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씩의 필요로 인하여 결국엔 구입한 앨범.
비발디의 사계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곡이기도 하다.
실은 기억에 어렸을 때 엄마가 들으시는 걸 계기로 듣게 된 곡인듯 하다.
Vivaldi 의 Four Seasons. 정경화 님의 연주 앨범. 멋들어진 바이올린 연주곡 모음.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이올린 연주곡은 Mendelssohn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그 곡.
내 소원이라면 그 곡을 최고의 연주가에 의해 직접 생생하게 들어보는 것이다..ㅠ_ㅠ..
암튼간에 어쨌든 그건 그렇고,
결국에는 손에 쥐게 된 정경화 님의 연주 앨범.
사두고선 한참을 듣지 않다가 잠에 들면서 요 며칠간 계속 귀를 울려주는 음악.
그러다 여느 때처럼 음악이 끝나면 언제고 눈을 뜬다.
다시 Play를 누르고선 잠에 빠져 들어감. 반복되는 아이러니지만, 그저 좋으면 그만이지.
이어지는 두 개의 곡. 첫번째는,
「Concerto. Op.8 No.2 'Summer' In G minor III. Presto」
참 이상도 하지.
언젠가 그렇게 여름 지나간다면서 중얼거리고선 이 음악 같이 올렸던 기억이 난다.
사계의 수 많은 곡들 중 제일 맘에 드는 곡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계의 구성을 가만히 보자면,
봄과 가을은 Major 코드이고, 여름과 겨울은 Minor 코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나 빌어먹을(?) 이놈의 귀는 Minor코드가 끌리는 걸 어쩔 수가 없나보다. 하하하핫;
대학시절 맨날 불러 제끼던 곡들이 단조곡이어서 한 성화를 들은 기억도 스멀스멀...;;
그런데 왜 여름이 Minor 코드일까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겨울은 이해가 가는데 말이다.
어쨌든 간에 본론은 그새 여름이 지나고 결국 반복의 거듭에 의해 겨울이 또 온다는 것이지 모..
요즘 들어 부쩍 바다가 보고 싶어짐은 음악의 영향일까. 아니면 계절의 탓일까.
나서는 길에 오늘 아주 간만에 출근길에 CD Player를 챙겨들고 나갔는데,
바쁜 탓에 시디들은 따로 챙기지 않아서 그대로 꽂아 있는 시디를 듣다보니, 요곡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들리는 귓 속의 음악은,
시끄러운 주위와는 영판 다르게 나를 참 묘하게 만들었다.
이 음악 저 음악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 친절한 내 귀가 그렇게 클래식컬한 바이올린 곡을
담고 있노라니 시간이 늦어 오지 않는 버스도 얄밉지가 않았다.
물론 지각하는 바람에 된통 혼이 났지만.ㅋ
늘 나에게 있어 여름은 지독했고, 겨울은 혹독했다.
하지만 올 가을은 그 지독했던 여름을 지나 곧 맞이할 겨울이 혹독하지 않도록,
차근 차근 준비하는 준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바램이긴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할 일인 듯 하다.
이 곡 역시나 예전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Concerto. Op.8 No.4 'Winter' In F minor I. Allegro Non Molto」
내겐 늘 겨울이라면서, 봄은 언제나 오려나 하면서 하얀 눈이 쌓인 그 길목의 사진과 함께,
올렸었던 그 때가 스쳐지나감이다.
지금에 나는 봄이 온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계절이 지나감이 확실하다는 것.
그것들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나에게 있어 계절은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고,
서서히 그렇게 그것들에게 묻혀져 가는 일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일테지.
귓속에서 울려퍼지는 멋들어진 바이올린의 선율이 사로잡음에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렇게 음악으로 계절의 느낌을 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원. 다시금 이 두귀를 갖게 해주신 부모님께 고마운 마음이다.
지각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엉키고 엉망이었음에도,
다시금 애들과 함께 웃고 또 소리치고, 혼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고 그러는 것.
일과 마치고 돌아와서는 특별하게 할 일없이 이렇게 음악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는 것이
나에게는 무슨 특별한 일인양 그렇게 여유의 한 조각을 만끽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
그것이 또한 하루 하루의 일상을 보냄에 있어 큰 기쁨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인지시키고서 듣고 또 들어주는 음악. 뿌듯해.
그러다 다시 또 다른 음악이 나의 귀를 깨워주면 듣는 것이고.
그렇게 지나는 오늘 하루.
찬 바람이 솔솔 슬슬 나에게 불어들어와 곧 있으면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계절.
겨울이라는 계절이 돌아올 것이다.
그 겨울이라는 계절이 오기 전에 지나고 있는 이 가을을 만끽하면 되는 것이고.
꼭 한번이지 어딘가로 살짝 떠나보고 싶다. 그 곳이 요즘 유난히 보고픈 바다면 더 좋을테고^^.
깊어가는 가을색이 짙어지고 있는 밤.
듣고픈 음악을 맘껏 들으면서 정리해보는 일과도,
나에게 주어진 큰 행운.
마지막으로 오늘 맘껏 웃을 수 있게 해준 기회를 마련해 준 우리 이쁜이들과,
몇몇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200의 제곱에 제곱으로 날림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거다. 헷.
(사진은 예전 네이버 포토 갤러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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