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이렇게 사진들도 열심히 니콩이에게 담고 그랬었는데,
참 시간도 많이 흘렀고...
나는 이렇게 많이도 달라져 있구나.
그럼에도 늘 머리 한 켠에서 변하지 않는 생각 하나는,
난 늘 그렇게 달라진 거 하나 없이
여전히 지금도 내게 주어진 길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이 사진의 제목은 왜 '선물' 이었을까.
오늘 오전에 읽고있던 '종의 기원' 이라는 책을 다 읽었다.
'7년의 밤'도 얼마 전에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읽었더랬는데, 정유정이라는 작가는 참 대단한 거 같다.
악인이라는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주는 그 어떤 힘이 있다.
어젯밤엔 늘처럼 두 시간 걷기를 하다가 갑자기 기분이 내켜서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갔다.
'독전'이라는 영화가 시간이 맞아서 보고 왔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너는 살면서 행복했던 적이 있냐?"
영화속의 질문을 받던 이는 그 질문에 씨익 웃었더랬다.
영화를 주욱 살펴봤을 때 참 어울리지 않는 마지막 대사라 여겼지만,
머릿속에서 내내 잊혀지지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늘처럼 그 길을 걸으면서 되돌아오는 내내,
복기해봤던 그 대사.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던 그 순간.
무엇을 위해서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이토록 마음에 담고 매 순간순간 흠칫흠칫 그래야만 할까.
대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싶은 요즘.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싶은 요즘.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든 생각이 그랬다.
책을 다 읽고나서 한 번 더 들었던 생각이다.
어제는 일터에서의 연장선으로 이어진 과음 때문에 실로 오랫만에 고생을 좀 했다.
요즘은 잘 마시지 않는 술이지만,
마시더라도 늘 다음 날 오전에는 멀쩡하기만 한 나다.
그런데 거의 1년 만인가? 와, 정말 죽는지 알았다.
만약에 출근을 해야 했다면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나갔어야 했을 거 같다.
실은 출근 예정이었으나 원장님께서 말리시더라.
참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취직이 된 거 같다.
아직은 확실한 게 아닐지 모르지만, 우선은 나라는 인간을 우선으로 대우해주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나라는 사람의 능력을 보아주어서 참 고맙다.
어쨌든 하고픈 이야기는 뭐 대략 이렇다.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한 사람에 대한 어떤 것들의 무수한 감정 말이다.
그렇게 취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오전에 늘처럼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DJ가 열심히 이야기를 해댔고,
난 문득문득 완전히 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들었더랬다.
그러다가 한 피아노 곡이 등장했다.
'piano solo' 라는 '러브어페어' 라는 영화에서 나왔던 곡이다.
정신이 번쩍 들더랬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날 놀래켰다.
그래, 또 다시 나를 흠칫. 그렇게 만들었다.
이 곡은 정말 많은 일들을 내게 가져다 준 곡인데 하면서.....
하나의 예로,
오랫만에 동생네 부부가 집에 방문해서 음식은 형편없었지만 겨우 예약해서 갔던 그 식당.
음식이 너무나 별로고 그 자리가 그닥 좋지만은 않았던 나인데,
직원들이 들락날락 하는 입구 쪽에 앉았던 내 귓가에 뜬금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그 분위기에,
어떤 한 순간에 문이 열리면서 들렸던 그 곡.
그 덕분에 살짝 웃으면서 그 지루했던 순간을 잘 마무리했던 일이 있었더랬다.
언젠가처럼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거라 믿지만.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까,
얼마나 시간이 지나면 그 수많은 곡들을 들어도 그저 씨익 웃고 아무렇지 않게 지날 수 있을까 수백 번도 더 생각했었던 거 같다.
남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닐 그 많은 일들.
그저 단지 내게만 특별할지도 모르는 그 무수한 일들.
근 몇 년 간, 나를 생에라는 것에 대해 의지라는 힘을 갖게 해 줬던 일들.
이제는 정말 더 이상의 아무 일도 없을거라면,
털어버려야 하는 것인가를 수없이도 많이 되뇌이는 요즘.
정상적이지 못한 수면 시간과 힘들게 힘들게 매일 두 시간 씩 걷는 건 계속되는 중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다행인 건, 요즘은 꽤 잘자는 편이다.
종종 아주 가뭄에 콩나듯이 누군가가 한 번은 물어보는 말이 '잠은 잘 자니?'다.
너무너무 잘 잔다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흐흣.
시간은 두 시간이나 늘어서 이제 여섯시간은 꼬박 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이니.
뭐, 나름 나를 놓아버려서 불어버린 그 많은 몸무게는 줄였다.
참 단기간에 많이 빠진 몸무게다. 신기할 정도로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덕분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일정기간에 보러 다니던 공연도,
어느 일정기간에 다니던 전국 여기저기도,
심심치 않게 다녔던 야구장도,
종종 친구들을 모아서 만났던 모임도,
기타줄을 튕기면서 손끝이 아릴 때까지 쳐보던 기타도,
바쁘게 울려대던 휴대폰의 이러저러한 알람들도,
이젠 아예 없어졌지만.
그리고 다시는 그럴 일이 없다는 것도 머릿속에서 확신이 든다.
파주에 사는 언니가 그렇게 와달라고 했는데도 절대 가지 않을 거 같고,
울 YB공연도 이제는 다시는 안 갈 거 같고,
대전에 사는 오래된 내 후배, 동생 현우네도 갈 일은 없을 듯 하고, 이미 광양마저 안간지가 꽤 되어버렸다.
잠실구장은 뭐 이미 안간지가 꽤 되었으니까. 앞으론 정말로 못갈테지.
얼마 전엔 거짓말로 둘러대서 모임도 안나가고, 그 덕분에 모임이 취소되서 너무나 미안했지만 ^^;;
심지어 얼마나 휴대폰을 만지지 못했던지.....
종종 업무 때문에 문자를 주고 받거나 하려면 오타 투성이다.
휴대폰으로 타자 치는게 이상해질 정도다 ㅋㅋ
내가 원래 이랬었던가?
난 나를 사랑했던 건가, 아니면 다른 걸 기대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잡지 못했던 건가.....
머릿속이 온통 그 생각으로만 가득했다.
어쩌면 사는 이유였던 건.....
내가 망상으로 인해 만들어낸 허상이었던 걸까.
나의 그 허상으로 인해 이제 망가질 때로 망가져버린 내 붕붕이 스펙이인걸까.
다시금 종종 멍 때리면서 술도 마시고,
꽉 잡고 있었던 어떤 규칙적인 생활들이 이러다가 다시 무너지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러면서 이제 다시는 절대로 내 스스로에게 그러진 말자라고 다짐도 해본다.
어제는 그냥 멍하니 먹고 싶은 것들도 다 먹고 마시고,
오늘은 늘 일요일 오전에 갔던 울 멍뭉이 용이에게도 가지 않고 이러고 앉았다.
뭐, 여전히 이 시간에 늘 듣는 라디오에선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다.
공연도 너무나 보고싶고 야구장에 가서도 열심히 울 두산이들 응원도 하고 싶고,
그런데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광주에 오면 꼭 경기는 보러가야지 한다 ㅋㅋ
뭐 종종 보고픈 영화라도 극장에 가서 볼 수 있음으로 나마 만족해야겠지.
아닐거라고 수없이 되뇌이고 반복하면서 절대 흔들리면 안된다고 했었던 처음의 그 마음.
이 모든 것들은 어쩌면 그 처음의 마음을 끝까지 붙잡지 못하고 단기간에 홀려버린,
그 많은 것들을 진실이라 믿고 받아들여버린,
단지 그저 나만의 잘못인 걸까.
결국에는 또 내 스스로의 잘못인거니. 그런거니.
흣, 이 글의 결론이 요즘 애들 말로 오졌다.
이제 글을 그만 마무리하고 오늘의 남은 이 시간을.
깨어난지 5시간이나 지났지만, 특별히 한 건 크게 없는 거 같은 오늘의 남은 이 시간을.
무엇을 해야할지 계획이나 세워봐야겠다.
자르려고 했던 머리는 꼭 잘라야지. ^^
이번엔 음악은 같이 올리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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