 자신이 한심함보단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해진다.
오늘 역시나 더 미안해질까 두려워서 얼른 박차고 일어나서 마구 여기저기 움직였던 듯 하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잔뜩 찌푸리던 그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집을 나서기 전 그 즈음.
"주말에 비온다고 하드만 벌써 오네." 라고 중얼거리자,
"아 주말에 또 비온다고 그러든? " 하고 엄만,
" 더 추워지는 건 싫고 지금이 딱 좋은데 말이다." 하신다.
요즘 나도 나거니와 어떤 것 하나 제대로의 마음이실 리 없는 엄만,
이제 다시금 곰새 추워질 것을 걱정하신다.
분명하게 따지고보면 정말이지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올 여름이란 시간,
그새 달력은 이제 곧 11월이란 숫자를 향해 며칠 남기지 않고 있다.
내일이면 다시 또 집안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울 것이며,
이러쿵저러쿵 하다가 출근을 해서, 또 점심은 식당메뉴로 해결을 봐야할 것이며.
너무나 답답한데다 짜증나는 고 아이를 또 볼 것이며,
'나중에 저런 딸 낳아야 할텐데.'의 고 이쁘기만 한 아이도 또 볼 것이며,
오늘처럼 역시나 마지막 수업 시간을 기다리는 나.
나를 다시 보게 될테지라고 중얼거려봄이다.
내일은 꼭 귀가길에 재미난 영화라도 한 편 때려야겠다.
어제 새벽 내내 보았던 '해변의 여인' 이라는 영화는 나름 참 재미났었던 듯 하다.
내일도 비가 조금 올 것 같긴 한데, 간만 걸어서 출근을 해볼까.
어젯밤 잠들기 전 들었던 음악에 기대어 그 모든 잡소리들이 헤드폰 덕분에 멀게만 느껴졌던,
오늘 아침의 시간이 - 실은 해가 뜨기 바로 직전 잠든 듯 하다.- 참 좋았다 여겨진다.
눈뜨고 나서 벌어졌던 그 사태만 아녔어도 말이다.
제발이지 다신 그런 것들에게 휩싸여 내가 혼돈스러워하지 않았음 좋겠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워 죽겠는 요즘이니 말이다.
한 숨 크게 내쉬면서 오늘이란 시간의 멍함을 달래는 시간이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멜로디. 고렇게 늘처럼 찾아서 음악을 들어보는 걸로 위로하는 시간이다.
클래식의 묘미라는 건, 기분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그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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