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있자나, 그런 날이야.
뱉어내다 뱉어내다 이내 내 자신에게 두 손 다 들어버린 날.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지만,
어젯밤부터 자꾸만 노래가 부르고 싶어.
그런데 마침 여기 저기 서성이다가 발견하고서 노래하고.
가슴 저 깊은 속에서 울리는 듯 싶어 또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
깊은 소리내어 울다 울다 지쳐서는 이내 눈감고 말아버려서는,
아주 잠시 후, 깨어나보니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되버리자나.
그럴 수가 있을까. 손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이었는데 말이야.
있자나. 언젠가 마음 다해서 모든 정성 다 바쳐서 고요하고도 고요한 그 시간에.
모든 진행들을 순조로이 하기 위해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무대 위에서의 조명 아래에서.
정말 몇 명인지 모를 까마득한 그 사람들 앞에서.
모두들 숨 죽이고서 나에게 시선이 집중하고 있을 그 순간에.
반주 없이 그 무엇 하나 장단 맞춤 없이 저 멀리있는 그 누구의 숨소리가 들리는 적막속에서.
달랑 마이크 하나 붙들고서 단 네마디 가사를 읖조리던 내가 있었어.
날이 밝아오기 전 바로 그 미명과 어우러진 무대 위의 조명들이 나를 비추던 순간.
오로지 머릿 속에는 그 네마디 가사만 존재할 뿐이었지만,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그 느낌만은 잊을 수가 없어.
그건 내 목소리가 고와서도 아니고, 내가 부르던 노래가 멋들어져서도 아냐.
그 순간의 느낌. 다시는 절대 느낄 수 없을 그 때의 순간.
그 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가 아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 때문이야.
아주 아주 오래간만에 언젠가 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할 때면,
내 목소리로 부르고 픈 노래 맘껏 불렀던 아주 오래전 시간이 지나서.
지금 정말 간절히 미치도록 노래가 부르고파.
헌데 그 오래전 시간 속에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말리지 않아도.
맘껏 뱉어냈었던 나인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
무엇 때문일지는 모르지만 그럴 수가 없는 듯 해.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참 간절히도 원해.
그저 지나고말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시간 속이지만,
지치다 지쳐서 이내 주저 앉을 순간이 되도록 뱉어내고파.
맘껏 부르고 픈 만큼이 넘칠 정도로 노래를 부르고파.
내 머릿속 어딘가가 꿈틀거리는 듯 한 지금의 이 순간인 듯 해.
모두 비워내고 개워내어본 들, 나아질 것이 없음에도 그리.
그리 부르고파. 숨이 끝까지 차올라와 나뒹굴어 질지라도 부르고파.
그러면 언젠가의 그 느낌 살아나줄까해서. 그래줄까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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