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해도 어쩌하지 못하는 지나는 그 일상 속에서의 내 모습이 오늘도 그리 지난다.
1.
자꾸만 줄어드는 가르치는 아이들의 수. 그것에 대한 회한은,
거부해도 어쩔 수 없는 내 직업에서 빠질 수 없는 그 어떤 과정에 불과하다.
시험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를 못해서 내가 안달하고 아이를 나무라보았자 달라질 건 없다.
그저, 다음에 더 잘하자.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그것으로,
그냥 넘기는 것조차 익숙해진 직장에서의 모습이다.
이젠 그것이 바로 나다.
가끔씩으로 건네지는 그만두었던 아이들이 다시 나에게 배우고 싶다,
그런 소식이 전해지면 살짝은 고마운 마음이 들지만 다시 그 마음을 건네받기엔 턱없이 부족한.
또 그것이 바로 나다.
남은 시험이 아직도 두 학교나 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그 또한 다음주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그랬냐는 듯 또 과제를 하지 않으면 나무랄테고.
선택에 의한 결과에 의해 주어지는 또 하나의 일이 그렇게 내게 큰 문제로 다가올 뿐이다.
또한 조금은 들뜬 듯한 학원에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어떻게하면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할 뿐이다.
다른 것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된다. 마음의 주문을 외우면서,
어느새 그랬냐는 듯 지나는 한주의 마무리 일과. 금요일이었다.
솔직히 금요일이라는 시간이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에도 그 날의 기억을 할 수가 없다.
단지 기억이 나는 거라면 전날의 과음 덕에 내내 속이 좋질 못했다는 것.
저녁때가 되서야 고파오는 배를 채우기 위해 조금 과식을 했다는 것 뿐이다.
너무나 멍하고 속상하기만 했던 밤의 시간.
역시 운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금요일이었던 것 같다.
2.
일어나서는 그랬다. 오늘이 몇요일이냐고.
이번 토요일에는 아이들이 수업을 하는지라 보강이 오후라고,
자기 전에도 내일은 잠이나 많이 자보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잠들었던 듯 하다.
며칠 내내 일찍 잠에 들지 못해서, 괜히 할 일없이 바뀐다는 버스노선만 탓하면서 보냈던 시간.
잠이라는 걸 며칠째 제대로 자지 못한 것도 같다.
그래도 간만에 맘껏 늦잠이라는 걸 늘어지게 자본 토요일이었다.
작은아버지께서 개를 기르고 싶다는 말에 데려다 놓으신 우리집 새식구 아롱이도 제대로 못보고선.
3시까지는 가도 되는 수업을 한 아이에게 좀 일찍 나오라 했던 터라,
일어나서 늦은 시간에 밥도 챙겨먹지 못하고서 부랴부랴 서둘러서 갔다.
왠지 오늘도 늘처럼 늦었다고 택시를 타고 가면, 아이들에게 배신-꼭 그럴 때면 제 시간에 오지않는-을
당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돈도 아낄겸 버스를 타고서 출근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고 녀석 소식도 없고 집도 감감 무소식. 애엄마 휴대폰은 왜 갖고있는지 통화불능상태다.
분명 며칠 전 토요일날 결혼 피로연을 한다고 했음에도,
그것도 잊은 채로 엄마가 예전 병원에 계실 때 왔었던 친구더러 밥한끼 차려주신다고 했던 것을.
바로 그날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오늘로.
참으로 이상하게도 어쩌다가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이 결혼한다면서 걷는 돈을 내가 걷게 되버렸던 터라 가지고 있는 돈을 직접 전해준다는 게,
이번이 벌써 두 번째라 안가기도 그렇고 조금은 고민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결혼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피로연은 못가겠다고.
결혼식장에 가면 언니에게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리고서 이 친구 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괜히 몇 마디 건넨다.
초등친구들 중 처음 결혼한 친구 때만큼의 돈이 걷히지 않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탓에
조금이나마 어찌해보려 했던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친한 친구도 아니거니와 그저 걷은만큼 전해주기만 하면 그만인 것을,
왜 그런 마음을 괜히 가져보게 되는 나인지 모르겠다.
결국에는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해주는 것도 어디냐로 돌리게 될 마음이면서 말이다.
뭐 돈을 쥐어줘도 믿을만큼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뿐이다.
어쨌든 대중 돈도 해결이 되었고, 그 상태로 수업을 마치고서 간만에 전대후문에 갔다.
필요했던 이것저것을 사들고서 집에 오기로 했던 친구 커플이 올 시간이 가까워 곧장 집으로 향했다.
참 우스운 것은 고작 동네 근처에 불과한 전남대 후문을 갈일도 없다는 것도,
늘 가끔 필요에 의해 한번씩 갈 때마다 변해있는 그 곳에 놀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우습기만 하다.
시내 중심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가끔씩은 가주었었던 전대후문이거늘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분주하신 엄마를 돕겠다면서 이것저것 해보는데,
역시나 난 요리에는 잼병인 듯 하다. 앞으로 큰일이라는 생각만 남긴채로,
엄마에게 무지하게 타박만 받고서 결국 옆에서 구경하면서 설거지만 연신 해댔다.
청소하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이러저러한 것들 모두다 전부 자신있는데 요리만은 그렇지가 않으니 원.
친구 커플이 즐건 시간을 보내고 나서 돌아간 후에, 대충 정리하고서 방에 앉았다.
내일은 또 오전 일찍 수업이 있는데다가, 결혼식에도 가야하니 일찍 자야지 했던 것이.
또 무에 그리 시간을 보내버렸음이다.
밤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눈은. 비로 바뀌고 있었다.
3.
일요일 오전, 어찌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일어나서는 대충 차려입고서 출근을 했다.
오늘 역시나 어제 오지 않았던 고 녀석은 빼고서 쌍둥이 둘만 나왔다.
열심히 내일 있을 시험 대비에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있는 내 자신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에 서둘러서 돌아와 친구들이 맡겨놓은 돈들을 통장에서 찾고,
준비하고 차려입고 가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던 지라, 그제서야 집에 돌아와 씻고 차려입었다.
집 근처에 사는 친한 친구냥과 같이 가겠다고 서둘렀는데도 어찌 늦어지는 시간인지 원.
다행히도 친구 차 덕분에 편히 다녀오긴 했다.
평소에는 찍지도 않는 결혼식 사진을 오늘 또 찍었다.
늘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분주하게 축가를 불러대던 일이 이젠 없어진지라 가만 보고 있자니.
이젠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역시나 신부는 예쁘단 생각만 그득이다.
그리고서 초라한 차림이라 느껴지는 내 모습. 역시나 그득이다.
그러면서 눈 펄펄 내리는 그 와중에 결혼하는 친구. 조금은 걱정이 되더랬다.
제주도로 간다던데, 비행기는 뜰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친구들과 말을 주고 받았다.
결혼하는 친구 언니를 찾아서 이래저래 이야기 하면서 돈봉투 건네고.
대기실에 있을 때 도착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 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까지 찍고서 밥을 먹었다.
식이 1시 50분에 치뤄진지라, 식이 끝나고서 나간 예식장이 수없이도 많은 그 골목이 휑~하더랬다.
어찌나 허전한 마음인지 함께 간 친구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아 더 그러했던 듯 하다.
뭐 당장 결혼해도 될 그 친구가 두살 연하인 남친의 사정 때문에 기다려야 할 시간이 스쳐갔던 걸까.
괜히 피곤함 때문도 아닌 그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는 듯 했다.
"난 오늘만 살 것처럼 살아." 라고 이야기 하는 그 친구에게 뭐라 대꾸할 것이 없는 나는.
가끔은 조금 무모하다 여겨지는 삶을 사는 그 친구에게 그저 고개만 끄덕여 응시해 줄 뿐이다.
그래도 난 적어도 내일은 있다 여기며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4.
집에 도착해서는 그제서야 새 식구가 된 아롱이를 다독거려본다.
생긴 것도 별로고 뚱뚱하기만 한 고 녀석이 어찌나 이쁜 짓만 골라 하는지 내 눈에는 참 좋다.
무엇보다도 그저 말못하는 동물이라도 이래저래 이야기도 건네고,
집에 막 돌아와서는 반가이 맞이해줄 수 있는 고 녀석의 존재가 마냥 좋기만 하다.
늘 강아지를 길러왔던 터라, 참 허전했었는데 말이다.^^;
조금 있다 아버지가 들어오시더니만, 곰새 엄마가 그 뒤를 이어 들어오신다.
그러다가 또 신기하게 곧바로 오늘 광주에 온다던 동생이 한가득 짐을 싣고 도착했다.
괜히 피곤하단 생각에 거실도 아닌 안방에 턱하니 들어앉아서는 텔레비젼 시청을 했다.
배고프단 동생 덕에 일찍 저녁을 먹고선, 다시 안방에 드러누워서는 텔레비젼도 보고.
졸다가는 이내 즐겨보던 드라마가 하자 열심히 보고나니.
시간이 그새 지나버린 것이 참 우습기만 하다.
3시간여를 그렇게 누워있었다는 사실이 넘 우스웠다.
늘 그렇게 늘어져만 있는데 허망하기만 하고, 기분이 멍한 것일테지.
중얼거려본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그 순간의 느낌은 정말 꽝이었던 듯 하다.
5.
몇 주 전부터 일요일 밤이면 텔레비젼에 하는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2' 라는 외화시리즈를 본다.
텔레비젼에서 보는 고정해서 보는 프로는 딱히 없지만,
주말에는 그래도 이것저것 보게 되니까 고것만은 딱 작정하고 보게 된다.
예전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때 OCN에서 하는 그 프로를 우연히 보고선 참 재밌다 여겼었는데,
일요일 밤이면 그 프로를 KBS에서 하는 거다.
또 맘에 드는 것이면 봐야하는 것이 난데,
요즘에는 방에 텔레비젼을 없애버린 관계로 늘 거실에서 조용히 보고 보고 했었는데.
오늘은 어쨌든 계속 그렇게 또 안방에 들어앉아서 주무시는 엄마 옆에서 보았다.
항상 그 외화시리즈를 보면서 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과의 드라마 물이긴 하지만,
무언가 다른 드라마들관 다르단 느낌의 '그레이 아나토미' 참 괜찮은 프로라 여겨진다.
이 이야기를 꺼내보는 이유는 단 하나.
오늘 그 프로를 보면서 또 한 번 울컥했다는 그 사실.
가끔씩 나오는 명대사나 명장면에 푹~ 빠져서는 멍~해지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웃게 되는 장면에 웃고 또 그러다가는 이내 가슴이 찡함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시간 턱없이 부족한 듯한 그 일요일밤의 시간임에도 결국에는 텔레비젼 앞에서 틀어앉아서는,
그러고있는 자신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늘 그 프로를 보고나면 드는 기분 한 구석의 느낌이 참 좋다.
오늘도 그러했다는 그 사실에. 문득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방에 들어와서는 다시금 내일의 일과 준비에 휴~하고 한숨을 쉬어보지만,
대충 마무리도 지었고. 지금은 열심히 이 음악 저 음악을 들으면서 간만에 주저리주저리.
블로그에 늘어놓는 중이다.
참 피곤하고 계속해서 쉬고만 싶다는 생각이 그득뿐인 주말의 연속.
다음주면 또 다른 이야기가 머릿속에 자리 잡을테지만, 에구야.
자꾸만 기운없고 자신없고 맥이 빠지는 듯한 멍함의 연속은 어찌할 수가 없다.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만 같다. 너무나 힘들어 쓰러져 지치더라도 곁에서 잡아주고,
그저 지켜만이라도 봐줄 수 있는 이가 필요한 걸까라는 생각도 잠시금 해보았다.
이번주말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꼭 해야지 했던 일도 하지 못했고,
완벽한 내일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로 이러고 앉아있는 나.
편한 마음으로 그저 마음 내려놓고서 멋진 음악에 위안할 수 있는 순간이 그립다.
작년 이맘 때엔 괜히 곁에서 같이해준 친구들의 마음도 고맙고,
지나는 시간에게도 고맙고 그러하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또 어쩔땐 다르게 말 한마디 건네주면 너무나 고맙고 그렇다.
나도 따라 괜히 주절주절 거리고만 싶고.
이렇다할 마음줄 잡기가 쉽지 않은 또 한 번의 어떤 시기인걸까.
이젠,
그러지 않아도 충분할 그새 20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나이를 곧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하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생각하기에 존재할 그런 사람 중의 한명인,
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꾸만 뭘 하든 피곤하다고만 여겨지고 무엇하나 하더라도 그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난.
앞으로의 시간들은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나.
이제 또 한 주의 시작이다. 다시.
아하핫 그래도 이번 주말의 끝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만족해야 하는걸까. 하핫.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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