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속이 있었던 날.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언젠가 처럼 그렇게 약속을 미리 할 때면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었었던 때.
오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그건 그저 한낱 말에 불과하다는 걸 인식시키고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약속이라는 게 그렇다는 걸.
그래서 약속이 취소되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점심을 막 먹고나서 식곤증이 밀려왔다.
이놈의 잠이라는 것은 가끔 날 당혹스럽게 한다.
자야할 때 잠들지 말아야 할 때를 가리지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 변화가 생긴 요즘에 그 변화 속에서 또 다른 변화가 생김을 감지했을까.
소용없는 짓을 하고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일상에 몰두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팠다.
그래 분명히 아픈 것이었다.
답답하고 갑갑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나도 모르게 짜증은 극도로 최고조가 되어 있었으며,
이러다 내 심장이 터지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아니 숨을 쉬고 싶지가 않았다. 너무나 버거웠다.
죄도 없을 아이들에게 쉴새 없이 퍼부었던 거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길래 버스행을 택했다.
손에는 튀김과 떡볶이를 한아름 사들고서 귀가했다.
어떻게 밥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의 기억으로 갑갑한 대중 사우나에서 일시에 아른 하면서 앞이 보이질 않았던 때가 생각난다.
잠시 주춤하면서 그대로 주저 앉으면서 '아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
그 때와 같았다. 아까의 답답함은.
일을 하면서 견디기가 너무 벅찼던 걸까.
아니면 그동안의 잠들이 일시에 투쟁을 하는 걸까.
아직도 무언가 답답함이 나를 사로잡는 듯 하다.
무얼까.
왜일까.
밥을 먹고나서는 운동을 가야할 시간이 되었음에도,
컴터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구 나서는 침대에 누웠다.
5시간여를 자다가 갑자기 놀라서 일어났는데, 어느새 시계는 25일이 되어있다.
그러고선 이렇게 다시 두시간여가 지났다.
나를 누르는 갑갑함을 풀어낼 길이 없다.
다시..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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